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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의협회장 '직선제' 도마 위 오르다

coverstory 의협회장 '직선제' 도마 위 오르다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09.04.1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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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의협총회 정관개정안 상정

Cover Story

김선경 기자 photo@kma.org
직선 대한의사협회 회장선거 방식인 우편투표가 폐기처분될 운명에 놓였다. 2001년 이후 의협 회장 선출방식으로 채택되며 나름 호사(?)를 누렸지만 대리투표 우려와 비밀선거 원칙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부딪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판이다.

당장 서울특별시의사회와 부산광역시의사회 등 9개 지역 의사회와 대한의학회·대한전공의협의회는 26일 열릴 의협 대의원회 정기총회에 정관개정안으로 새로운 선거 방식을 상정했다.

우편투표는 회장 직선제가 도입된 2001년 7월 28일 임시총회에서 채택됐다.

이윤성 서울의대 교수는 "우편투표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당시에도 있었지만 직선제를 반드시 통과시켜야 하는 분위기에서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우편투표였다"고 회상했다.

2001년 여름 의료계를 뒤흔든 투쟁 과정에서 직선제 쟁취가 절체절명의 개혁과제로 떠오르다 보니 방식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기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회장 직선제를 포함해 의협 개혁안을 주도했던 '의협개혁추진위원회' 위원이었으며 '정관개정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 우편투표 방식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안은 우편투표 방식을 폐기하고 대리투표 우려가 없거나 상대적으로 적은 대안을 마련하자는 것. 대전협이 제안했다.

두번 째 안은 이판에 아주 회장 직선제를 폐기하고 간선제로 전환하자는 안이다. 의학회가 제안한 선거인단 투표방식이 이에 해당된다.

26일 열릴 대의원 총회에서는 이 두 가지 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대전협의 안은 직선제 유지를, 의학회 안은 간선제 전환을 토대로 하고 있어 우편투표의 개선으로 시작된 논의가 직·간선제에 대한 이슈로 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진짜(?) 직선제 하자…그런데 비용은?

대전협이 제기한 개정안의 핵심은 모든 회원들이 기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 대리투표 우려는 물론 민주주의 선거 4원칙이 그대로 보장되는 깔끔한 방식이다.

대전협은 전국을 8곳 선거구로 나눠 순차적으로 선거구별로 투표를 치르자고 제안했다. 미국 대통령 후보 결정방식이나 2003년 대선 후보를 결정했던 우리나라 민주당의 전당대회를 떠올리면 된다.

8곳의 선거구별로 돌아가며 투표를 치르기 때문에 선거 관리도 전국 투표소에서 한꺼번에 투표할 때 보다 여유가 있다. 선거구마다 유권자가 모여 투표하고 결과를 그날그날 발표하는 방식이어서 흥행몰이도 가능할 것이란 기대도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기표소 투표에 들게 될 비용과 전국 방방곡곡에 설치될 기표소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현실적인 장벽이 앞을 막는다.

이윤성 교수는 기표소 하나를 운영하기 위해 최소한 4~6명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투표함을 옮기고 하루종일 기표소를 관리하는데 필요한 인력이다.

투표함의 보안과 안전에 대한 비용까지 고려할 경우 추가비용은 더욱 늘어난다. 후보가 동원하는 입회인들에 대한 비용은 제외하고 기표소 당 적어도 100만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측했다.

대전협은 유권자 100명 당 기표소 1곳의 원칙을 세웠다. 직선제 선거의 유권자가 대략 4만명 전후인 것을 감안하면 기표소 400곳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번 선거에 최소 4억원이 든다.

우편투표에 들어가는 비용이 1억2000만원 정도다. 물론 대전협은 기존 직원들을 최대한 동원하고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하면 상당부분 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정승진 대전협 회장은 우편투표보다 다소 돈이 들더라도 대리투표의 우려를 없애고 선거방식의 정당성을 획득해 의협 회무의 신뢰와 안정성을 높여 의료계가 얻게 될 이익을 고려하면 지불하지 못할 액수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회원들이 늘어난 비용을 기꺼이 지불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기표소 투표에 대한 비용 문제가 걸림돌로 떠오르자 해결책으로 인터넷 투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수년 전부터 회장을 인터넷 투표로 뽑고 있다. 초기 프로그램 구축비용만 부담하면 관리비용은 기표소 투표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그러나 공중보건의사협의회 회장선거와 의협 회장선거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의협 회장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보안에 대해 만만치 않은 비용을 들여야 한다. 보안책이 하나씩 추가될 수록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문제는 비용을 아무리 들여도 해킹의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다는 것과 인터넷 투표 역시 대리투표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

 

간선제를 주장하는 의학회나 직선제 유지를 주장하는 대전협이 모두 인터넷 투표에 대해 부정적인 이유다.

2007년 의협 대의원 정기총회에서 법정관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해 대의원회 정기총회에 상정조차 하지 못한 전례도 인터넷 투표의 채택 가능성을 떨어뜨린다. 상정조차되지 않은 이유는 물론 해킹의 위험과 대리투표에 취약하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간선제의 화려한 귀환…"예전 간선제가 아니네?"

기표소 투표를 포함한 회장 직선제 유지 방안이 만만치 않자 간선제안이 주목받고 있다. 26일 열릴 대의원 정기총회에 서울시의사회를 비롯해 9개 지역의사회와 의학회 등이 제안한 안이 간선제다.

새로 주목받는 간선제는 과거 대의원들이 회장을 뽑던 방식과는 다르다. 의학회안은 의협 회장선거를 위해 선거인단을 따로 구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정관상 규정된 대의원 250명에 350명의 선거인단을 따로 뽑아 합친 600명이 회장을 선출하도록 하자는 구상이다.

350명의 선거인단은 16개 시도의사회에서 회원 수 혹은 회비 납부율에 비례해 238명을 뽑고 350명의 30%인 105명은 종합병원 봉직의들로 구성한다는 안이다. 봉직의에는 교수와 전공의 등이 포함된다.

간선제의 성공여부는 일반 회원들의 민심을 정확히 반영할 수 있는 선출 모델을 얼마만큼 정교하게 디자인할 수 있는가에 달렸다. 적정 규모의 선거인단을 도출하고 선거인단 구성을 어떻게 해낼 것인가가 핵심이다.

의학회는 일단 600명을 적정한 선거인단 규모로 봤지만 과학적인 근거를 두고 도출했다기 보다는 이정도면 괜찮지 않겠느냐는 의견으로서 의미가 있다.

선거인단 구성은 현 대의원 배분비율을 참고해 직역별 혹은 지역별로 나누거나 무작위로 뽑자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회원들이 직접선거를 통해 선출하게 하자는 안도 고려 중이다.

의학회는 간선제의 핵심인 선거인단 구성비와 적정 선거인단 수에 대해서 아무 것도 확정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이번에 제출한 간선제안은 대강의 밑그림만을 보여주려는 시도며 구체적인 안은 관련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원칙에 맞는 대안으로 완성시키자는 생각이다.

최종상 의학회 부회장은 "반드시 의학회안으로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열린 논의구조를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전협측도 특정 직역에 대한 배제없는 '보통선거'만 보장된다면 못받아들일 것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특히 최 부회장은 대의원회에 다시 회장 선출권을 준다는 의미도 있어 전면적인 기표소 투표 실시보다 대의원들이 선호하는 현실적인 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선거인단을 구성하지 말고 대의원을 국회의원처럼 회원들이 직접 뽑아 선출된 대의원들이 회장을 선출하도록 하자는 완전한 대의제도 상정안과는 상관없이 회자되고 있다.

회원들에 의해 직접 선출된 대의원들이 회장을 선출하게 되므로 지명된 대의원이 회장을 뽑던 과거 간선제 방식에 비해 진일보해 보인다.

하지만 간선제 역시 100점짜리 대안은 아니다. 간선제 실시가 출신학교별로 이합집산하는 패거리 정치를 재현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선거가 정책 대결보다 출신학교나 정치적인 거래로 좌지우지될 경우 의료계의 민주화 수준이 퇴보할 것은 자명하다.

 "선거 과정이 수고스럽다고 큰 고민없이 간선제로 회귀할 경우 자칫 3번에 걸친 총회개최 끝에 어렵게 얻은 회장 직선제의 성과를 날려버릴 수 있다"는 의료계 한 관계자의 지적은 이같은 우려를 반영하는 것이다.

見指忘月, 뭐가 '달'이고 뭐가 '손가락'인가?

우편투표의 기술적인 문제로 촉발된 의협 회장선거 방식에 대한 논의가 회장 선출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로 확대되고 있다.

2001년 직선제 개정이후 모처럼 의협 구조개편에 대한 논의가 힘을 받는 양상이다. 가능한 한 많은 회원들이 의견을 내고 활발한 토의과정을 거쳐 최선의 제도를 만들기 위한 의협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인다.

견지망월(見指忘月).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느라 정작 달은 보지 못한다는 고사성어다. 직선제 혹은 간선제 논의는 회원들의 의협에 대한 참여와 관심을 어떻게 높일 것이냐, 나아가 의협의 민주화 수준을 어떻게 향상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본질이다.

이번 개편논의가 기술적인 선거방법에 대한 논쟁에 머문다면 의료계는 달이 아니라 손가락만 쳐다보는 우를 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의협과 의료계에 대해 무관심과 냉소가 팽배해지고 있는 지금 회원들의 관심을 회복하고 연대를 강화시키기 위한 방안 마련까지 직·간선제 논의를 확장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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