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9 06:00 (월)
빅브라더 '전자 건강보험증' 다시 부상

빅브라더 '전자 건강보험증' 다시 부상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9.06.05 10:01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종이 건강보험증 대신 전자 건강보험증(스마트카드)을 도입하는 방안이 수면 위로 부상할 전망이다.

전자 건강보험증 사업은 4818만 명에 달하는 건강보험 가입자 전부가 대상이어서 각계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전자 건강보험증에 대해 찬성하는 그룹은 종이 보험증 발행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건강보험 가입자 식별을 통해 오남용과 부정사용을 방지하며, 진료정보를 활용함으로써 의료서비스의 질과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IT산업의 발전을 유도할 수 있으므로 헬스케어산업 육성 측면에서 스마트카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시민단체와 의료계 일각에서는 전자 보험증을 도입하면 개인정보는 물론 건강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있고, 정보의 독점관리로 인한 '빅브라더'의 출현이 우려된다며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국정감사 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종이 건강보험증은 한 해 동안 약 600∼700만 건이 발행되고 있다. 종이 건강보험증 발급비용은 2008년 한 해 동안에만 약 28억 원 가량 소요된 것으로 파악됐다.

오·남용 부정사업 방지 "찬성" VS 정보 유출 "반대"

지난 5월 29일 '보험증 대체카드 도입과 활용방안'을 주제로 열린 국민건강보험공단 주최 금요 조찬세미나에서도 전자 건강보험증 도입에 따른 장단점이 제시됐다.

▲ '보험증 대체카드 도입과 활용방안'을 주제로 열린 국민건강보험공단 주최 금요 조찬세미나. 좌측부터 김창보 건강세상네트워크 시민건강증진연구소장·김석일 가톨릭의대 교수·김주한 서울의대 교수·김석화 서울의대 교수.
주제발제를 맡은 김주한 서울의대 교수(생명정보의학·정보의학실장)는 프랑스·독일·대만 등의 스마트카드 도입 사례를 소개하며 "이들 나라의 경우에는 보험수혜정보와 알러지 정보 등 아주 단순한 내용을 적용했기에 성공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추진 중단 사례가 있는 만큼 이해 관계자들 간의 조율을 통해 단순한 정보를 담는 것에서부터 단계적으로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석화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소아성형외과)는 "본인인증·진찰권 기능·전자처방전·응급정보 저장·금융 업무 등 다기능 스마트카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수요자 중심의 편의성 증대를 위한 서비스와 의료산업 발전에 따른 다양한 서비스에 대처할 수 있도록 스마트카드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김창보 건강세상네트워크 시민건강증진연구소장은 "개인정보가 보험사로 유출돼 상업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경제위기로 실업자가 사상 최대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수 백억원의 건강보험 재정과 예산을 들이는 것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석일 가톨릭의대 교수(예방의학)는 "스마트카드는 장점이 많음에도 정부에서 도입시기와 방법을 잘못 택해 국민 불편을 초래하고, 귀찮은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종이 건강보험증을 대치하기 위한 용도라면 지갑 안에 넣고 다니는 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신용카드 등 여러 카드 외에 한 장의 카드를 더하는 것밖에 안된다"며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점 많지만 도입 시기·절차 심사숙고해야

건강보험증을 스마트카드으로 대체하는 방안은 지난 2001년 김원길 보건복지부 장관 재임 당시 의욕적으로 추진했으나,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한 시민단체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정부 차원의 스마트카드 도입 논의는 2007년 8월 행정자치부가 현재의 플라스틱 주민등록증을 대체하는 '전자주민증'을 선보이며 다시 급물살을 타기도 했으나 시민단체의 반발에 직면, 견본품만 선보인 채 논의가 중단됐다.

건보공단은 행자부의 전자주민증 도입과는 별도로 2007년 5월 건강보험증 개선 연구용역을 공모한데 이어 10월 19일 '건강보험증 개선을 위한 공청회'(주최 신우회계법인)를 열었다.

당시 공청회에서 건강보험증 개선 연구용역기관으로 낙점을 받은 신우회계법인은 "요양기관은 수급자 자격확인이 용이하고, 실시간 청구가 가능하다"며 "건보공단은 업무량이 줄어들고 자격점검 및 보험료 체납 여부 확인이 용이해 진료비 허위·부당 청구나 의료쇼핑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청회 개최 6일 뒤인 10월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통합민주신당 장복심 의원은 "건강보험증은 재발급량 과다로 행정력이 낭비되고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있으며 휴대나 보관이 불편해 개선해야 한다"며 전자 건강보험증 도입에 무게를 싣기도 했다.

한나라당 이애주 의원은 2008년 10월 29일 국정감사에서 종이 건강보험증을 대체하는 방안을 제안, 전자건강보험증 도입 문제를 다시 논의의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

당시 정형근 건보공단 이사장은 "개인정보 유출 문제만 해결된다면 IC카드를 보험증으로 대체토록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전자건강보험증 도입에 무게를 실었다.

정형근 이사장 "IC 건강보험카드 대체" 밝혀

▲ 한해 수십억원의 발급비용이 들어가는 종이 건강보험증의 필요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단순한 자격확인과 극히 일부의 질병정보를 담는 수준이라면 굳이 아까운 보험재정을 들여가며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지난 2002년 제주도에서는 종이 건강보험증을 폐지한 채 온라인으로 수진자 조회를 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한 적이 있고, 건보공단은 2007년 5월 1일부터 인터넷을 통해 수진자 자격확인 조회 서비스를 하고 있다.

2008년 3월 28일에는 국민건강보험법도 개정돼 건강보험증 대신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을 제시할 수 있는 조항이 신설됐다. 돈을 들여가며 종이 건강보험증을 만들어야 할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종이 건강보험증 없이도 자격 확인 가능

최근 건보공단은 행자부의 전자주민증 발급과는 별도로 마그네틱카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발급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도 문제다.

2009년 1/4분기 현재 건강보험 적용 대상자는 4818만 명. 카드발급 비용을 1명당 3000원씩만 잡아도 1445억원이 들며, 요양기관 7만 8829곳에 20만원 상당의 카드 판독기를 보급하자면 157억원이 더 필요하다. 여기에 프로그램 개발과 전산망 구축 비용 3000억원을 합하면 총 4600억원 가량의 예산이 필요하다.

카드발급 비용을 민자로 돌려 보험재정을 들이지 않는다고 해도 문제는 남아 있다. 카드를 발급하는 신용카드 회사는 초기 비용만 투자하면 총진료비 35조원의 1%를 수수료로 정하고 현금결제 1/3 정도를 제외한다고 해도 한해 2000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자 건강보험증 발급을 둘러싼 논란과 오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해 관계자와 단체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특히, 개인건강정보를 보호할 수 있도록 보안문제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지 않는한 전자 건강보험증 도입은 꺼내느니 못한 사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