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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돼지띠 탐방-47년생 황적준 회원

[특집] 돼지띠 탐방-47년생 황적준 회원

  • 이현식 기자 hslee03@kma.org
  • 승인 2006.12.2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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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곤충학 정착 관심 갖기를...

황적준 회원(고려의대 교수·법의학)

 "오늘 아침 신문을 펼쳐보니 기사 한 토막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정해(丁亥)년 돼지해를 앞두고 동물원에서 돼지 5마리가 태어나 경사라며 관람객들이 새해 소망과 건강을 기원할 수 있도록 돼지 집을 별도로 마련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1947년생 황적준 고려의대 교수는 새해를 닷새 남겨둔 지난해 12월 2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2007년 돼지해를 맞는 기쁨을 이같이 대신했다.

"제야의 종소리가 굳게 닫혀진 세상에 울려퍼지면 또 한 해가 영겁의 그림자 속으로 서서히 저물어가지요. 이렇게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 나이와 각자가 처한 환경에 따라 그 감회가 다르고, 세모를 못내 아쉬워하는 마음에는 누구나 다름이 없을 겁니다."

그러나 올해는 황 교수에게 특별한 한 해다.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처럼 일상을 더 평온하게 만들어 삶을 충실히 살 수 있도록 초점을 새롭게 맞추고 싶다고 했다.

"문국진 교수님의 법의학 강의가 계기가 되어 법의학을 전공하게 된 지도 어느새 30년이 훌쩍 넘었네요. 하지만 아직도 법곤충학 분야의 연구는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미개척분야로 남아 있습니다."

법곤충학이 사건 수사에 널리 이용되려면 '시식성 파리 종을 식별하는 방법'의 개발과 '각 파리 종들의 유충(구더기)이 성장하는 속도에 관한 자료'를 얼마나 축적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

"현재 고려대학교 법의학연구소에서는 시식성 파리 종을 식별할 수 있는 유전자검사법(DNA typing)을 개발해 그 실용성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턴 돼지를 이용한 부패실험을 통해 각 파리 종들이 성장하는 속도를 측정해서 사후경과시간 추정에 이용할 수 있는 자료를 축적하고자 합니다."

국내에 법곤충학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으로 곤충 특히 파리를 전공한 곤충학자가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시식성 파리와 부패 시체를 동시에 다루기란 매우 곤혹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법곤충학을 전공하려는 곤충학자가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시식성 파리가 사후경과시간 뿐만 아니라 사건을 과학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필요합니다."

돼지 5마리를 얻은 동물원에서 관람객들을 위해 새해 소망을 기원할 수 있도록 돼지 집을 마련하는 것처럼, 국내에 법곤충학 분야가 정착돼 과학수사에 초석이 되는 기법을 개발하기 위해 매달리겠다고 올해 환갑을 맞는 법의학자는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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