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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의 정확한 장해판정과 진단이 절실해요"

"의사들의 정확한 장해판정과 진단이 절실해요"

  • 이현식 기자 hslee03@kma.org
  • 승인 2010.02.26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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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 ⓒ의협신문 김선경

1996년 서울의대 교수에서 교보생명 최고경영자로 변신한 신창재 회장. 고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2003년 작고)의 장남으로 태어나 회사 경영을 물려받았지만 그가 14년간 걸어온 경영자의 길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2월 17일 서울 종로 1가 1번지에 위치한 교보생명 본사 임원실에서 만난 신 회장은 비록 오랜 기간 의료계 일선에서는 떠나 있었지만 산부인과 전문의답게 최근 낙태 허용 논란 등 이슈에 대해선 많이 알고 있었고 큰 관심을 보였다.

산부인과 의사 경험 경영에 십분 활용

신 회장은 서울대학교병원에서 교보생명으로 옮기기 전인 1990년 6월부터 1년 반 동안 미국 오리건 주에 있는 오리건 보건대학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그

는 "평소 의대 교수 및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바쁘게 살다가 미국에서 연수를 하면서 과연 선친의 뒤를 이어 경영을 승계해야 할 지 생각을 많이 했다"며, 1996년 11월 교보생명으로 옮길 당시엔 "5~6년 이상을 치열하게 고민하다 최종결정을 했던 만큼 막상 서울대학교병원을 떠날 때는 서운해할 겨를도 없었고 오히려 미래에 대한 각오와 긴장감으로 가득 찼던 시절"이었다고 회상한다.

당시 서울대병원 선후배 및 동료 교수들은 가업을 잇기 위해 떠나는 신 교수를 보고 꽤나 신기하게 여겼을 것이라고 한다.

신 회장은 " 제 전공이 산부인과 중에서도 내분비 및 불임(시험관아기) 분야였는데 제가 강사시절 때부터 저를 지도해주던 '사형'(선배)에게는 언젠가 가업승계를 위해 병원을 떠날 예정임을 미리 말씀 드렸고 그 당시 사형이 무척 이별을 아쉬워했다"고 한다.

신 회장은 처음부터 경영자의 길에 들어설 생각은 아니었다. "고등학생 때 아버지가 상대 갈 생각이 있냐고 물으시더군요. 전 당시 이과나 공대, 특히 전기공학과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큰 누님과 사귀던 분(나중에 결혼해서 큰 매형이 됨)이 집에 인사를 왔는데 마침 의대 학생이었어요. 그때 '나도 의대를 가면 좋겠구나' 싶었죠. 선친께서도 의사의 길을 추천하셨고요."

서울의대 졸업 후 서울대병원에서 산부인과 전공의로서 수련을 마친 후 몇 년 후부터 전임강사·조교수·부교수로 차근차근 교수로서의 길을 밟았다. 그러다가 서울대병원을 나오면서 당시 건강을 위협할 만큼 힘들었던 잦은 회식문화와 담배·술로부터 해방감을 느낀 것도 잠시였다.

당시는 IMF 외환위기 직전으로 국내 생명보험업계는 외형 중심의 매출 경쟁에만 치중했던 반면, 수익성은 높지 않았다. 교보생명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매년 매출은 많았지만, 당기순이익은 보잘 것 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보험계약건수가 많아도 이익을 못 내는 회사는 결국 존재할 수가 없는 법.

"제가 입사 초기에 회사의 문제점은 대략 알고 있었지만, 당시 제겐 생명보험업계 경험은 물론, 회사 경영상 문제를 해결할 능력도 전혀 없었지요. 1993년부터 3년간 대산 문화재단 이사장을 맡아 경영의 기초는 습득했지만 교보생명 경영자로서는 많이 미흡했고, 게다가 2000년 제가 경영 전면에 나서기 전까지는 공식 의사결정권한도 제겐 주어지지 않았어요."

특히 그는 직원들과의 대화가 힘들었다고 했다. "당연히 임직원들 입장에서는 제가 보험이나 회사 상황을 잘 안다면 모를까, 섣불리 얘기를 꺼냈다가 괜히 제게 오해를 사거나 상사에게 오해를 살까 싶어 저와 솔직한 대화를 피하려 했겠지요."

그러나 그는 산부인과 의사로서의 장점을 십분 활용했다.

▲ ⓒ의협신문 김선경

"산부인과 의사 경력은 생각보다 도움이 많이 됐어요. 일단 보험 설계사들 중에는 여성들이 많은데 저는 이미 진료를 하면서 여성들과의 대화에 아주 익숙한 상태였고, 게다가 산과 의사로서 신속한 의사결정 경험, 특히 분만·진통 상황에서 정상분만을 하느냐 제왕절개를 하느냐와 같은 응급상황에서의 결단력은 16년간의 산과의사 생활에서 깊이 체화 됐지요."

학생들 앞에서 강의한 경험도 톡톡히 경영수업이 됐다. "여러 사람 앞에서 주제를 설명하여 제대로 이해 시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러나 저는 교수시절 강의경험을 토대로 입사 후 전국의 임직원들 앞에서 그 동안 700~800번이나 경영에 대한 강의를 하곤 했습니다."

또한 건강보험제도에 해박한 의사로서 생명보험이나 손해보험회사에서 취급하는 건강 및 상해보험에 대한 전문적인 이해력은 업계 어느 누구보다도 높을 수 밖에 없었다.

"회사를 살릴 수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고 싶었다"

"1998년 외환위기가 오면서 교보생명과 거래하던 여러 기업들이 잇달아 무너지며 회사도 덩달아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되어 회사가 존망의 기로에 처하게 됩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당시 신 회장은 업계의 오랜 관행이던 매출 중심의 외형경쟁을 과감하게 중단하고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부문에는 손을 떼는 등 철저히 질적 성장 전략을 채택해 계속 밀어붙였다.

"남들은 제가 선친으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아 누구보다 편하고 호화롭게 살았을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실제 상황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내가 회사를 맡자마자 오히려 회사 경영상황이 절박했기 때문에 저는 필사적으로 매달려 무슨 일이라도 했어야 했습니다.

회사를 살릴 수 있다면 제 온 몸을 던지는 것은 물론, 제 영혼이라도 팔고 싶었지요. 일년 전 회사가 창립 50주년을 맞아 지난 10여년 동안 경영해온 과정을 돌아보며 회고록을 쓰려니, 당시 어렵던 상황 생각이 나서 하염없이 눈물이 나더군요. 누구도 직접 그 어려움을 겪어보지 않으면 그때 제 심정을 모를 거예요."

교보생명은 2008년에 불어 닥친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약 2916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해 순익면에서 업계 1위에 올랐다. 이 실적은 22개 생명보험회사 전체의 당기 순이익인 약 5702억원의 절반이 넘는 수치다. 2000년 이전 교보생명의 당기순익이 1000억 원에도 못 미쳤던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비약적인 성장을 한 셈이다.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지급여력비율도 2009년 기준 238.5% 를 기록하며 당당한 글로벌 금융기업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이제 신 회장은 수 차례의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며, 의사가 아닌 경영인으로서의 능력과 수완을 사회적으로 완전히 인정 받았다.

'조직의 힘' 중시…"경영은 회장이 혼자 하는 게 아니죠"

"회사를 이끌어온 임직원들에게 정말 고맙죠. 교보생명에는 회사를 사랑하고 열정과 책임감이 충만한 사원들이 무척 많아요. 그러니까 회사를 오늘까지 발전시켜 온 것은 최고경영자인 저 혼자 한 게 아니라 모든 임직원, 즉 조직이 해낸 것입니다."

'매우 겸손하다'는 기자의 말에 신 회장은 "실제 내가 하지 않은 결실을 내게 뒤집어 씌우지 마라"며 손사래를 치며, 조직운영에서는 최고경영자의 원맨쇼보다 전 조직원의 팀워크가 더욱 중요함을 여러 번 강조했다.

의료계에 당부하고 싶은 말을 해달라고 하자 신 회장은 의료계에서 진단·장애등급·장해판정을 객관적으로 잘 해 줄 것을 신신당부했다. "자칫 이런 말이 보험회사 이익만을 위한 것 아니냐고 오해하실 분도 있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회에는 생명보험회사에 자신의 미래를 전부 맡긴 고객들이 꽤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생명보험에 들어놓고 사고가 안 났는데도 보험금을 받아가는 경우나 신체장애가 4등급인데 2등급이라고 과장하는 경우 등 불필요하게 지급되는 보험금이 우리사회 전체적으로 1년에 2조원이 넘습니다.

막대한 금액이죠. 이렇게 누수 되는 금액은 보험회사 경영을 어렵게 함은 물론이고, 이러한 금전적 부담은 곧바로 새로 보험에 가입하는 고객들에게 전가됩니다. 그러니까 의사 선생님들이 진단·장애등급·장해판정을 정확히 해주시는 것은 사회적 비용을 크게 절감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합니다.

우리 모두가 지금보다 더 밝고 정직한 신용사회를 후대에 물려줘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강조한다.

앞으로의 경영계획에 대해선 "2015년까지 교보생명 총자산 100조원, 당기순이익 1조원이라는 중장기 목표를 내걸었습니다. 도전적인 수치이긴 하지만 현재까지 회사가 걸어온 과정을 보면 결코 무리한 목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신창재 회장은=1953년 서울 생. 경기고·서울의대(1978년) 졸업.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전공의 수련을 받은 뒤 1987~1996년 서울의대 전임강사·조교수·부교수로 재직했다. 1990년부터 1년 반 동안 미국 오리건 보건대학에서 내분비 및 불임의학에 대해서 연수했으며, 현재 대산 문화재단 이사장·교보생명보험 부회장을 거쳐 2000년부터 교보생명보험 대표이사 및 이사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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