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7 13:15 (토)
coverstory 일반약 값 약국마다 천차만별

coverstory 일반약 값 약국마다 천차만별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1.03.04 10:19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토비콤에스' 같은 지역서 2만 3000원부터 3만 8000원까지 판매
복지부, 최저가·최고가 '공개' 지침 변경…소비자 알권리 뒷전

Cover Story

 

 
# 주부 강 모씨는 동네 약국에서 구충제 '젤콤정' 4알을 샀다. 한 알에 1000원씩 4000원을 내란다. '그새 약값이 올랐구나'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이내 지갑을 열었다.

며칠 뒤 대형마트 앞에 있는 다른 약국을 찾은 강 모씨는 마침 구충제를 사러온 옆 사람이 2000원을 내고 젤콤정 4알을 구입하는 것을 목격하곤 '엊그제 그 약국에서 바가지를 썼다'는 생각에 살짝 기분이 상했다.

의협신문이 파악한 '50대 다소비 일반의약품 판매 가격' 자료를 살펴보면 한 회사에서 만든 같은 약이 같은 지역 약국에서 500원부터 1000원에 팔리고 있다.

안과용 약인 '토비콤에스연질캅셀'의 경우 약국에 따라 2만 3000원에서 3만 8000원까지 낙폭이 컸다. 최저가와 최고가 사이에는 무려 1만 5000원이라는 차이가 났다.

<50대 다소비 일반의약품 판매 가격 자료 참조>.
 

▲ 그림을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가뜩이나 물가 때문에 민감해진 소비자들은 조금이라도 값싸게 파는 약국이 어딘지 안테나를 세울 것이다.

약국별 약값 미공개…어디가 싼지 알 길 없어

하지만 아무리 인터넷으로 뒤져도 어느 약국이 싸게 약을 파는지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인터넷을 통해 가격을 공개하는 약국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여러 약국을 전전하며 이 약은 얼마이고, 저 약은 얼마인지 일일이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같은 국민의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1999년 3월 제조업자에 의한 가격표시제도(표준소매가격제도)를 약국 등 최종 판매자에 의한 판매자 가격표시제도로 전환하면서 일반의약품의 가격을 조사해 공개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복지부는 소비자를 보호하고, 공정한 거래를 도모하며, 일반의약품 판매가격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가격을 공개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복지부는 50대 다소비 일반의약품을 약국 규모 별로 대형·중형·소형으로 나눠 각각 2∼3곳 업소를 선정한 뒤 분기별로 가격(최고가· 최저가·평균가)을 공개해 왔다.

하지만 소비자 보호를 위해 가격정보를 공개한다는 당초 취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퇴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부는 2009년 하반기부터 '가격관리 기본지침'을 변경, '최고가· 최저가·평균가'를 모두 공개해 오던 것에서 '평균가'만 공개하도록 했다. 2010년부터는 조사 횟수도 1년 2회에서 1회로 줄였다.

최저가와 최고가 정보를 함께 살펴보면 격차가 확연히 드러나지만 평균가만 공개하도록 바뀐 이후에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5000원(최저가)과 1만원(최고가)을 비교하면 2배의 가격 차이를 피부로 절감할 수 있지만 평균가 7500원이라고 하면 별다른 차이를 느낄 수 없기 마련이다.

전국 보건소와 지방자치단체는 관할 지역 내 표본약국의 최저가와 최고가를 파악해 놓고도 복지부가 내린 지침과 보고서 양식에 맞추느라 평균가만 공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보건소는 지역 주민들에게 약값 정보를 제대로 알리겠노라며 복지부 지침에서 정해 놓은 평균가 뿐 아니라 최고가·최저가 정보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아예 표본 약국의 실명까지 밝힌 자료를 공개하며 지역주민들이 어떤 약국에 가야 약을 싸게 구입할 수 있는지 알토란 같은 정보를 제공하는 보건소도 있다.

김태현 경제정의시민실천연합 사회정책팀장은 "최고가와 최저가를 제외한 채 평균가만 공개하는 것으로 변경해 소비자들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올해부터라도 최고가와 최저가 정보를 함께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약국 간 자율적인 가격 경쟁을 유도하고,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각 약국별 가격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보건소 10곳 가운데 1곳 가격정보 미제공

의협신문이 2011년 현재 253곳 보건소 및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218곳을 대상으로 '50개 다소비 의약품 판매가격' 정보 제공실태를 조사한 결과, 26곳(12%)이 2010년 판매가격 정보를 지역주민들에게 제공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특별시 서대문구와 성북구의 경우 2010년 다소비 일반의약품 자료를 보건소나 구청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없다.

인천광역시 남구와 동구 주민들도 가격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길이 막혀 있었으며, 경기도 부천시·평택시·화성시(동부·동탄)·여주군과 강원도 태백시도 홈페이지를 통해 자료를 살펴볼 수 없었다. 경상북도 포항 북구·울진군도 사정은 마찬가지. 종로구보건소는 네이버 포털사이트에 주소등록을 하지 않아 홈페이지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표본약국 몇 개 할지 명확한 규정 없어 혼란

복지부가 만든 '가격관리 기본지침'은 몇 곳의 약국을 조사하라는 내용이 없어 일선에서 약값을 조사해야 하는 보건소 실무진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복지부 지침에는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기 위해 조사지역의 약국 규모에 따라 대형·중형·소형으로 구분하고 각각 동일수를 조사하라고만 되어 있을 뿐 표본약국 개수에 대해서는 명확히 규정해 놓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선 보건소 별로 표본약국을 3곳 만 정한 곳도 발견됐다. 표본약국이 적을 경우 약을 판매한 실적이 없는 경우가 발생, 판매가격을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서울 구로구의 경우 표본 약국이 6곳에 불과, 일부 약품에 대한 판매정보를 공란으로 남겨뒀다. 전북과 전남지역의 경우 '아이투오 점안액'을 비롯한 특정 의약품에 대한 수요가 없어 판매가격을 파악하지 못한 채 통계가 작성, 50대 다소비 의약품 목록을 선정할 때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소 공무원들의 역량과 성의에 따라 표본 개수에는 차이가 컸다. 전남 담양군·장흥군·함평군을 비롯해 전북 순창군과 경북 성주군 보건소 등은 지역 내 전체 약국을 대상으로 50대 다소비 일반의약품 약값을 모두 조사해 결과를 내놨다.

광주광역시 동구와 전북 군산시는 관내 약국 50곳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는 45곳을, 전남 순천시·여수시는 30곳의 자료를 취합하는 성의를 보였다.

한 지역 보건소 공무원은 "약국이 20여개 정도에 불과한 군 단위는 모두 조사를 하도록 하고, 그 이상인 지역은 최소 10곳씩 총 30곳 정도를 조사하면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조사대상 약국을 몇 개로 할지에 대한 기본지침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판매정보 공개 '공지사항·정보방 등' 제 각각

자료를 어디에 공개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다보니 보건소 홈페이지 초기화면 베너에 판매정보를 올려놓는가 하면, 어떤 곳은 공지사항에, 다른 곳은 의약업소정보방에 올려놓아 자료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보건소가 아닌 구나 구청 홈페이지에 조사자료를 게시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홈페이지에 검색기능을 갖춰놓지 않아 일일이 페이지를 찾아 들어가야 겨우 발견할 수 있는 경우도 발견됐다.

전국에서 보건소에서 보고한 50개 다소비 일반의약품 자료를 취합해 놓은 복지부 홈페이지에서도 가격 정보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았다.

'다소비 일반의약품 가격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통합검색창에 '일반의약품'이라는 단어를 입력했지만 일반의약품 가격정보를 찾아내기가 어려웠다. 복지부 초기화면의 정보→사전정보공표→사전정보공표자료까지 클릭한 후 '일반의약품'이란 단어로 검색해야 비로소 자료를 살펴볼 수 있도록 돼 있다.

복지부 초기화면 통합검색창에 '다소비'를 치면 손쉽게 가격정보와 연결할 수 있지만 이렇게 검색하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 들었다.

복지부는 2007년 하반기까지 제공해 온 최고가·최저가·평균가 정보를 2008년 하반기부터 평균가만 제공하고 있다. 그마나 2009년까지의 자료만 올라와 있고, 2010년 자료는 아직도 살펴볼 수 없는 실정이다.

문정림 의협 대변인 겸 공보이사는 "다소비 의약품 판매 가격을 공개하려는 당초 목적은 의약품 판매가격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가격정보의 확산으로 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해 질서 있는 가격경쟁을 유도하기 위함"이라며 "평균가만 공개할 것이 아니라 최저가와 최고가 정보까지 공개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와 선택권을 더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문 대변인은 "조사결과에 대한 신뢰성은 물론 지자체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조사 대상품목 선정부터 조사에 이르기까지 보건소가 독립적으로 조사업무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가정상비약 수준의 일부 일반의약품을 약국외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팔을 걷고 나선 김태현 경실련 사회정책팀장은 "국민에게는 약국에서 어떤 약이 얼마에 팔리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알고, 약국 간의 가격을 비교해 합리적인 선택을 할 권리가 있다"면서 "약값 공개 과정이 요식행위로 변질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소비 의약품 판매가격 조사업무를 총괄 관리하고 있는 김국일 복지부 의약품정책과장은 최고가와 최소가를 제외한 채 평균가만 공개, 당초 제도를 시행한 목적이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왜 평균가만 공개하도록 가격관리 기본지침이 바뀌었는지 검토하겠다"면서 "타당한 방안이 무엇인지 신중하게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조혜진 인턴기자(순천향대학교 보건행정경영학과 4학년) jinmode@gmail.com
김진영 인턴기자(순천향대학교 보건행정경영학과 3학년) puumma@naver.com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