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근거 없어 불법···의협 지원 '쾌거'
공단, 민법 조항 내세워 환수 지속 입장
건강보험공단이 부적절하게 약을 처방한 의료기관에 대해 약제비를 환수하는 조치는 무효라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특별2부는 8일 전남 여수에서 이비인후과를 개원하고 있는 이모 원장이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비용환수처분 무효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이모 원장은 2003년 7~10월 환자의 증세에 효능이 없는 의약품을 처방하거나 곧바로 고단위 항생제 등을 처방하는 등 부적절한 처방을 해 약국에 불필요한 약제비용을 지급한 원인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1389만원을 환수하겠다는 통보를 받자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현두륜 변호사(대외법률사무소)는 "이번 판결은 의약품을 부당하게 처방했더라도 약제비를 의료기관으로부터 환수할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최종 확인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과잉처방 약제비를 약국이 아닌 의료기관으로부터 환수하는 행위가 불법이라는 대법원 판례는 이미 이전에 제기된 취소소송에 대한 판결에서도 나왔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약제비 환수의 위법성 정도가 취소사유를 넘어 그 하자가 중대·명백한 '무효'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을 명백히 했다. 다시 말해 위법성의 정도가 훨씬 크다는 의미다.
그러나 공단은 앞으로도 이러한 관행을 계속 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약제비 환수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지만 공단은 행정처분이 아니라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 상계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주장을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무효판결에 따라 의료기관에서 별도로 소송을 제기할 경우 부당하게 환수당한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겠지만 개별 의원들 입장에서는 소액인 경우가 많아 일일이 소송을 제기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액수가 큰 대학병원급은 실익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에 대해 재정적·실무적 지원을 담당한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올 4월 이 사건에 대한 고등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 피해 회원들을 위한 공동소송을 진행하고자 신청자를 모집했지만 별 호응이 없었다"며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