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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고 생각하면 ‘NO'라고 말하라

아니라고 생각하면 ‘NO'라고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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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9.1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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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남 회원(이화의대 혈액종양내과 교수)

<이순남 회원>

이름

이순남(52)

소속

이화의대 혈액종양내과 교수

경력

1978

이화의대 졸업

 

1983

이화대학병원 내과 전공의

 

1988~

이화의대 혈액종양내과 조교수, 부교수, 교수

 

1996~1998

이화의대 임상교학부장

 

2000~2004

대한혈액학회 편집위원장

 

2005~2006

이화의대 의학교육실장

 

2006~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부회장

 

2006. 8~

이화의대 학장

 

“참된 의사상을 몸소 실천하신 은사님”
변정란 회원(충남 천안의료원 내과 병원의사)
지금 제가 의사 생활을 하면서 환자를 보는 일이 지겹게 느껴지거나 짜증이 날 때면 늘 생각나는 스승님이 있습니다. 이순남 교수님은 참된 의사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게 가르쳐주신 분입니다. 덕분에 선생님을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고 다시 힘을 얻어서 환자를 열심히 보곤 합니다.
이를테면 이 교수님은 새벽 한 시고 두 시고 환자 상태가 좋지 않다는 전화 한통이면 아무런 망설임없이 주무시다가도 병원에 다시 나오셨습니다. 교수님께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 있어 항상 1순위는 환자였으니까요.
교수님은 또 학문적으로나 인생의 선배로서나 늘 모범이 되셨습니다. 보통 교수님들이 논문 준비나 허드렛일들을 레지던트에게 맡기실 때가 있는데, 이 교수님은 한번도 그러시지 않고 본인 스스로 하셨습니다. 후배들에게 가르칠 것은 가르치지만, 엄한 일을 시키시지는 않으셨죠.
교수님이야 말로 저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분이십니다. 그동안 한 번도 이런 고마움을 표현한 적이 없어요. 그 점이 죄송스럽습니다.

“한번은 레지던트들과 회진을 돌다가 VIP 환자를 보게 됐어요. 레지던트들에게 매우 중요한 환자니까 잘 봐드려야 한다고 말했더니 어느 한 명이 그러더군요. 제 환자 중에는 지금까지 VIP가 아닌 환자가 없었다나요? 듣고보니 제가 그만큼 모든 환자를 정성껏 잘 봐왔다는 뜻이더라고요. 살면서 들은 기분 좋은 말 중에 최고였죠.”

그가 말하는 것처럼 모든 것을 환자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건 의사가 부지런해져야 하고 때로는 도전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참된 의사는 정의로운 의사이기도 하단다. 의사의 판단과 관계없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지는 삭감을 피하기 위해 직접 수없이 많은 사유서를 작성해야 했고, 불합리한 고시 개정을 위해 설득하고 호소해야 했다.

“환자 한 명을 잘 치료하는 것도 의사의 중요한 역할이지만, 환자들이 잘 치료받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도 의사의 역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귀찮고 힘들다는 이유로 끝까지 환자의 편에 서기를 주저하거나 요리조리 피하면서 편법을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환자에 관한 일이라면 철저하고 완고하기 이를 데 없는 이 교수조차 햇빛 받은 눈처럼 녹아내리는 순간이 있다면 호스피스 환자들을 볼 때다. 혈액종양내과 의사로서 수많은 환자에게 삶을 선물하고 기꺼이 도움을 건넸지만 환자나 보호자가 건네는 사례라면 티끌만한 것이라도 극구 손사래를 치는 이 교수다. 그런데 예외적으로 사례를 받는 경우가 있다.

“아버지나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꼭 전하라고 했다며 가져오는 사례금은 받아요. 그분들이 행복하게 죽음을 맞을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하는 데는 거절할 재간이 없더라고요. 대신 사례금을 받으면 전액 고아원에 보내죠. 오랫동안 도움을 주고 있는 기관이 있거든요.”

그는 어디서 무얼해도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신조에 어긋나는 행동은 결코 하지 않는다. 후배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교수가 레지던트들에게 논문 자료를 찾아오도록 하거나 번역을  대신 맡기는 것이 이쪽 세계에선 흔하게 있는 일이지만, 그의 사전에 그런 일은 없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남도 하기 싫은 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레지던트 시절 선배들이 후배라는 이유로 제게 허드렛 일들을 시켰드랬죠. 논문 자료를 대신 찾는 일에서부터 먹을 걸 챙기거나 설거지 같은 것들까지 포함됐어요. 그런데 처음엔 어찌나 하기 싫든지 설거지를 할 때마다 컵을 깨 먹는 바람에 선배들 사이에서 ‘컵 깨먹는 애’로 놀림 받기까지 했죠. 하하. 그러다가 이왕 하는 거 기분 좋게 하자고 마음먹은 뒤엔 밥을 사러 가면 딸기까지 사서 내놓긴 했지만요.”

그는 전공의가 의사로서 해야 생산적인 일들을 배우고 익히는 데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과장이 됐을 때는 과장수당으로 비서를 고용, 더 이상 전공의가 불필요한 일들을 하지 않도록 했다.

“지금도 후배들에게 말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어떤 일이 있을 때, 해야 한다면 기꺼이 하고 부당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물론 그렇게 하다보면 혼날 때도 있겠죠. 저도 예전에 많이 혼났었고요. 하지만 결국 공동체를 위해선 필요한 일이죠.”

이 교수는 지난 8월 의화의대 학장으로 취임했다.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갔다고 해서 변한 건 없다. 하루 종일 격무에 시달리는 공간에 조차 그럴싸한 명패 하나 없이 덩그러니 책상 하나만 놓여져 있는 것도 허례허식을 싫어하는 실용주의적인 그의 신조를 반영한다. 하지만 학장으로서 가져야 할 비전은 분명했다. 더욱이 내년 의학전문대학원으로의 전면 개편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바른 길을 강조하던 그의 눈빛은 다시 한번 빛났다.

“변화를 앞두고 학장으로 취임한지라 부담도 되고 긴장도 됩니다. 그렇지만 그동안 여러 교수님들이 힘을 모아 열심히 준비해왔으니 자신은 있습니다. 제 역할은 그동안 준비했던 여러 가지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죠. 나아가 이제부턴 본격적으로 해외 의료선교 활동에도 나설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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