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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독감백신서 안전성 문제 발생

일부 독감백신서 안전성 문제 발생

  • 신범수 기자 shinbs@kma.org
  • 승인 2006.10.1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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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열발생 보고 잇따라…원인은 '아직 몰라'
식약청·판매사 "의사들 사용상 문제" 판단
"준비안된 상황서 무리한 허가·판매" 지적도

호주에서 들여온 원료로 만든 일부 독감백신에서 접종후 고열이 발생하는 보고가 잇따라, 해당 백신이 반품되는 등 파장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식약청과 판매사는 "백신을 절반만 접종할 때 용량 측정에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 백신이 작년까지 성인 대상이었다가 올해들어 영유아 접종까지 추가 허가됐는데, 이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소아과에 부모들 항의 잇따라

서울의 한 소아과 전문의는 지난달 말 한국백신의 '플루코박스PF주'를 유아에게 접종한 후 39도 이상의 고열이 발생, 보호자에게 강한 항의를 받았다. 그는 해당 백신을 판매사에 전량 반품할 예정이다.

경기도 광명의 또다른 소아과 전문의도 해당 백신이 들어온 후 첫 접종에서 고열환자가 발생, 접종을 즉시 중지하고 반품할 생각이다.

고열은 하루나 하루반 정도 지나면 사라지며 합병증 등 큰 문제는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사실이 소아과 전문의 사이에 공유되면서 대다수의 소아과에서 이 백신의 사용을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백신은 한국백신이 호주CLS사로부터 들여온 프리필드 독감백신으로 전연령대 접종이 가능하지만 지난해까지는 18세 이상에게만 사용이 허가됐던 백신이었다. 이후 판매사가 CLS사를 통해 영유아에 대한 임상자료를 추가함으로써 올해 접종대상이 확대됐다.

"원인은 뭔가?"

식약청이나 판매사 모두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의사의 사용상 문제가 아니겠는가"하는 의견을 조심스레 내놨다.

즉 해당 백신은 0.5ml 용량으로 판매되는데 영유아에게는 0.25ml를 투여해야 하므로 절반만 투여하고 나머지는 폐기하는 과정에서 정확한 양이 투여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식약청 바이러스백신팀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용량측정 문제가 아니냐는 의견을 들었다"고 말했다.

판매사측도 백신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사용상 오류에 가능성을 두고 있다. 한국백신 관계자는 "해당 백신에 유효성분을 분산시키는 인자들이 있는데 안전성 차원에서 이를 최소화하다보니 생긴 문제로 보인다"며 "접종전 충분히 흔들어줄 것을 홍보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0.25ml 단위를 시판토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물량공급·판매에 무리수 둔 것" 지적도

하지만 일부 의사들은 다소 다른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소아과 개원의는 "흔드는 문제는 모든 백신에 적용되므로 해당 백신에서만 고열이 발생하는 것을 설명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 "용량이 다소 정확하지 않았다고 고열이 발생했다는 것 역시 경험상 납득하기 어려운 설명이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등 정부 역시 백신의 안정적 수급에 집중하다보니, 국내 비교임상자료를 제출받지 않고 외국자료만으로 허가를 내준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한 소아과전문의는 "해당 백신은 미국FDA 승인을 받지도 못한 것이며 높은 연령대 접종이 권고되고 있는 백신"이라며 "발열 문제 등 국내 테스트를 거쳤어야 했었다"고 꼬집었다.

한편 원인이 '용량측정'의 문제라 할 지라도 이를 의사의 부주의로만 모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있다.

한 개원의는 "해당 백신은 경쟁품이 나오기 전 가장 먼저 출하됐다"며 "백신은 소진이 안되면 전량 폐기되기 때문에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무리한 판매를 진행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 백신은 0.25ml 절반을 표시하는 선(線)도 없이 판매되고 있어 부정확한 용량측정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반면 다른 수입품들은 모두 이 선이 그어져 있어 측정오류를 최소화 할 수 있다.

또 0.25ml 용량의 백신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따로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판매사가 이런 노력을 선행하기 보다는 '접종연령이 확대됐음'만을 강조하다보니 발생한 문제라는 지적도 가능한 상황이다.

"5분간 상온보관…충분히 흔들어라"

임수흠 소아과개원의협의회장은 "(허가사항에 따라) 냉장보관후 상온에 5분 이상 노출시키며, 충분히 흔들어서 접종할 것"을 권고했다. 또 이런 지침이 알려진 후 고열보고는 거의 사라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임 회장은 덧붙였다.

하지만 더이상 보고가 없는 것은 많은 소아과 의사들이 해당 백신 사용을 자제했기 때문인지 여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이번 문제를 아직 접하지 못한 소아과나 가정의학과·내과 의원 등이 여전히 많기 때문에 더 많은 의사들이 이 문제를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다만 현재 다른 수입사로부터 0.25ml 짜리 제품이 이미 시판된 상황이므로 '만일의 사태'를 우려하는 대부분의 의사들은 자연스럽게 이들 제품을 사용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식약청 역시 판매사에 '영유아를 포함한 소아대상의 국내 비교임상시험을 실시할 것'을 판매사에 요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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