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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미용기기, 속내는 의료기기?

무늬만 미용기기, 속내는 의료기기?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8.01.1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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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미용사제도 불법의료 양성화 '위험' (상)

▲ 환자는 포진상 습진이었는데 미용소에서 여드름이라고 불법 진단받고 필링을 받은 후 악화된 상태.

올해부터 피부미용사 국가자격증 시대가 열렸다. 1일부터 공중위생관리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이 적용됨에 따라 올해 하반기중 미용사 국가기술자격시험이 실시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그동안 미용업소의 불법의료행위가 횡행하는 등 소비자 피해 사례가 많아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피부미용사제도 도입 취지를 밝혔다. 국가로부터 자격증을 받게 된 피부미용사들은 전문성을 더 강화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반색하고 있다.

문제는 자격시험 기준을 설정하기 위해 피부미용사 업무범위 및 피부미용기기 사용 근거를 논의하면서 피부미용사단체와 의료계 및 유관단체가 마찰을 빚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계 입장에서 보면 지난해 하반기는 피부미용사의 업무범위를 놓고 갈등을 겪었다면, 올해는 미용기기 사용 기준을 놓고 한바탕 진통을 겪어야 할 상황에 놓였다. 피부미용사 자격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이며 피부미용사와 의료인 및 소비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대책은 무엇인지 두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 편집자주 ]

 

불법의료행위 감시 위해 신설

● 환자 A씨의 얼굴이 벌개진 사연

2005년 9월. 서울에 사는 30대 여성 A씨는 서울의 한 피부관리실에서 70만원을 내고 레이저 크리스탈 필링 시술을 받았다. 그런데 필링 시술 후 얼굴이 붓고 피부 손상이 심해져서 피부관리실에 항의했더니 "3개월 정도 지나면 괜찮다"는 답변을 들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나자 피부 손상이 더 심하고 얼굴이 울긋불긋해져 피부과에 가보니 피부가 손상되고 염증이 생겼다고 진단했다.

● 의사 B씨의 속이 뒤집어진 사연

2007년 6월 23세의 한 여자 환자가 내원했다. 열흘 전 집에서 각질제거를 했다는데 itching erythema가 발생해 있었다. B씨는 먹는 약과 연고를 처방해주면서 당분간 화장품 사용을 줄이라고 말했다. 환자가 아는 피부관리숍에서 마사지를 받아도 되느냐고 묻길래, 피부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 자극이 될 수 있으므로 가지 말라고 했다. 3주쯤 뒤 다시 내원한 환자는 안면홍반이 더 심하고 붓기에 진물까지 생겨 있었다. 환자는 좀 괜찮아지는 것 같아 며칠 전 피부관리숍에서 '천연 쑥 마사지'를 받았는데 그 뒤로 악화됐다고 하소연했다. 의사 B씨는 환자의 다음과 같은 말에 속이 뒤집어졌다.

"피부관리사가 천연 시술이라 안전하다며, 병원에서 처방받은 연고는 오래 쓰면 절대 안 되니 사용하지 말라고 했어요. 피부가 안 좋아져서 전화해서 따졌더니 피부관리사는 뜨거운 물에 세수해서 그런 거라며…"

피부미용업소에서의 불법 의료행위 사례는 갈수록 많이 발견되고 있다. 점빼기·문신 등 일반적인 시술에서부터 A씨처럼 아예 피부박피(필링)시술을 받기도 한다. B씨 환자가 찾아간 곳처럼 아예 피부관리사가 의사 대신 '진단'과 '설명'을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소비자시민모임이 2006년 4~5월 두 달간 서울시내 피부미용 및 체형관리업소 103곳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상당수의 미용업소에서 피부박피 시술 등 불법적인 의료행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표 1 참조>.

<표 1 >

 

한 다

안한다

소개해줄 수 있다

문 신

19(18.4%)

64(62.1%)

20(19.4%)

박피(필링)

37(35.9%)

66(64.1%)

 

초음파기기 사용

41(39.8%)

61(60.2%)

 

레이저 시술

16(15.5%)

87(84.5%)

 

콜라겐.보톡스 주사

2(1.9%)

93(90.3%)

8(7.8%)

부 황

23(22.3%)

80(77.7%)

 

수지침

3(2.9%)

100(97.1%)

 

※ 서울시내 미용업소 불법의료행위 여부(총 103곳 조사, 소시모), 2006. 6

이들 미용업소는 화장품이나 천연 마사지 제품을 이용한 피부관리만 할 수 있는데도, 피부박피는 물론 초음파 기기를 사용하는가 하면 콜라겐·보톡스 주사를 직접 놓기도 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가 입었다. 한국소비자원이 2002년 1~6월까지 접수한 피부미용 및 체형·비만관리 서비스의 부작용 상담사례(100건)를 분석한 결과 부작용 피해자의 62%가 병·의원 치료를 받았고, 49%는 치료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흉터·피부변색 등의 흔적이 남은 것으로 조사됐다.

복지부가 피부미용사 자격제도를 실시키로 한 가장 큰 이유는 이러한 미용업소의 불법의료행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다. 특히 그동안 경찰에서 맡아왔던 미용업소의 불법의료행위 단속을 복지부에서 맡아 제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피부미용사들이 불법적으로 해 오던 시술 중 일부에 '합법화'의 날개를 달아주는 결과를 낳게 생겼다. 피부미용사의 업무범위나 미용기기 사용 범위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피부미용사들이 의료 영역을 침범할 소지가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불법'을 '합법화'…의료영역 침범할 판

① [피부미용사 업무정의]…"절반의 성공"

피부미용사 자격제도가 신설되면 기존의 미용사는 두 분야로 나눠진다. 머리 및 손·발톱을 관리하는 '일반미용사'와 피부만을 관리하는 '피부미용사'로 구분되는 것이다. 기존의 미용사는 이 모두를 관리하면서 민간기관에서 면허를 받아왔다<표 2 참조>.

<표 1 > 미용사의 세부 업무기준(안)

(민간발급)

미용사: 2007년 12월 31일 이전 미용사 면허를 받은 자. 파마·머리카락자르기 등 머리관리, 손·발톱 관리, 피부관리 모두 가능

2008년 이후
자격제도
(국가발급)

 미용사(일반): 파마·머리카락자르기·머리카락모양내기·머리피부손질·머리카락 염색·머리감기기, 손톱과 발톱의 손질 및 화장, 눈썹손질, 얼굴의 손질 및 화장

미용사(피부) : 신체의 피부를 아름답게 유지·보호·개선하기 위하여 질환적 피부를 제외한 피부상태를 분석하고, 화장품이나 미용기기를 이용하여 제모·눈썹손질·피부관리(클렌징·각질제거·팩·화장품의 흡수를 돕는 행위 등).

※ 의협, 피개협 입장 ▲ '질환적 피부 제외' 명시 (반영)
                               ▲ '분석' → '관찰'로 문구변경 (거부됨)
                               ▲ '개선' 문구 삭제 (거부됨)

이중 피부미용사 업무정의를 두고 의료계와 피부미용사회는 갈등을 빚어왔다. 애초 복지부가 지난해 4월 공포한 안에는 '질환적 피부를 제외한'이라는 문구가 없었다. 대한피부과개원의협의회(피개협)를 비롯한 의료계는 "피부미용사들은 '정상 피부'만을 만져야지 병적 치료가 가능한 피부까지 만져서는 절대 안 된다"는 주장을 폈다.

복지부는 "법안에는 당연히 '정상피부'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맞서다가 결국 지난해 12월 말 마지막 수정안에서 이 문구를 집어넣어 피부미용사들이 정상피부만을 관리할 수 있도록 명확히 했다.

하지만 피부상태를 '분석'이 아니라 '관찰'하도록 하자는 의료계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승경 피개협 회장은 "여러차례 회의에서 '관찰'로 문구를 바꾸자고 주장했지만 복지부 담당자는 이전의 공중위생관리법에도 '분석'이라고 정의돼 있다며 입장을 고수했다"고 전했다.

임이석 피개협 기획정책 이사는 "업무정의에서 피부를 '개선'한다는 말도 문제"라며 "피부미용사들이 국민들의 피부를 보호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개선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한승경 회장은 "지난 해 여름 이후 다섯 달 동안 이 문제로 정말 많이 시달렸다"며 "그나마 질환적 피부를 제외한다는 문구를 넣을 수 있게 돼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고 말했다.

② [미용기기 범위]…"올해 전쟁 치를 듯"

피부미용사의 업무정의 논란은 미용기기 문제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피부미용사들이 사용할 수 있는 미용기기 범위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미용사와 의사, 미용사와 물리치료사 간의 마찰 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피부미용사들이 사용할 수 있는 미용기기에 관한 세부사항은 향후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기로 했다<표 3 참조>.

<표 3 > 미용기기 규정방안(안)

※ 공중위생관리법 제2조에 '미용기기' 정의 신설

'미용기기'라 함은 얼굴·머리·피부 등을 손질하여 외모를 아름답게 꾸미기 위하여 사용되는 기구·기계·장치·재료 또는 이와 유사한 제품을 말한다. 다만, 미용기기의 범위 및 세부기준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

※ 공중위생관리법 제4조 개정

1. 미용기기와 화장품만을 사용한 순수한 화장 또는 피부미용을 할 것
2. 점빼기·귓불뚫기·쌍꺼풀 수술·문신·박피술 그밖에 이와 유사한 의료행위를 하지 아니할 것

올해 각 단체 관계자들이 참여한 '미용기기 분리위원회'(가칭)가 꾸려져 미용기기에 관한 세부규정을 본격 논의할 방침이어서 한 차례 큰 홍역을 앓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재 의료기기 범위에 있는 기기중 어디까지를 미용기기로 허용하느냐를 두고 논란이 거셀 전망이다.

의료계에서는 처음에는 아예 '미용기기법'을 따로 만들어 의료기기와 상충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복지부와 법제처 등 정부에서는 "피부미용사 자격제도 때문에 법까지 새로 만들 수는 없는 일"이라며 반대해 무산됐다.

의료계에서는 미용기기를 품목별로 일일이 따져 '치료용'과 '미용목적용'을 명확히 구분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한승경 회장은 "원칙적으로는 피부미용사들은 순전히 손으로만 피부관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전문대학이나 상업고등학교에서 기기실습 교육을 받고 있는 학과가 있는 만큼 미용기기를 선별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회장은 "다만 지금도 피부미용사들이 고주파 치료기 등 질환 치료용 기기를 무분별하게 사용해 부작용이 심한 만큼 질환 치료용과 미용 목적의 기기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현재 의료기기로 분류된 제품 중 '미용목적만으로만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의사의 지도·감독 아래 피부미용사가 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고 의견을 제출했다.

대한물리치료사협회도 피부미용사의 미용기기 사용에 대해 난색을 드러냈다. 박래준 물리치료사협회장은 "현재 피부미용실에서 사용하고 있는 의료기기는 대부분 물리치료사가 사용하는 기기인데, 물리치료사에 비해 미용사의 교육시간은 현저하게 부족한데도 동일 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반대입장을 밝혔다.

미용사회…"기능 낮춰 미용기기로 쓰겠다"

미용실에서 파견나왔다는 가짜 의사에게서 검버섯 레이저 치료를 받고 악화된 상태.

미용사 측에서는 당연히 미용기기 범위를 넓히자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질환치료와 미용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다는 데 있는데, 미용사 측에서는 두 가지 이유를 들어 미용기기 범위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우선 외국에서는 미용사들이 의료기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논리다. 조수경 한국피부미용사회장은 "외국의 경우 미용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하고 있는 예가 많듯이, 법안에서 의료기기를 미용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승경 회장은 "피부미용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하도록 허가된 나라들의 경우 기기 교육과정이 매우 엄격한데, 지금 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내용에 따르면 피부미용사 자격제도만 있지 기기교육 의무 내용은 없다"고 반박했다.

피부미용사회가 내세우는 두 번째 논리는 질병 치료용 의료기기의 기능을 낮춰서 미용 목적으로만 사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어떤 기기를 사용하느냐가 아니라 그것을 무슨 목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사용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가령 고주파치료기의 경우 온도를 낮춰서 미용기기용으로 만들면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한승경 회장은 "고주파치료기는 피부 섬유조직에 도달해 온도가 40℃까지 올라가야 콜라겐이 형성되는데, 온도를 낮춰서 사용하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며 "환자 입장에서는 고주파치료를 받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치료를 받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의료계에서는 미용기기를 품목별로 하나하나 심의해서 피부미용사들이 사용할 수 있는 기기를 선별해야 한다는 '품목별 제한' 주장을 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도 자칫 의료기기를 미용기기로 분류했다가 부작용이 생기면 골치이므로 의료계의 입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류시한 식약청 의료기기안전정책팀장은 "미용사의 미용기기 사용에 대한 근거규정을 마련하되, 현재 미용사들이 미용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의료기기를 리스트화하고 이중 의협 등이 인정할 수 있는 기기를 선별해 미용기기를 인정·허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미용기기 범위 설정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뒤로 미뤄놓았지만, 일단 미용사측 입장에 섰다. 유수생 생활위생팀장은 "제조업체들이 따로 생산한 미용기기를 중심으로 미용기기 리스트를 별도로 고시할 예정"이라며 "의료기기로 허가받았던 기기들은 기능을 축소하든지 해서 미용기기로 허가받아 생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피부미용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의료기기라도 기능을 축소하면 미용기기로 분류돼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올해 미용기기 범위 논의…갈등 거셀듯

대한의사협회는 피부미용사 업무정의와 미용기기 범위 규정에 대한 의료계의 의견을 10일 복지부에 제출했다. 복지부는 유관단체의 의견을 참조해 조만간 최종안을 확정한다. 하지만 미용기기 범위 설정은 위원회가 꾸려지면서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된다. 의료계를 비롯한 한의계·물리치료사계와 피부미용사 및 정부 간 마찰이 예상된다. 위원회에 참여하는 시민단체의 목소리에 따라 '힘의 균형'이 달라질 수 있어 시민단체의 역할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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