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 3000원
인체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탯줄'의 의미와 중요성은 어렴풋이나마 느낄 것으로 생각된다.
임신기간 동안 태아의 생명을 유지시켜 준 생명줄이 바로 탯줄이며, 이를 모체로 부터 절단해야 하는 순간은 하나의 개체로서 새 생명의 분리·독립을 의미한다.
김영균 원장(경기 부천·5050클리닉)의 저서 <탯줄코드>는 이처럼 중요한 탯줄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해부학·생리학 등 의학분야는 물론 동서고금의 종교·민속·신앙·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방대한 지식으로 탯줄에 접근하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접근을 시작한 분야는 다양하지만, 도착지는 한 곳이라는 점이다. 세상의 다른 진리가 그렇듯 탯줄에 있어서도 결국은 한 곳으로 귀착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한 예로 중국의 '복희여와도'를 들 수 있다. 창세신화에 등장하는 신적 존재 '여와'는 황토를 이용해 인류를 만들어낸 창조주이고, 인간에게 동물의 고기를 익혀서 먹는 법을 가르쳐 준 '복희'는 8괘를 만들어 인간사회의 길흉을 점치고 문자를 발명했으며 여와와 혼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그림에서 복희와 여와의 하반신이 뱀으로 표현돼 있으며 서로 나선형의 새끼줄 모습으로 꼬여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 이 책이고, 이를 탯줄로 해석한 것이 이 책이다. 더구나 이 꼬임이 전형적인 왼새끼 형식이라는 점을 처음 밝힘으로써 관련학계에서도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인간태아의 정상적 탯줄은 대부분 오른새끼 형식이며, 왼새끼 형식을 가질 경우 상대적으로 전치태반이나 임신후반기 출혈의 빈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민속에서 아이를 낳은 집에 걸어두는 금줄도 왼새끼 형식으로, 이는 '신성' 보다는 '금기'의 개념으로 액막이 기능을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복희여와도의 하반신 뱀꼬임과 우리 민속의 금줄과 인간탯줄의 관계가 드러날 수록 탯줄이 갖는 경이로움에 감탄하게 하는 책이다.
의학·인류학·고고학 및 예술사를 통해 탯줄의 모든 것을 고찰하고 있는 이 책은 접근방법의 다양함 만큼이나 다양한 영역의 독자들에게 신선하고 의미있게 다가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