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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강역

극락강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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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8.2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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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종 지음    종려나무 펴냄
8000원


신 새벽/극락 가는 비둘기는 딱 한 번/지친 몸을 낮추었다/낡디낡은 석유 곤로 위에서/이미 퍼져버린 라면국물 한 보시기로 짙은 새벽을 달래야만/면발은 내 안에서 힘을 보탰다/낮게 드러누운 풀밭 사이로 더욱 몸을 낮춰/여시 같은 역무원의 날카로운 더듬이를 피해야만/극락으로 향하는 길은 있었다…(중략)…애시당초/극락은 존재하지 않았다-극락강역(極樂江驛)중에서-

가난과 고통, 그리고 한을 모티브로 삶의 진정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정제된 시어로 풀어내고 있는 김연종 원장(경기 의정부·김연종 내과의원)의 첫 시집이 나왔다. 시인은 이 시집에서 과거와 현재, 세계와 자아 사이의 잃어버린 소통점 재활을 통해 지난 시간 아픈 기억들을 승화시키고 있다. 특히 추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난은 무의식 속에서 가장 고통스러우면서도 가장 진실한 시적 의미로 존재하고 있다.

시집의 표제와 같은 '극락강역'에서 시인은 지금의 현실인 '지옥'과 그 현실을 넘어서는 '극락'의 간극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물으며, 결국 진정한 삶의 본질은 극락이 아니라 '산다'는 그 자체에 있다고 말한다. 시인은 삶의 기억과 환경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으면서도 현실의 모순에 대항하기 위해 비판적 시선을 멈추지 않는다. 때로는 서정적으로 삶을 긍정하고 때로는 아이러니를 통해 현실을 부정한다. 가난한 삶에 대해서는 따뜻하게 접근하지만 현재의 위악적 삶에 대해서는 혹독하다. 시인은 이 시집은 통해 서정성 깃든 따뜻함과 현실을 향한 비판을 통해 불투명한 세계 속에서 투명한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김 원장은 2004년 <문학과 경계>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후 시작활동을 해왔다(☎02-042-544-9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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