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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에 그림을 그리며…

마음속에 그림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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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19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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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희(서울 금천·명내과의원장)

며칠 전 환자 한 분이 커다란 화병에 가을 분위기를 가득 담은 코스모스 한다발을 담아 선물해 줬다. 비록 생화는 아니지만 진료실에 가을 냄새가 물씬 풍긴다. 지루하게만 느껴졌던 여름이 이제는 더 이상 밉지가 않다. 코스모스가 환자들에게도 가을 분위기를 전해줘 딱딱한 진료실 분위기를 한층 부드럽고 정감있게 만들어 준다. 항상 진료에 매달려 주위를 돌아볼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별로 없었는데, 나에게도 이 자그마한 변화가 마음을 여유롭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현대를 사는 모든 사람들이 다 힘들겠지만, 특히 우리 의사들은 참으로 힘든 현실을 살고 있다. 우리 의료계에 닥친 해결해야 할 많은 현안들, 성분명처방과 의료법, 의료사고 피해구제법 등 상당히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우리 의사들에게는 중요한 문제들이다. 그래도 정부의 각종 규제와 감시로 의사의 진료에 대한 자율권이 빼앗긴 상황에서 나름대로 소신 진료를 위해 의사들은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더욱이 여의사들은 엄마로, 주부로, 아내로 또한 사회적으로 부여된 의사라는 직업인으로 남자 의사들보다 더 많은 역할을 가지고 살고 있다. 가정에서 자녀 교육의 책임감, 의사라는 직업인으로서의 책임감 등 모든 것에 완벽하게 잘하려고 정말로 열심히 바쁘게 살고 있다. 나 스스로도 그래왔고 다른 대부분의 여의사들이 정신없이 앞만 보고 미래를 향해 질주하는 것 같다. 돌이켜보면 지금껏 나는 내 스스로가 만든 틀 안에서 자신을 가둬놓고, 그 틀 안에서 일관된 규칙을 정하고 항상 긴장하면서 살아왔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마음의 여유는 별로 생각하지 않은 채. 가끔은 '내가 너무 정신없이 살고 있구나. 여유있게 주위를 둘러보며 살아야지' 하다가도 그런 생각도 잠시뿐이고, 다시 정신없이 질주하게 된다. 분명 내 안의 욕심이, 세상에 대한 소유욕이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어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는 모두 마음 속에 나름대로의 그림을 그리면서 살아간다. 스스로 그린 그림을 생각하면서 행복해 하고, 힘든 일이 닥쳐도 그 그림을 생각하면서 용기를 얻고 위안을 받는다. 때로는 욕심을 부리다 마음속으로 그리는 그림들이 너무 많아 오히려 스스로를 더욱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마음속에 그리는 그림들이 우선은 스스로를 기쁘게 하고 현실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되는  그림이었으면 좋겠다. 소박하지만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그림이면 좋겠다.

매일 건강하게 아침을 맞이하고, 진료실에서 나를 필요로 하는 환자를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은 너무나 행복한 일이다. 이제는 천천히 가야겠다. 들판에 피어있는 가을꽃의 향기도 느끼고 높은 가을 하늘도 쳐다보면서 자그마한 것부터 감사하는 정신적인 여유와 마음의 평화를 느끼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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