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7 13:15 (토)
의대교육 개선 위해 '한우물'판 김기용 인제대 석좌교수

의대교육 개선 위해 '한우물'판 김기용 인제대 석좌교수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0.11.05 11:17
  • 댓글 9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의사실기시험센터. 미래의 의사들이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모의환자(표준화환자)를 진찰하며 무엇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는지를 파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환자를 대하는 응시자의 태도와 지식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선진화된 방식의 의사국가 실기시험은 2009년 첫 선을 보였다.

아시아에서 처음 도입한 실기시험에 아시아 각국 의학교육전문가의 관심이 쏠렸다. 몇몇 국가에서는 어떻게 실기시험이 치러지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참관단까지 파견했다.

의사국가 실기시험은 교과서와 교수 중심의 전통적인 의과대학 교육이 학생중심의 통합교육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울산의대에서 4년, 인제의대에서 8년. 장장 12년 동안 학장을 맡아 일찌감치 세계 의학교육계의 변화를 예견하고, 의대교육과정을 학생중심의 교육과 통합교육으로 개선하는데 앞장선 김기용 인제대 석좌교수를 만났다.

"한국의학의 미래를 짊어지고, 세계 의학계와 당당히 경쟁해야 할 의대생들이 스스로 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전통적인 주입식 교육에서 탈해야 합니다."

김 석좌교수가 의학교육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기 시작한 것은 고 이문호 대한의학회장을 도와 수련고시위원으로 활동한 1980년대 후반부터.

"고 이문호 선생님은 1988년 서울중앙병원(현 서울아산병원) 초대 원장에 취임하시면서 제게 선진국 의학교육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공부를 하라고 주문하셨습니다."

의학교육학의 선구자인 김용일·백상호 교수는 난감해 하던 그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캐나다·미국·WHO 등의 의학교육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의학교육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답을 구했다.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전통적인 의학교육을 바꾸기 위해 대대적인 수술을 하고 있었습니다. 전통적인 교수중심의 학제를 통합교육·문제바탕학습·컴퓨터 학습·사회에 대한 인식 등 학생 중심의 학제로 개편했습니다. 의학교육에 일대 혁명이 일어난 것이죠."

이렇게 해서 마련한 김 석좌교수의 새로운 의학교육 개선안 1판은 울산의대 학장을 맡으면서 구체화됐다.

"당시에는 개원해서 단 한 번도 써 먹지 못하는 지식까지 의대생들에게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레지던트 교육자료를 그대로 들고 와 의대생들을 교육하는 임상교수들도 있었습니다."

김 석좌교수는 "학장이 영어로 'DEAN'인데 죽기(DEAD) 살기로 매달렸다"고 했다.
1994년 처음 실시된 의대 인정평가에서 울산의대는 1위를 했다.
전통교육의 갑작스런 변화에 싸늘한 시선을 보이던 교수들의 시각도 바뀌기 시작했다.

김 석좌교수는 울산의대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울산의대 학장·의무부총장·강릉아산병원장 등 8년 동안 쉬지않고 보직을 맡았다.

"쉴틈이 없었죠. 가족들에게 미안했습니다. 정년을 한 후에는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약속을 하기도 했습니다."

정년을 한다는 소문이 나자 백낙환 인제대·백병원 이사장이 "인제의대 학장을 맡아줄 수 없냐"고 제의해 왔다. 가족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제의를 거절하러 간 자리에서 김 석좌교수는 "일생동안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 아니냐? 인제의대 히딩크가 돼 달라"는 말에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고 했다.

2001년 인제의대 학장으로 부임한 김 석좌교수는 1년 여 고민 끝에 교육과정과 의대 학풍을 대대적으로 손질했다.

 

의학교육의 기본방향을 수평-수직 통합교육, 문제바탕교육, 환자 지향 교육, 학생중심 학습, 임상실습 강화, 지역사회 보건의료 문제에 대한 특성화 과정 신설 등으로 정하고, 교육과정도 여기에 맞춰 개선했다. 교수연구실과 실험실 환경도 개선해 나갔다. 우수연구시설이 속속 갖춰지면서 개선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SCI 등재 논문은 의대 학장 부임 이후 6배 가량 늘었다.

의사국기 합격률도 2008년 99.2%, 2009년 99.1%에 이어 2010년 100% 합격률을 기록했다. 국시 재수생들도 합격의 문턱을 넘었다.

김 석좌교수는 인제의대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한국의학교육학회 부울경 지회를 결성, 부산은 물론 울산과 경남지역 등에 전파하고 있다.

"지속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의대 학장의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학장은 교육이론과 교육과정을 잘 파악해 대학의 특성에 맞는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하고, 공부해야 한다"고 밝힌 김 석좌교수는 "대학 구성원들이 의대를 좋아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의학교육과 연구에 대한 체계적인 보상과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석좌교수는 "기본적인 1차진료 능력을 갖춘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임상교육이 종합병원 입원에서 외래로 1차 진료 현장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요즘 젊은 세대들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만큼 교육방법도 웹 기반 교육으로 바뀌어야 하고, 학생들의 동기를 유발할 수 있도록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석좌교수는 지난해 유능한 후임 학장에게 짐을 벗어준 뒤 환자들 곁으로 돌아왔다.

"수술실에서는 피곤한 것도 잊고 산다"는 그는 지난 8월 해운대백병원 중증외상센터 설립에 맞춰 국제골절외상연구학회(AO)의 교육 및 수련 코스인 국제골절치료 워크숍을 유치, 지역 골절치료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줬다. AO는 1958년 스위스에서 설립된 이후 근골격계 치료를 잘못하면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환자들을 위해 골절치료의 원칙을 세우고 보급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김 석좌교수는 1972년 스위스로 날아가 정신적 지주인 파우스 교수에게 지도를 받았다. AO 학술이사(1992~2002년)로 활동하면서 다보스 본부로부터 1994년 12만 달러 상당의 교육기자재를 기증받아 레지던트와 개원의를 위한 골절치료 기본교육에 활동하도록 했다. 최근까지 전체 정형외과 전공의의 70% 가량이 이 교육과정을 이수했다.

30여명의 AO 교수자원이 배출되면서 기초반과 상급반은 물론 개원의와 간호사 교육 코스까지 개설됐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