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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의료의 새물결 'MSO'

[기획] 의료의 새물결 'MSO'

  • 김혜은 기자 khe@kma.org
  • 승인 2007.07.24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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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경영지원회사 설립으로 전문경영시대 도래
우회적 영리법인 허용…의료시장 빅뱅 예고도


나는 MSO다.풀어쓰면 Management Service Organization.우리말로는 병원경영지원회사로 불린다.

앞으로 내가 의료계에서 '뜬다'고 점쳐지는 징후 세 가지가 있다.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MSO 하면 생소하다고 여길 분들이 많을 것 같아 잠시 내 소개를 하겠다.

나는 의료행위와 관계없는 병원경영 전반(구매·인력관리·진료비 청구·홍보·마케팅 등)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병·의원들의 지분투자로 설립되는 주식회사인데, 한 마디로 의료기관들의 투자를 받아 이들 병·의원의 경영을 도맡아주는 회사인 셈이다.가장 간단한 형태로 도식화하면 아래와 같다.

 

MSO가 뜰 것이라는 3가지 징후

하나, 네트워크 형태의 병·의원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눈치 빠른 분이라면 위의 도식을 보고 나와 네트워크병원 사이의 함수관계를 알아챘을 것이다.여러 개의 병·의원이 나에게 묶이기 때문에 공동브랜드를 사용하느냐 마느냐를 떠나서 이미 그들은 네트워크병의원으로 엮이고 결국에는 나를 필요로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 네트워크병의원 수가 구체적으로 집계된 바는 없지만, 대한네트워크병의원협회 집계에 따르면 올해 1월 현재 94개(가입 의료기관 721곳)에 이른다.2006년 9월 66개(601곳)에 비하면 넉 달 사이 28개의 네트워크가 새로 생겨난 셈이다.이들 네트워크병의원들을 하나로 묶어줄 수 있는 것은 처음에는 본사형태의 1호 병·의원이 담당하다가, 결국에는 내가 될 수밖에 없다.

둘, 물론 나 역시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네트워크병의원협회에서 얼추 추산한 MSO만도 20개 정도인데, 최근 크고 작은 MSO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어 실제 숫자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셋, 이게 중요하다.정부가 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의료기관(의료인)들이 나에게 투자할 수 있도록 법적인 통로를 열어놓겠다고 밝힌 점이다.정부가 관심 가졌다면 게임 끝이다.법적인 토대를 마련했다는 것만으로도 나의 성장 가능성은 안정권에 돌입했다.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의료법 개정안을 보면 의료기관(의료인)의 부대사업 허용범위가 대폭 확대됐는데 그 중 '의료업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병원경영서비스업'이라는 대목이 있다.나를 수익사업의 일환으로 세울 수 있다는 말이다.

지난해 12월 재정경제부는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는데, 나를 키우겠다는 방안을 대대적으로 밝혀 의료계의 관심을 끌었다.의료법인이 나에게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네트워크병의원을 활성화하기 위해 관련규제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발표를 기점으로 의료계에서 갑자기 내 이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도대체 MSO란 무엇인가에서 MSO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 등 입문에서 활용까지 논의가 확대됐다.

 

MSO는 특별한 개념이 아니다…기업에선 'nomal'

그런데 나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의료계나 되니까 나에 대해 관심을 갖는 거지 다른 산업군에서는 이미 익숙한 개념이다.

인현진 ㈜고운세상네트웍스 이사는 "일반 기업형태에서 MSO같은 것은 이미 노멀(nomal)한 개념"이라고 말한다.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엎어지면 코 닿을 만한 거리마다 박혀있는 편의점만 봐도 '유통업계의 MSO'에 의해 지배되는 '네트워크 가게'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기업적인 풍토와 의료적인 풍토가 달랐기 때문에 의료계에서 떠들썩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인 이사의 진단이다.다른 산업과 달리 병원은 의사 한 사람에 의해 생산에서부터 경영까지 두루 이뤄졌기 때문이다.의사가 생산의 주체다보니 의사 개인브랜드에만 의존해도 됐다는 말이다.

그런 와중에 왜 내가 급부상하게 됐을까? 박인출 예네트워크 대표는 나의 출현이 '의료산업의 자연스런 흐름'이라고 지적한다.

박 대표에 따르면 의료계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1990년대부터 공동개원·집단개원·메디컬빌딩이 눈에 띄다가 1997년부터 네트워크병의원이 인기를 끌었다.

그는 "앞으로 1~2년 후에는 체인 혹은 프랜차이즈 형태의 병원 모델이 급부상하고 기업형 병원이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2인 공동개원에서 시작한 불씨가 '기업형 병원'의 불길로 활활 치솟아 나를 기점으로 전국 네트워크(체인)를 갖추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MSO의 의미는?…'전문경영시대''우회적 영리병원'

그렇다면 의료계에서 내가 출현한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핵심은 두 가지다.먼저 의료계에서도 전문경영시대가 시작됐음을 예고한다.박 대표는 "이제 의사는 진료만 하고 경영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할 시기"라고 말한다.

안건영 고운세상네트웍스 대표는 "21세기는 의사를 보고 병원을 찾는 시대에서 벗어나 브랜드를 찾는 시대로 변할 것"이라며 "MSO를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병원은 브랜드나 시술노하우·장비 등을 공유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평가한다.

실제 나의 구조를 뜯어보면 의사몫은 '영업(sales)' 분야에 한정된다.즉 진료를 통해 병원브랜드를 세일즈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나머지 경영·유지관리·구매·재무·인력개발 등 경영 및 효율성 분야는 모조리 나에게 맡기면 된다.

둘째, 의료기관 주식상장의 길이 열리면서 영리병원의 길을 틀 것을 예고한다.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전망에 불과하다.지금도 나는 영리법인이기 때문에 일정한 자격요건만 갖추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수 있다.그러나 그건 원칙적인 얘기고 아직은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MSO가 없기 때문에 상장의 길은 멀다.

그런데 정부 법안대로 외부 투자자가 나에게 투자를 하게 되면 얘기는 달라진다.내가 다양한 수익사업을 함으로써 수익률을 높이면 자산평가를 통해 얼마든지 주식상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잘 나가는' MSO인 예네트워크·고운세상네트웍스·우리들병원 등은 주식상장의 길을 지금부터 준비하고 있다.

송영진 메디파트너(예치과 MSO) 이사는 "현재 외부 투자자를 접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융기관도 의료산업에 관심이 많지만 아직 초기단계이기 대문에 많이 주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인현진 이사는 "잠재적인 투자자는 얼마든지 있다"며 "그렇다고 MSO의 목표가 주식상장인 것은 아니고 '브랜드의 연속성'dl 목표라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브랜드의 연속성을 위해 주식상장이라든지 해외진출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내가 성장하기 위한 조건…비의사 역할 중요

위에서 언급한 말을 뒤집어 보면 현재 나를 우회적으로나마 주식상장할 만큼 자산평가 점수가 좋지 않다는 의미다.현재처럼 공동브랜드·공동광고 등에만 국한된 수익구조로는 만족할 만한 수익률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나를 통해 병원경영 운영비를 최대 80%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재경부가 나를 활용함으로써 발생하는 효과를 언급한 것만 해도 화려하기만 하다.<표 참조>

                      MSO를 통한 기대 효과 (재경부 발표)

▲ 의원급 의료기관(30병상 이하)의 체인화를 통한 급성기 병상 구조조정
▲ 고가 의료장비 이용 효율화
 -정부, 고가 의료장비 공동이용 시 건강보험 혜택 방안 고려중
▲ 중규모 병원(100~300병상)의 사실상 M&A 효과(외부 자금조달 추진될 경우)
▲ 의료산업 저변확대를 통한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
▲ 비급여 중심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병원간 연합체가 보험사와 협상 가능)


실제 현장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어떨까.메디파트너의 경우 네트워크병원 관리 뿐 아니라 ▲치약·구강 용품 회사 ▲미백장비 유통회사 ▲의료관광 여행사 등을 수익사업으로 하고 있다.메디파트너는 재경부가 제시한 MSO모델중<아래그림 참조> '자본조달형'에 거의 근접했다고 자부한다.

송영진 이사는 "예치과로 가입한 의원들은 하루평균 50~60명의 환자를 보다가 15명의 환자만 보는데도 수익이 높다"며 "의사 고유몫인 '진료'는 표준화할 수 없지만 환자가 들어와서 나갈 때까지의 진료시스템을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마인드로 일원화한 것이 주효했다"고 밝혔다.그만큼 나의 역할이 컸다는 의미다.

김양균 경희대 교수(경영학)는 "의사진료중심 서비스에서 비의사 인력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MSO가 발달한 미국의 경우 MSO 수익구조와 MSO에 가입된 병원의 수익성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청각학사·조산사·임상 전문간호사·심리학자 등 비의사 의료제공자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현진 이사는 "고운세상 피부과의 경우 직영 방식으로 네트워크병원을 운영하고 인력을 메디파트너(MSO)에서 일괄적으로 뽑아 파견하고 있다"며 "앞으로 MSO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네트워크 병원 전반을 관리하는 비의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세제혜택에 대한 요구도 높다.나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초기투자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세제지원이 없으면 내가 쉽게 활성화되기 어렵다는 이유다.그러나 의료계에서의 전망은 밝지 않다.한 의료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MSO를 활성화하려면 진입장벽을 낮춰야 하는데, 세제지원 전망은 밝지 않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재경부 보건산업정책팀 관계자는 "MSO에 대한 세제지원 방안은 부처간의 협의가 필요한데다 시장상황을 고려해서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MSO는 의료계의 하나의 흐름…'대세' 아니다

한편에서는 '이제 MSO는 필수불가결'이라며 내가 의료계의 대세인 양 난리법석이다.'의료산업의 종착지'라고 강한 마침표를 찍는 사람도 있다.하지만 정확히 짚자면 나는 단지 하나의 흐름일 뿐이다.

인현진 이사는 "네트워크병원은 필연적인 개념이 아니라 (의료계에서도) 당연히 나올 만한 개념"이라며 "MSO 역시 하나의 패러다임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그렇다.나는 변화의 한 가닥일 뿐이다.'MSO 대세론'에 대항해 한편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불거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우려사항은 두 가지다.우선 나로 인해 의료계 양극화 현상이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다.막강한 자본의 힘을 얻은 네트워크병원에 의해 일반 의원은 도산할 것이란 우려다.

또 하나는 비급여 위주의 진료환경이 고착화될 것이란 우려다.전현희 변호사는 네트워크병의원협의회에서 개최한 세미나에서 "자칫하면 비급여 분야로 의료인들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최근 설립된 미애로네트워크의 경우 기존 '브랜드' 중심에서 벗어나 산부인과의 비급여 진료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김형문 대표(서울 가연산부인과의원장)는 "14개의 산부인과가 모여 요실금·회음성형·유방암 검진 등 아이템을 공유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의료기관에서는 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가입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정답은 없지만 분명한 것은 두 가지로 귀결된다.우선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다'는 것이다. 이왕이면 '체계화된 서비스'를 갖춘 편의점이 구멍가게보다 편하지 않은가.병원 역시 마찬가지다.

또 하나는 의료계의 경쟁체계를 받아들이고 자신에게 맞는 경영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나에게 가입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가장 중요한 것은 '가장 적합한 경영모델, 경영 노하우'를 구축해야 살아남는다는 점이다.

의료도 이제 산업이다.그렇다고 단번에 거센 파도가 밀려온다고 우왕좌왕할 일은 아니고, 담담히 변화의 파도를 받아들이는 게 좋다.다만 레이더를 세우고 변화에 민감해질 필요는 있다.그러한 의료기관에게 하나의 대안으로 나, MSO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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