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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하모니카

천국의 하모니카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8.07.17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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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범석 지음 Human & Books 펴냄 1만2500원
책을 소개하는 것은 짧게나마 작가의 숨결을 느끼며 의미를 나누고 생각을 함께 할 수 있기에 항상 벅차다. 게다가 혹시 다른 이에게 책이 알려지는 계기가 된다면 그 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런 마음가짐은 책쓴이가 보여주고 싶은 진실에 접근하기보다는 틀에 박힌 표현으로 글잣수 채우기에만 급급하게 만들기도 한다. 현학적인 미사여구와 정제되지 않은 감정도 한 몫 한다. 더욱 기막히는 일은 어느 틈엔가 겉핥기 습성이 몸에 배어 대충으로 모든 것을 얘기하는 버릇이 생긴 것이다(물론 필자 얘기다).

우리 신문은 의료인의 보는 매체이기에 책소개 지면은 대부분 의학 관련 학술서적으로 채워진다. 물론 가끔식 전해지는 신변잡기와 다른 분야지만 너무나도 전문적이어서 신기하고 존경스러운 '외도'의 결과물도 있다. "어떻게 이 정도까지…" 뭐 이쯤되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오랜만에 그에 못지 않게 마음이 움직꺼리는 책을 만났다.

<천국의 하모니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느낌은? '사랑은 움직인다' 혹은 '사랑을 나누면 희망이 된다'랄까…. 그랬으면 한다.

이 책을 낸 편집자의 말을 그대로 옮긴다.

우연히,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한 뭉치의 원고가 투고되었습니다. 원고 상단에 '김영갑의 <그 섬에 내가 있었네>를 만든 출판사여서 투고합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뭐 그렇고 그런 원고겠지 생각하고 느긋한 자세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몇시간, 원고를 읽는 나의 눈은 끊이지 않는 눈물로 젖어들어갔습니다. 한하운의 '보리피리'의 서정과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의 리얼리티를 합친 것 같은 감동이었습니다.

 <천국의 하모니카>에는 뭐가 담겨 있을까? 지은이는 김범석(국립보건원 공중보건의)이다. 공보의 근무를 소록도로 자원해 아내와 어린 딸이 함께 지낸 1년간의 기록이다. 이 책은 '그럴 수도 있겠다'는 편견과 선입견을 무너트린다.

소록도. 거주자 평균 연령 74세. 남들 다 있는 눈·코·입도 없고 수저 잡을 손가락도 남아 있지 않지만 그래도 의미있게 사는 사람들.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의지할 곳 없는 사람들끼리 마음 주고, 정 주고 가족처럼 사는 사람들. 그들에게서 사랑을 배우고 가족을 느끼는 곳이다.

이 책은 한 청년의사의 아름다운 몸짓이 배어 있는 진솔한 이야기이다. 책 속의 그들은 평범한 삶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그래서 사람대접도 제대로 받은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사랑하며 베풀며 열심히 살고 있지만 한 때 멸시받았던 아픔이 채 가시지도 않은 채 지금은 잊혀져서 더욱 슬픈 우리 이웃이다.

<천국의 하모니카>에 담긴 '천국의 하모니카'를 비롯한 서른여섯편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삶과 사랑을 되새기게 한다.

자신은 병에 걸리지 않았지만 차마 남편과 헤어질 수 없어 스스로 병에 걸렸다고 속여 섬에 들어 온 할머니. 피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피붙이보다 더 살갑게 정을 나누는 어머니와 아들. 병에 걸린 아들을 찾아 섬에 들어와 숨어 산 어머니와 그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시신을 차마 섬에 모실 수 없어 시신을 밖으로 옮길 수 없다는 규칙을 어긴 아들…. 그들의 삶과 애환이 고스란히 여기 남아 있다.

제3회 보령의사수필문학상 대상 수상자이기도 한 지은이는 <에세이문학>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한 후 한국의사수필가협회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다른 저서로는 <진료실에서 못 다한 항암치료 이야기>가 있다.

진료실에서 가정에서 또 다른 곳에서 힘들고 지치고 어려울 때, 아픈 현실에 목이 메이고 마음이 찢겨 가슴 저밀 때, 세상의 모든 걱정이 다가올 때, 사랑하고 싶은 데 방법을 모를 때, 내가 누구인지 궁금할 때…. 이 책은 좋은 처방전이다(☎02-6327-3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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