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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출신 첫 경실련 대표 "저도 깜짝 놀랐죠"

의사출신 첫 경실련 대표 "저도 깜짝 놀랐죠"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0.09.1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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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서울 서초·조현 이비인후과)

국민을 내 가족처럼, 환자를 내 생명처럼'을 내건 대한의사협회 제33차 종합학술대회(대회장 경만호·대한의사협회장)가 2011년 5월 13∼15일 서울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종합학술대회 조직위원회(조직위원장 김성덕·대한의학회장)와 <의협신문>은 33차 학술대회를 맞아 '릴레이 탐방 33인-진료실 밖에서 한국의료의 길을 묻다'를 기획했습니다.

이번 릴레이 탐방은 의사회원 가운데 진료실 밖으로 나가 새로운 세계를 개척한 주인공을 만나 ▲다른 길을 걷게 된 동기 및 배경 ▲일하면서 느끼는 보람 ▲외부에서 바라 본 의사 사회 ▲의사 회원에게 하고 싶은 말 등을 들어봄으로써 한국의료와 의사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기획입니다.

종합학술대회 직전까지 약 8개월 가량 연재되는 '릴레이 탐방'에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주>

▲ ⓒ의협신문 김선경
현직 이비인후과 개원의이자, 국내 대표적인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이비인후과개원의협의회에서 십수년간 보험전문가로 활약하며 회원들의 권익을 보호했고, 또 그만큼 긴 시간동안 경실련에서 국민의 권리를 찾아주기 위해 싸워온 사람.

조 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의 이력은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경실련은 1989년 발족한 우리나라 대표적인 시민단체의 하나다. 기관 산하에 보건과 노동, 교육, 예산 등 수십여개에 이르는 전문 분과위원회와 경기, 인천, 강원, 충청, 전라도는 물론 제주도까지 지역지부를 두고 있으며 현재 800여명에 이르는 경제학자와 변호사, 교수 등 사회지도층들이 활동가로 참여하고 있다.

이 같이 '거대한' 조직을 이끄는 수장 자리에 의사가 앉게 된 것은 경실련 역사상 조 현 공동대표가 처음이다.

"부정부패추방운동본부, 시민권익센터에서만 15년을 일했습니다. 시민권익센터장 2년 임기가 곧 끝날 예정이어서 이후에 편안하게 손주나 보려고 했는데 올해 초 갑자기 공동대표를 맡아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관행을 뛰어넘는 파격 인사인데다 의사로서는 처음이어서 나 스스로도 충격적이고 깜짝놀랄 만한 일이었죠."

조 대표와 경실련의 첫 만남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학창시절부터 인연이 닿았던 이석형 변호사와의 권유를 '거절하지 못해' 일을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처음 일을 시작한 곳은 경실련 내 부정부패추방운동본부였고, 이후 본부의 명침이 시민권익센터로 변경된 이후에도 15년간 한 자리에서 묵묵히 일을 했다.

그가 일하고 있는 동안 경실련 시민권익센터는 불공정한 항공사 마일리지 문제, 재벌기업의 개인정보 유출사건 등 큰 일을 많이 해냈다. 이러한 끈기와 경험들이 지금의 그를 만든 밑바탕이 됐다.

그의 공동대표 발탁소식은 의료계에서도 이슈가 됐다. 그간 경실련과 의료계 간의 관계를 봤을때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고. 과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경실련이 가입자단체대표로 의료계와 날을 세워왔던 일들이 여전히 양쪽 모두에 '트라우마'로 남아있다보니 생긴 일이었다.

또 하나 주목을 끄는 일은 조 대표의 의료계 내부활동 경력이다. 그는 1986년부터 10년 이상을 이비인후과개원의협의회 보험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2004년에는 이비인후과개원의협의회장을 지내기도 하는 등 의료계 내부의 사정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얼핏 드는 생각은 '부조화'.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자면 그것은 선입견에 불과하다.

그가 오랜시간 동안 양쪽의 일을 훌륭히 해낼 수 있었던 것은 융화와 화합, 그리고 소통을 그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좌우'의 문제가 아니라, 입장의 문제라고 봅니다. 의료계가 생각하는 바른 정책과 경실련이 생각하는 바른 정책에 차이가 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차이가 너무 멀어지다보면 계속해서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대화와 만남을 통해 서로간의 생각을 접근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의사와 의사가 아닌 사람들간의 연결고리가 많아질수록 의료현안, 의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도 더욱 커진다는 것이 조 대표의 생각이다.

"간혹 완전히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의료계의 이야기를 하게 되면 '그런 사정도 있느냐'는 답변이 돌아와요. 대화를 하다보면 자연히 연결고리가 생기게 되고 이해도 넓어집니다. 의료문제를 알리고 해결하려면 먼저 의사 사회와 외부를 연결해 줄 수 있는 채널을 다양화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조 대표는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예를 들어보자.

"오래전에 병원에서 장애인복지관으로 의료봉사를 나간적이 있습니다. 진료를 끝내고 쉬고 있었는데 우리를 바라보는 대학생 봉사자들의 눈빛이 곱지 않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은 목욕봉사, 청소를 하며 땀을 흘리고 있는데 우리만 쉬었으니….

더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었는데도 의사니까 당연히 의료봉사를 하면 끝이라고 생각했었죠. 의사라는 생각에 매몰되어 있었던 겁니다."

결국 '작은' 생각의 변화와, 한발자욱 내딛는 걸음이 의사와 국민들의 연결고리를 넓혀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하나, 조 현 대표가 의료계에 당부하는 이야기가 있다.

"보건의료정책을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10~20년 후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합니다. 의료의 상대는 이미 십수년 이상을 해당분야를 연구한 사람들로 꾸려져 있습니다.

때문에 주요현안에 대해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더 나아가 정책의 방향을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의료계에서도 각 분야에 연속성을 가지고 대처해 나갈 수 있는 전문가들을 양성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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