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병원·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FASD' 조기진단법 개발
정신지체·ADHD 최소화 길 열어…"임신부 절대 금주해야"
신생아가 출생후 처음보는 태변을 이용, 임신부의 음주로 발생하는 '태아알코올스펙트럼장애(Fetal Alcohol spectrum disorder, FASD)'를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진단법이 개발됐다.
FASD는 출생 후 장애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태아알코올증후군(Fetal alcohol syndrome, FAS)과는 달리 아기가 성장하면서 서서히 나타나는 학습장애·과잉행동 등 정신적·신체적 2차 장애를 의미한다. FASD의 영향을 받은 아이들은 학습장애·과잉행동 장애·조정기능 부전·언어발달 지연 등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필수적이다.
선진국에서는 FASD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예방과 치료에 집중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질환에 대한 인식부족과 전문의료진 및 검사장비 부재 등으로 조기진단이 활발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과 한정열 관동의대 교수팀(제일병원 산부인과)은 신생아의 태변에 있는 알코올대사물질인 FAEEs(fatty acid ethyl esters)를 측정, 정량화하는 방법을 통해 임신 중 알코올 노출정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됐다고 24일 밝혔다.
FAEEs는 태반을 통과할 수 없기 때문에 태변에서 측정되는 FAEEs 용량은 곧 태아가 알코올에 얼만큼 노출되었는가 하는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최근 연구에서도 FAEEs는 알코올의 비산화대사물질로 태아세포에서 에너지대사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ATP의 생성을 직접적으로 방해하는 등 태변 내 FAEEs의 수준에 따라 아이의 지능과 신경발달의 장애와 관련 있다는 사실이 보고돼 이번 진단법 개발에 의미를 더하고 있다.
FAEEs 측정기술은 선진국에서 개발한 방법보다 검사시간이 짧고 더 적은 양의 태변으로도 검사가 가능해 임상에서 더욱 쉽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정열 교수(한국마더세이프전문상담센터 센터장)는 "지금까지 FASD 의심환아들은 최소 1년 이상은 경과해야 미세한 변화들이 나타나기 때문에 진단이 매우 어려웠다"면서 "이번 연구로 태변 내 알코올 용량을 측정할 수 있게 됨에 따라 FASD의 조기진단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FASD 조기진단 연구결과는 알코올에 노출된 태아의 성장기 및 성인기의 2차적 장애를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 교수팀이 2009년 4월부터 11월까지 임신부 5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알코올에 노출된 임신부는 36.8%에 달했으며, 알코올 의존도가 높은 습관적 음주자는 23.1%로 나타나 임신부의 알코올 노출비율이 선진국과 비슷한 30∼40%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따라서 전체 신생아 가운데 1년에 최소 1만∼2만 5000명 이상이 FASD로 인한 2차 장애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FASD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제일병원은 태변 FAEEs 측정기술을 기반으로 임신 중 알코올 노출정도 평가·알코올 대사관련 유전자 다양성 분석·신생아 및 영아 신경발달 검사 등 종합적인 평가를 통해 FASD를 조기에 진단, 치료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Journal of Chromatography B>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