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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피투성이 되더라도 의약품 슈퍼판매 안돼"

복지부 "피투성이 되더라도 의약품 슈퍼판매 안돼"

  • 이석영 기자 lsy@kma.org
  • 승인 2009.12.1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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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의약품 슈퍼판매 놓고 이견 '충돌' ...의협·소비자 찬성, 복지부·약사회 반대

▲ 한국개발연구원(KDI) 주최로 15일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열린 '전문자격사 시장 선진화를 위한 공청회'.ⓒ의협신문 김선경

안전성이 확보된 의약품의 일반 소매점 판매를 허용하는 방안을 둘러싸고 의-약계는 물론 정부 부처간에 큰 이견을 드러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주최로 15일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윤희숙 KDI 재정사회개발연구부 연구위원은 발제를 통해 "전문의약품·일반의약품으로 한 번 분류되면 영원히 고정되는 현재 의약품 분류방식은 소비자의 선택권과 의약품 접근성을 도외시하는 것"이라며 "상시적인 재분류 시스템을 도입해 안전성이 확보된 의약품은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도 구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연구위원은 "약국이 영업하지 않는 야간 시간대에 고시촌, 역근방 등에서 일반의약품을 수퍼에서 비싼 값에 판매하는 불법행위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이는 OTC 약품을 편한 시간에 구입하지 못하는 불편한 상황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 연구원은 의약품을 ▲일반소매점 판매약 ▲약국내 자유진열약 ▲약국내 약사약품(BTC) ▲처방약 등 4가지로 분류하고, 각 분류내 품목을 명시적으로 담은 시행규칙을 주기적으로 갱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성분함량 적다고 일반의약품 지정 안돼"
이같은 상시적인 의약품 재분류 방안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원칙적으로 찬성하되,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가장 중요한 분류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이재호 의협 정책이사는 "적응증이나 부작용 때문에 외국에서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된 상당 수 의약품들이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 의사의 처방 없이 약국에서 판매되고 있다"며 "특히 성분 함량이 몇 분의 일로 줄었다고 해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해야 할 약품을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약국에서 직접 판매하고 있는 종합감기약 역시 단일제재 분류기준을 적용, 재분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복합제의 경우 다른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성분이 함께 투약되기 때문에 필요 없는 약까지 덤으로 복용하게 되어 질병을 악화시키거나 또 다른 발병을 유도할 소지가 있다"며 "의사의 정확한 진단 없이 복합제를 복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질병치료의 필수적인 치료제인 의약품을 지나치게 소비자의 선택권 측면과 판매의 용이성, 또는 경제적인 논리로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동일한 질환이라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 병력·체질·특이사항이 다르므로 연령금기·병용금기 등 의사의 전문적인 판단을 거친 의약품을 복용하는 것이 환자에게 안전하기 때문이다.

▲ 이재호 의협 정책이사.ⓒ의협신문 김선경
이재호 이사는 의미가 명확하지 않은 전문·일반의약품 용어 대신 '처방의약품·비처방의약품'이란 용어로 변경하고, 현행 2분류체계에 약국외 판매가 가능한 '일반판매의약품'을 추가하는 3분류체계로 개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와함께 의약학적 원칙에 충실한 의약품 분류를 위해 의약품 분류 관련 위원회나 연구진에 현재와 같이 협상을 전제로 같은 수의 의사·약사를 참여시키는 관행 보다, 전문지식과 학술적 판단 능력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복지부·약사회 입모아 "슈퍼판매 반대"
일반의약품 슈퍼판매에 대해 시민단체는 적극적인 찬성입장을 밝혔다. 정승준 경실련 정책위원은 "의약품 상시 재분류와 함께 OTC 도입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권용진 서울대학교 교수도 "약국의 의약품 판매독점권과 환자 자율성·소비자 선택권 중에 어느 것이 더 중요한 가치가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은 명확한 것"이라며 "약국이 아닌 장소에서 판매하면 국민이 의약품을 오남용할 것이라는 주장은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약국이 문을 닫는 야간 시간에는 약국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해열제 등 안전성이 확보된 의약품은 슈퍼 판매를 허용해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약사회와 보건복지가족부는 의약품 슈퍼판매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복지부는 매우 강경한 어조로 부정적인 의견을 쏟아냈다.

김충환 복지부 의약품정책과장은 "상시적 의약품 재분류 방안은 일반약 슈퍼판매 허용의 사전 포석에 불과하다"며 "이것이 친서민적, 친소비자적인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탈크 의약품 사태와 같이 위해의약품이 발생한 경우, 약국보다 영세하고 관리가 부실할 수 있는 슈퍼에서 판매한다면 신속한 회수가 가능할까?"라며 "(슈퍼판매 허용) 발상 자체가 반서민적"이라고 밝혔다. 또 "야간 시간대에 약국을 이용할 수 없어 불편하다면, 병원 응급실을 이용하거나 최소한의 가정상비약을 갖추면 된다"며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슈퍼판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논리를 반박했다.

김 과장은 "KDI가 제시한 방안은 복지부 주무과장 조차 이해가 가지 않는데 어떻게 진행될 수 있겠나"라며 "내가 '피투성이', '총알받이'가 되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 방안을 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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