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7 13:15 (토)
'의료사고 입증책임 전환' 치열한 공방

'의료사고 입증책임 전환' 치열한 공방

  • 이석영 기자 lsy@kma.org
  • 승인 2009.05.12 22:18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료계-시민단체, 라디오 토론회서 설전
"의사도 입증할 수 없는 의료사고 존재한다"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이 의료분쟁조정법안 발의를 추진 중인 가운데, 의료계와 시민단체가 의료사고 입증책임의 전환 문제를 놓고 토론회에서 충돌했다.

12일 방송된 KBS 제1라디오 '열린토론'에는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과 이경권 분당서울대병원 법무전담교수(변호사), 김태현 경제정의실천연합 정책국장, 이인재 의료소비자시민단연대 연구위원(변호사)이 나와 합리적인 의료분쟁 조정제도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밝혔다.

이날 토론의 최대 쟁점은 의료사고 입증책임을 의사에게 전환하는 내용을 법률에 명시하느냐 마느냐의 문제.

우봉식 실장은 "입증책임 의무를 전적으로 의사에게 부여하는 것은 의학기술이 더이상 진보가 없을 정도로 완벽해질 때나 가능한 일"이라며 "현대 의학으로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하는 의료사고에 대해서까지 의사가 자신의 무과실을 입증하라는 것은 공평타당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우 실장은 특히 "미국, 일본 등 세계 모든 국가에서 1차적인 과실입증 책임은 환자측이 지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환자는 일반인의 수준에서 의사의 과실을, 의사는 전문가적 수준에서 자신의 무과실을 각각 입증하면 되는 것이지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입증책임을 진다는 내용을 법에 명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이경권 변호사는 "입증책임 전환 규정을 개별법이 넣는 경우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로서 극히 드물다"라며 법체계상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의료사고에서는 환자와 마찬가지로 의사 역시 입증할 방법이 없다"면서 "무과실을 입증하라는 것은 입증하지 말라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태현 국장은 환자의 입증책임을 덜어주는 법원의 최근 판례 경향과 무관하게 입증책임의 전환은 법적으로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국장은 "의사와 환자 사이의 의료정보 불균형과 전문성 차이는 극복할 수 없는 것"이라며 "의사의 무과실 입증 의무를 제도화하고 이를 통해 배상으로 이어지는 것이 형평에 맞다"고 밝혔다.

이인재 변호사 역시 "입증책임을 의사에게 전환하는 것만이 의료분쟁 조정의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이는 의료인을 범죄인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사고 피해 책임에 대한 분담 방법을 합리적으로 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봉식 실장 "가장 중요한 것은 상호 신뢰"
이날 토론회에서는 시민단체측이 의무기록의 위조·변조 가능성, 의료감정의뢰서의 편파성 문제를 제기해 의료계측 토론자가 반발하기도 했다.

김태현 국장은 "의료사고 조사의 기초자료인 진료기록을 의사가 추가 기재하거나 임의 변조하는 경우가 있다"고 주장했으며, 이인재 변호사는 재판부 판단의 중요한 근거인 의료감정서를 의사가 쓰기 때문에 신뢰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에 대해 우봉식 실장은 "의무기록의 위·변조 의혹은 의료인에 대한 불신의 소산"이라며 "중증 의료사고는 대부분 종합병원에서 일어나는데, 대부분 종합병원은 전산시스템으로 의무기록을 작성하기 때문에 누가, 언제 수정했는지 기록이 남게된다"고 반박했다.

우 실장은 또 "어떤 의사도 의학적 근거 없이 터무니없는 의료감정서를 쓰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며 "의사들을 기록 조작이나 하는 파렴치범으로 몰거나, 전문가의 의견을 불신하는 태도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관계를 깨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29살 젊은 의사가 병원 경영난으로 자살하는 등 매년 10명 이상의 의사들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며 "중소병원 도산율이 9%에 이를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의사는 국민의 건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돈'...재원확보 방법이 핵심
이경권 변호사는 의료분쟁 조정의 핵심은 '배상'에 있으며, 이를 위한 재원 확보 방안을 마련하는게 우선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의료사고 피해자에게 만족할 만한 배상만 이뤄진다면 입증책임 전환이나 형사처벌 특례, 반의사 불벌제도 같은 사안으로 갈등을 빚을 필요가 없다는 것. 결론이 나지 않는 소모적인 논쟁을 중단하고 가장 현실적인 부분에서 해결방안을 찾자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현재 의료행위의 위험도에 따른 상대가치점수를 통해 수가에 반영되는 돈의 규모가 약 2000억원 정도인데, 이정도 금액이면 매년 발생하는 크고 작은 의료사고의 배상금액 규모와 비슷하다"며 "이 금액을 기금화 해서 의료분쟁이 발생했을 때 적정하게 처리하는 배상체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