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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CEO가 본 <식코> 후기

중소기업 CEO가 본 <식코> 후기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8.04.3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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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곤 미래테크주식회사 대표이사

민간의료보험의 폐해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의 파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식코'는 의료계에 몇가지 생각해볼 메시지를 던져주었다.의료계에서는 최근 순천시의사회가 단체 관람을 한다고 해 화제가 됐다. 이에 본지는 의사 3명과 일반인 1명의 영화 관람 후기를 4회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주>.

얼마전 순천시의사회 지인의 초대로 가족들과 함께 식코를 보러 갔다. 필자는 마이클 무어 감독의 <더빅원> <화씨 9/11>을 이미 보고 난 후라 이 영화를 보기 전 은근히 걱정을 하고 상영관을 찾았다.

'마이클 무어 감독 특유의 일방적인 결론과 약간은 선정적이고 단순한 고발 영화이겠지' 하며 큰 기대는 안 했다. 무어 감독은 <식코>를 통해 초강대국인 미국 민영의료보험제도의 폐해와 대다수 민영의료보험 가입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어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미국 정부와 돈벌레 같은 민간의료보험회사, 그리고 그들과 검은 커넥션으로 결탁된 썩은 정치인들을 신랄하게 고발하는 영화라서 그런지 통쾌했다. 하지만 정작 영화관을 나설 때는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민영의료보험제도가 갑자기 머릿속에 오버랩되며 피보험자인 필자와 우리 가족 모두에게도 닥칠 수 있는 현실 일거라는 불안한 생각에 금새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 영화의 모든 것을 칭찬하고 싶지는 않다. 억지스러움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영화 내내 미국의 현행 의료보험제도를 일방적으로 비판하기 위해 영화 속 인터뷰 대부분은 짜맞추기식 질문과 편향된 인터뷰 그룹설정을 통해 객관성을 떨어뜨렸다. 억지스러움의 백미는 적대국 쿠바까지 아픈 환자들을 데리고 가서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의 이른바 사회주의식 의료보험제도와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의 민영의료보험 제도를 단순 비교하며 감성에 호소하는 장면은 영화의 완성도와 설득력을 떨어뜨리는 '옥에 티'였지 않나 싶다.

그럼에도 식코는 잘못된 민영의료보험제도가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미치는 피해를 경험하게 해주고 의료상식이 없는 우리의 눈높이를 맞춰준 유일한 영화라는데 점수를 주고 싶다.

늘 정치인을 직접 공격하고 비판의 칼날을 휘두르던 마이클 무어 감독이 이번 <식코>라는 영화를 통해서는 늘 그가 적대시 하던 썩은 정치인에게 시비를 걸지도 않았고 직접 공격하지도 않았다. 또한 그들을 찾아가 독설을 품으며 인터뷰하지도 않았다. 왜 그랬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을 설득하여 잘못된 의료보험제도를 바꾸기 보다는 그들로 인해 고통 받는 대다수의 힘없고 빽 없는 피보험자들의 고통과 아픈 현실을 영화라는 형식을 통해 고발하여 결국 그 썩은 위정자들을 표로 응징해서 쫓아내자는 그 나름의 문제 해법 제안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필자는 의료전문가도 정치인도 아니다. 버는 만큼 적당히 의료보험료 내고 영화 속 미국인 보다는 조금 나은 의료보험혜택에 만족하는 평범한 국민건강 보험공단 '피보험자'이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뉴스에서 자주 나오는 '민간 의료보험' 도입이 뭔지 '당연지정제'가 뭔지 전혀 관심도 없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런 필자가 <식코>를 보고 나서 피보험자로서의 내 권리, 내 가족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새 정부의 의료보험 민영화 정책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생존본능과 위기의식을 느꼈다면 엄살일까?

<식코>를 보고 난 후 피보험자로서 요즘 없던 고민이 하나 생겼다. 영화 속 인터뷰 중 흑인여자가 어릴 적 곰팡이균 감염 같은 우리 일상에서 너무 흔한 질병을 미리 보험회사에 고지하지 않고 보험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큰 수술을 받고도 민영건강보험회사로부터 수술비 지급 거절을 당하는 장면이 나온다. 조금 다른 경우이지만 필자도 지금 몇 년째 국내 굴지의 보험회사에 변형된 의료보험 형태의 의료비보장 건강 보험을 들고 있다. 그런데 그 보험을 들기 전 무좀이 있었던 큰 병력(?)을 보험회사에 미처 사전고지 하지 않았던 것이다.

만에 하나 우리나라도 민영의료보험이 시작된다면 필자가 아파서 수술이라도 했을 때 영화에서처럼 사전고지 의무 위반으로 보험회사로부터 수술비 지급 거절을 당하면 어쩌나? 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해봤다. 제발 쓸데없는 걱정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필자의 솔직한 심정이다.

이 영화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만약 부패한 위정자(爲政者)들이 이익에만 눈이 먼 민영의료보험회사와 결탁하여 국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의료보험민영화를 밀어 붙인다면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국가에 세금을 납부하고 건강보험공단에 보험료를 내고 있는 국민이면서 동시에 피보험자인 나와 내 가족의 생명을 오직 돈벌이에만 혈안이 될 민간 의료보험회사에 떠 넘겨 헌법에서도 보장된 국민의 '건강행복추구권' 마저 박탈하는 무책임한 새 정부가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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