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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접종 예산 삭감된 날 국회선 무슨 일이...

예방접종 예산 삭감된 날 국회선 무슨 일이...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0.12.1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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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병의원 지원 예산 338억 '삭감'
윤증현 "비싸면 보건소에서 맞아라"

국가필수예방접종의 민간 병의원 본인부담금 지원 예산이 전액 삭감된데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민간 병의원에서 필수예방접종을 받을 경우 본인 부담금을 대폭 경감해주기 위해 보건복지부 예산에 338억8400만원을 증액 편성했었다. 그러나 이같은 예산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전액 삭감된채 8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애초 예산대로라면 12세 미만 영유아가 집근처 병의원에서 예방접종을 받을 경우, 현행 1만5000원 내던 본인 부담금을 3분의 1에 불과한 5000원 정도만 내면 된다.

접종비용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선진국 보다 턱없이 낮은 예방접종율을 높여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어린 아이들을 수두·파상풍·결핵·디프테리아 등 무서운 질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

그런데 국회는 왜 이를 거부했을까? 본지가 입수한 예결특위 속기록은 예산 삭감의 진짜 주범(?)이 국회가 아닌 정부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윤증현 "국가가 다 책임질 수는 없지않나?"
예산 심의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은 입을 모아 필수예방접종 지원 예산을 증액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예결특위가 한창이던 지난달 22일. 한나라당 주광덕 의원은 "자부담비를 5000원으로 낮추는 것은 획기적인 진일보이며, 더 나아가 전액을 국가지원사업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답변은 싸늘했다. 윤 장관은 "정부가 이미 백신비 8000원을 지원해주고 있다"며 "자기 부담이 과하다고 생각되는 분은 보건소에 가서 무료로 맞으면 된다"고 잘라 말했다.

주 의원이 필수예방접종 지원 예산이 무상급식 보다도 중요하다며 "어떻게 해서든지 우리 아동들이 100%에 가까운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을 국가가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재차 설득했으나 윤 장관의 의지는 확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아직 '보편적 복지'를 제공할 수 있는 북유럽 국가 정도의 재정 여건에 달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국가와 개인의 역할이란 부분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 재정 여건상 민간 병의원의 접종비까지 책임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노당 강기갑 의원은 "우리 어린 아이들 필수예방접종 예산을 삭감해 놓고 4대강 사업 예산은 1조3800억원을 증액했는데, 이걸 어떻게 이해하겠는가?"라며 성토하기도 했다.

신상진 "정부가 진단을 잘못하고 있다"
예산을 늘릴 수 없다는 윤 장관이 논리는 이렇다. 올해 민간 병의원에 대한 백신비 지원 예산 실적을 살펴보니 집행율이 20%도 안된다는 것. 사업 실적에 따라 예산을 배분한다는 재정당국의 예산편성 원칙에서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인 것.

그러나 이 같은 윤 장관의 주장은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데서 나온 것이라는 반발을 샀다.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은 "집행율이 20%도 안된 이유는 보건소에 가면 무료인데 동네 의원에서는 접종비를 부담해야하니까, 소아청소년과에서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백신비 뿐만 아니라 접종비까지 지원했더라면 국민들이 동네의원을 적극 이용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신 의원은 "단지 집행율이 20% 밖에 안된다는 이유로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정책의 정확한 원인 진단을 못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주광덕 의원도 "접종비를 전액 무료로 지원하는 5개 지자체의 예방접종율이 95%에 이르는 반면 지원하지 않는 지자체는 그에 훨씬 못미친다"며 "경제적인 논리보다 실제적으로 전액 지원해 줬을 때 우리 국민의 거의 전부가 예방접종을 받는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보건소 기피하고 동네 개인의원에서 접종은 자기 부담이 옳다?
신상진 의원은 "예산을 400억원 정도 추가하면 전국 아동들에게 필수예방접종을 무료로 실시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국민의 정책체감도는 매우 높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의원들의 집요한 설득에도 윤 장관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는 "보건소를 이용하지 않고 민간 병의원에 가서 맞겠다는 사람한테 까지 정부가 400억원을 투여해야 하나?"라며 반문하고 "400억원이면 긴요하게 투입해야할 다른 사안이 많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400억원 재원을 분배하는 것이 전체적으로 우리 사회의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며 "보건소를 기피하고 동네 개인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겠다면 자기 부담으로 하는게 옳다"고 못박았다.

결국 예결특위에서는 기획재정부 장관의 이 같은 의지가 그대로 관철돼 국가필수예방접종의 민간 병의원 접종비 지원 예산 338억여원이 한 푼 남김없이 전액 삭감됐다.

이와함께 예결특위는 '경로당 난방비 지원' 예산 218억원을 비롯해 마산의료원 등 지역거점공공병원 기능강화, 요양시설 개보수 등 47개 사업 예산을 증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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