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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논문의 출판윤리 준수' 캠페인 벌이자

시론 '논문의 출판윤리 준수' 캠페인 벌이자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6.09.2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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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태(서울의대 기생충학, 의편협 평가위원장)

의학논문을 작성할 때에 당연히 과학연구 윤리를 준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 당연한 원칙을 지키지 않아 최근 국내외를 떠들썩하게 한 사례가 발생하였다.

의학연구 논문은 거의 사람이나 생명체를 대상으로 하므로 다른 과학 논문보다도 더 엄격한 윤리성을 갖춰야 하며, 과학윤리는 시험(실험)윤리와 출판윤리를 모두 잘 지켜야 한다.

시험윤리의 근간은 1947년에 공표된 뉘른베르크 강령과 1964년도에 제창해 계속 수정·보완된 헬싱키선언이다. 이 규정은 시험의 대상이 되는 사람의 인권과 사생활을 존중하면서 과학적으로 그리고 객관적으로 자료를 수집하라는 내용을 주로 다룬다.

출판윤리는 1978년 미국국립의학도서관 주관으로 밴쿠버에서 모인 학술지편집인들이 '통일양식'으로 처음 제안하였다.

그 후 국제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ICMJE)가 주관하여 2006년 2월 최신 개정판을 내어 전세계적으로 의학 학술지들이 이 양식을 따르도록 권고하고 있다. '통일양식'은 의학논문의 작성에 필요한 통일된 규격을 제시하여 국제적인 논문작성의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논문의 발표와 관련된 기본적인 출판윤리를 함께 다루고 있다. 이에 의하면 모든 논문은 원저라고 가정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과학적 사기의 문제점과 저자, 편집인, 심사자 등의 이해상충에 유의하도록 하고 이러한 문제로부터 과학논문을 보호하기 위한 절차를 제안하고 있다.

우선 논문에 제시한 모든 자료는 조작·변조·표절하지 않은 창의적인 것이어야 한다.

모든 논문은 세계적으로 처음 발표하는 것이어야 한다.

같은 내용(전부 또는 상당한 부분)을 두 번 이상 원저 학술지에 게재하면 중복출판 또는 이중게재에 해당하여 모두 금지되지만 ▲관련 학술지 편집인이 모두 동의하고 이차게재 학술지 편집인이 일차 학술지의 논문을 가지고 있는 경우 ▲일차 학술지의 선취권을 존중하여 두 학술지 발간일 간격이 적어도 일주일 이상이 되는 경우 ▲이차 학술지의 독자층이 다르고, 가급적 축약본으로 한다 ▲이차 논문의 내용과 설명이 일차 논문과 같은 경우 ▲이차 논문에 이 논문의 전부 혹은 일부가 일차 학술지 논문으로 이미 출간된 사실과 원전의 서지사항을 명시한 경우 ▲이차 논문의 제목에 일차 출간된 논문의 이차게재이며, 완전 재출간·축약 재출간·완전 번역·축약 번역 등을 명시한경우 등을 모두 만족시키면 이차게재를 허용할 수 있다.

그러면 이중게재(또는 중복출판)가 왜 문제인가?

과학학술지는 세계적으로 독창적인 논문을 발표하는 기능이 그 생명인 만큼 한 논문의 원전으로 하나의 학술지를 인용하고 색인집에 등록해야 하는데, 같은 논문이 두 학술지에 발표되면 자칫 학술지 간에 다툼이 생기게 된다. 원칙적으로 선취권에 의하여 먼저 발표한 학술지가 원전 권한을 갖는다.

그러나 국내에서 발견된 중복출판의 예에서 보듯이 일차 학술지는 국제 색인지에 등재되지 않은 한글 학술지이고, 중복출판된 학술지가 각종 국제색인집에 등재된 학술지라면 일차 학술지가 원전임에도 불구하고 존재가 묻혀 버린다.

중복출판은 일차 학술지의 존재와 기능을 무시하고, 저작권을 침해한다. 아무리 한글로 발행하는 국내 학술지가 Medline과 SCI에 등재되지 않더라도 국제학술지 고유분류번호(ISNN)를 부여받은 엄연한 학술지인 한, 그 학술지의 저작권을 존중해야 한다. 결국 같은 내용의 논문을 두 번 발표하는 데에 따라 그만큼 중복 학술지의 발행에 소요되는 공간·비용·시간·인력을 낭비하게 되고, 색인 DB에도 낭비를 초래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손해는 신뢰의 상실이다. 원저라고 발표한 논문이 원저가 아니라 "과학적 사기나 표절 또는 중복출판된 논문이다"라는 사실로 인해 받을 학술지와 저자의 신뢰 상실은 무엇으로도 만회하기 어려운 손실이다. 실제로 엄격한 과학의 세계에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가능한 지 의문이다.

출판윤리에서 또 하나 중요 사항이 저자됨이다. '통일양식'은 저자의 자격에 관해 ▲연구 기획, 자료 수집과 분석에 상당한 기여 ▲논문 작성과 수정에서 중요한 지적인 역할 수행 ▲최종 인쇄 논문에 동의 등의 조건을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른 방법으로 연구수행이나 논문작성에 기여한 사람은 모두 감사문에 표기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매우 동떨어져 공저자의 수가 많다.

이러한 관행도 과학적인 내용을 지극히 비과학적 태도로 다루는 예로 거론되어 우리 의학의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다.

또한 국내 의학 학술지의 대다수가 KoreaMed 색인 자료로 영문초록을 전세계에 제공하고 있어 이제는 세계 어느 곳에서나 인터넷으로 검색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므로 국내 학술지와 외국 학술지에 같은 논문을 중복하여 발표하는 일은 이제 더 이상 허용할 수 없다.

기왕에 발표한 중복 논문들도 학술지간 중복출판 문제가 제기되면 국제 관례에 따라서 철회 등 합당한 절차를 취할 수 밖에 없다. 의학 논문에서 출판윤리를 준수하기 위해 ▲논문작성 기획 ▲저자실명제 ▲출판윤리 교육 ▲ 편집권 강화 ▲이차게재 활용 등의 캠페인을 추진하기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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