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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의학의 길,'my way'

기초의학의 길,'my way'

  • 조명덕 기자 mdcho@doctorsnews.co.kr
  • 승인 2011.01.21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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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영 카이스트 의과대학대학원 교수
임상의학과 생명의학 가교 역할…"함께하는 제자들 있어 행복합니다"

 
 
국민을 내 가족처럼, 환자를 내 생명처럼'을 내건 대한의사협회 제33차 종합학술대회(대회장 경만호·대한의사협회장)가 2011년 5월 13∼15일 서울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종합학술대회 조직위원회(조직위원장 김성덕·대한의학회장)와 <의협신문>은 33차 학술대회를 맞아 '릴레이 탐방 33인-진료실 밖에서 한국의료의 길을 묻다'를 기획했습니다.
이번 릴레이 탐방은 의사회원 가운데 진료실 밖으로 나가 새로운 세계를 개척한 주인공을 만나 ▲다른 길을 걷게 된 동기 및 배경 ▲일하면서 느끼는 보람 ▲외부에서 바라 본 의사 사회 ▲의사 회원에게 하고 싶은 말 등을 들어봄으로써 한국의료와 의사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기획입니다.

종합학술대회 직전까지 연재되는 '릴레이 탐방'에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 주>

 

기초의학 나아가 생명과학 분야로 진출하고자 하는 의대생들의 '롤모델'이 된 의사출신 생명과학자가 있다. 

언젠가는 북한의 기초의학과 생명과학 분야 발전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의사출신 생명과학자. 2003년 의사출신으로는 처음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교수로 부임, 현재는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교수로 연구와 교육에 몰두하며, 임상의학과 생명과학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고규영 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고 교수는 기초의학과 생명과학 분야에 도전하는 의대출신 젊은 제자들이 늘어나 요즘 행복하다.

1983년 전북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학과 인디애나대학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다 귀국한 고 교수는 전북의대 교수를 거쳐 2001년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 교수로 자리를 옮기며 본격적인 생명과학자의 길에 들어섰다.

미국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던 1994년 미국심장학회가 주는 '심장연구우수상'을 받으며 이미 '될성부른 나무의 떡잎'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고 교수는 귀국후 2002년 대한의학회의 '노벨의학상에 근접한 우수 한국인 의과학자 20인'에 선정됐으며, 같은 해 의학회의 '화이자연구의학상'에 이어 2007년 '분쉬의학상' 본상을 수상하는 등 생명과학 분야 연구자로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지난해에는 카이스트 전체 600여명의 교수 가운데 1년간의 연구업적을 평가해 단 1명에게만 주는 '올해의 카이스트인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의대 본과 1학년이던 1979년 방학때 생리학교실의 조경우 교수님 실험실을 구경하러 갔다가 연구 삼매경에 빠진 교수님의 모습이 멋져 보였습니다. 그 후 교수님의 연구도우미를 자청했고, 임상의사가 아닌 기초의학자로서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 ⓒ의협신문 김선경
그렇다면 젊은 의대생에게, 임상의사가 아닌 기초의학자로서의 미래를 제시한 것은 무엇일까? 고 교수의 말대로 피펫을 들고 연구에 몰입해 있던 은사의 모습이 멋있게 보였던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 은사의 한마디 가르침이었다.

"그때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있습니다. '병원에 가서 임상의사를 한다면 환자 한명 한명을 치료하겠지만, 기초의학자가 돼서 좋은 신약을 만들 수 있으면 한꺼번에 수십만명의 병을 고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었지요."

당시 그 은사의 가르침은 지금도 고 교수가 생명과학 연구에 헌신하고, 같은 길을 따라 오는 제자들이 많아 행복해 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의대 졸업후 조교생활을 하던 고 교수는 1990년 공군사관학교 의무전대 항공생리과장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바로 미국으로 건너가 1995년까지 코넬대학 생리학교실 박사후 연구원과 인디애나대학 심장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일하며 당시 세계 최초로 심장에 세포를 이식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귀국후 전북의대 생리학교실 교수로 부임했지만, 고 교수에게는 그리 즐겁지 많은 않은 시간이었다. 포스텍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6년여 동안 기초의학자의 길을 걷겠다는 제자가 한 명도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과학자나 연구자에게 괴로운 것은 부족한 연구비나 힘든 일 아니라, 내가 연구하는 분야를 배우고 나와 같은 길을 가겠다는 후배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카이스트로 온 이후 요즘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에 의대를 졸업한 대학원생이 60여명에 달하고 그 가운데 고 교수의 연구실에서 배우고 있는 대학원생이 17명이나 된다. 고 교수가 행복해 하는 이유다.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생에게는 병역혜택이 주어진다. 그러나 병역혜택과는 무관한 여성 대학원생이나 이미 군복무를 마친 대학원생도 있다. 고 교수가 더 행복해 하는 이유다.

혈관 신생·혈관질환 신약개발·림프관신생·줄기세포 등이 주 연구분야인 고 교수는 지금까지 혈관신생촉진제 'COMP-Ang1'을 개발해 현재 임상전단계에 있으며, 지난해에는 암혈관을 타게팅해 억제하는 'DAAP'을 개발해 관련논문이 <캔서 셀>지의 표지논문을 장식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 연구는 지난해 '바이오 10대 뉴스'에도 선정된 바 있다.

▲ ⓒ의협신문 김선경

올해도 면역기능의 유지 및 촉진에 필수적인 림프관신생(lymphangiogenesis) 조절에 관여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처음 규명해 면역효과를 획기적으로 증진시킨 백신 개발의 가능성을 열었다. 이 연구결과도 면역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학술지인 <이뮤니티>에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이밖에도 그동안 170여편의 논문을 <셀> <사이언스> <네이처> <블러드> <서큘레이션> <PNAS> 등 세계적인 학술지에 발표했으며, 국제 학술대회에 초청연자로 강연한 것만 30여 차례가 넘는다.

"앞으로 더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이 10년 정도 남은 것으로 보입니다. 요즘은 '이 10년을 어떻게 잘 마무리할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더 좋은 신약도 개발하고, 이미 발견한 혈관 신생의 새로운 현상을 확인하는 일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학생들을 더 잘 키우는 일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지요."

그리고 여건이 된다면, 북한의 생명과학 발전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는 것이 고 교수의 바람이다. 고 교수는 첼리스트인 아들 고봉인 씨의 북한 연주회를 따라갔다가 우연히 북한의 열악한 의료환경을 직접 보고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단다.

고 교수의 아들 고봉인 씨는 단순히 첼리스트가 아니라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현재는 프린스턴대학 대학원에서 아버지와 같은 생명과학을 공부하고 있다. 연주도 훌륭해 화제가 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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