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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99주년 특집] 보험료 인상이 근본적인 해결책

[창립 99주년 특집] 보험료 인상이 근본적인 해결책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7.11.1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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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보장 정책의 문제점과 비전

▲ 신언항(건양대 보건대학원장)

미국 민주당 2008년 대통령 후보 선출 레이스에서 유력 후보들은 한결 같이 의료보험 개혁을 약속하고 있다. 국민의 15%에 해당하는 4700만 명이 의료보장에서 소외되어 병이 나도 참을 수 밖에 없는 현실 때문이다. 이에 비하면 대한민국은 잘 조직된 의료보장제도를 가지고 있다. 4800만 국민 모두가 건강보험 아니면 의료급여 대상자로 언제 어디서나 적정한 가격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편성·접근성 그리고 가격의 적정성을 잣대로 볼 때 우리나라의 의료보장제도는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다. OECD의 Health Data 2006은 우리나라가 OECD국가 중 국민의료비는 가장 낮지만 건강수준은 OECD국가의 평균수준에 이른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런데도 현 제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환자로 부터는 낮은 보장성과 질 낮은 의료서비스, 의료계로 부터는 낮은 수가가 대표적 불만사안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낮은 수준의 급여는 제도 본래의 목적을 의심할 정도이다. 역대 정부는 질병으로 인한 소득 상실과 높은 치료비 부담이 빈곤의 구렁텅이로 빠뜨리는 주범이므로 질병과 빈곤의 악순환 고리를 차단하기 위해 의료보장제도의 도입이 절실하다고 했다.

그러면 현재의 의료보장제도가 제도의 도입과 이를 발전시킨 주역들이 의도한 대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가. 건강보험급여율은 1995년 31.6%이던 것이 2001년에는 52.0%, 그리고 2006년에는 54.6%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정형선 2007). 특히 암· 뇌혈관계 질환 등에 대한 보장은 획기적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암과 같은 질환에 걸리는 것을 두려워한다. 치료과정의 고통스러움과 죽음의 공포에 더해 높은 진료비 부담으로 인한 파산을 걱정한다. 집을 팔고 거리에 내 몰리고 가족들을 빈곤의 나락으로 내 몰 수 있다는 공포인 것이다. 2003년 OECD회원국의 의료비지출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환자부담액은 $450으로 OECD 30개국 중 여덟 번째로 높다. 우리와 1인당 국민소득수준이 비슷한 그리스·뉴질랜드·포르투갈·스페인 중에서도 그리스 다음으로 높다(권순만 2007).

◆ 이유는 낮은 건강보험료 때문

보장성이 낮은 것은 재정 규모가 워낙 작기 때문이며 이는 낮은 보험료로 인한 것이다. 금년의 보험료율은 4.77%인데 2001년 현재 다른 나라의 보험료율이 8% 내지 20%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1/3수준에도 못 미친다. 그러므로 많은 부분을 환자와 가족에게 부담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또한 의료기관은 낮은 수가를 보전하기 위하여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하므로 환자에게 불친절·불성실하게 되어 서비스 질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 결국 박리다매형 의료서비스의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간다.

간호인력 고용에 소요되는 비용이 수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니 간병은 가족이 직접 하거나 간병인을 두어야 하는 것이 통례이다. 국립암센터는 암에 걸리면 평균 소요되는 비용이 2600만원인데 이중 간병인비 등이 330만원이라고 한 것으로 보아 간병에 소요되는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의 응급의료예방가능사망률(2005)은 39.6%라고 한다. 이는 응급처치가 적정하면 살 수 있는 100명 중 40여명이 사망한다는 뜻이다. 미국(15%)·싱가포르(22%)와 비교하면 너무나 심각한 상황이다. 수가가 낮기 때문에 응급의료에 대비한 시설·장비·인력을 제대로 구비하기 어렵기 때문인 것이다.

◆ 낭비적인 소비를 줄이면 보험료 부담 높일 수 있어

이와 같이 열악한 보장성을 넓히려면 건강보험재정을 확충하거나 지출을 합리화하는 방법뿐이 없다. 현재의 행위별 수가보상체계를 DRG 또는 총액예산제로 바꾼다던지 약제비를 보다 적정화 할 수 있는 방법 등이 있다. 감기와 같이 진료비가 적게 소요되는 가벼운 질환에 대한 본인 부담을 높여서 난치성질환과 같이 고액이 소요되는 질환에 대한 지원을 넓히는 방법 등을 생각할 수 있다. 또는 민영의료보험을 활성화해 정부가 관장하는 공적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부분을 맡기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작은 규모의 재정규모를 보험료 인상으로 늘리지 않고서는 해결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보험료 인상가능성에 대하여 회의적이다. 그러나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2002년 국내 향락산업의 연간 규모가 국내총생산의 4.1%에 해당하는 24조원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우리나라 사람의 위스키 소비량이 세계 4위일 정도로 먹고 마시고 노는 데 큰 돈을 쓴다. 이 중 10%인 2조 4000억원을 절약해 건강보험재정으로 투입할 수 있다면 간호인력을 늘리거나 응급의료체제를 잘 갖출 수 있다. 간병인을 두지 않아도 되고 더 많은 응급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가구의 2006년 월평균 외식비가 24만8000원인데 이중 10%인 2만5000원을 의료를 위해 쓸 수 있지 않을까. 월평균 의료비가 외식비의 68%에 지나지 않는 16만8000원인데 외식을 한번 정도 줄여 보다 인간답게 사는 것은 어떨까. 선진국과 같이 개인 소비를 줄여 응급의료체계와 같은 사회적인 인프라를 확충할 것인가 또는 지금처럼 살 것인가는 결국 국민이 선택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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