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정란 회원(충남 천안의료원 내과 병원의사)
<변정란 회원>
이름 |
변정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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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 |
충남 천안의료원 내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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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
1989 |
이화의대 졸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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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 |
이화여대의료원 내과 전문의 수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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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 |
천안의료원 내과 근무 |
"환자를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지는 의사" 최희정 회원(이대목동병원 감염내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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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히포크타레스 선서만큼이나 자신을 지탱해주는 힘은 스승님이라고 말했다. 대학 시절 지금의 그의 정신과 신념을 있게 하신 이순남 교수님을 소개하는 내내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지금까지 존경심을 터놓고 표현하지 못해 죄송스럽습니다. 선생님은 스승으로서 뿐 아니라, 한 의사의 모습으로서 항상 닮고 싶은 분이었습니다. 지금의 저는 교수님이 계셨기에 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그를 만나면 제일 먼저 물어보리라 했던 부분이 ‘mouth to mouth’에 대한 기억이었다. 최희정 교수가 갑자기 숨을 쉬지 않는 입원 환자에게 거리낌없이 입을 대고 인공호흡을 했다는 인상깊은 경험을 말해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의 대답이 의외다.
“글쎄요...잘 기억이 나질 않는데요...제가 그랬던가요?”
약간 실망스러워할 찰나에 “종종 그런 적이 있어서”란 이유가 붙는다.
“요즘은 오히려 mouth to mouth를 권하지 않는 추세에요. 의료인이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행위는 이기적인 게 아니라, 의무이자 책임과 같은 겁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을 때가 있긴 해요. 갑자기 응급상황이 벌어지면 환자부터 살려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거든요.”
의사로서 자신의 가치는 환자가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는 생각, 그것은 언제 어디서든지 환자에게 뛰어들 수 있도록 변 선생을 철저히 무장시켰다. 그렇기 때문에도 휴가 기간에도 ‘당연하게’ 병원 콜을 받을 수 있는 것이고, 위험한 순간에도 아무렇지않게 몸을 던질 수 있는 것이리라.
나의 양심과 위엄으로써 의술을 베풀겠노라. 지방의료원 생활에서 불쑥불쑥 그를 고민에 빠지게 만든 것은 업무로 인한 고단함도, 지방 생활의 외로움도 아니었다.
“지방의료원 내과 의사가 된 걸 후회해 본 적은 없어요. 다만 공부를 더 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진료를 하면서 연구활동을 병행할 수 있는 교수직이 가끔 욕심이 나기도 했지만,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순 없잖아요. 한 마리만 잡아야 한다면 이곳 환자들 옆에 있고 싶습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없다고 주저앉을 변 선생이 아니다. 그는 지금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있다. 전천후 내과의사가 되기 위해 내과의 모든 분과 연수교육을 받으러 다니는가 하면, 쉴틈없이 학회와 세미나에 참석한다.
“지방의 작은 병원에선 내과 의사가 모든 환자들을 봐야 하지요. 고혈압 환자를 보면서 호흡기 환자도 봅니다. 모든 과를 전부 알아야 하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를 소홀히 할 수가 없어요. 언젠가 책에서 봤는데 ‘지식없는 열정은 빛이 없는 등대와 같다’고 하더군요. 적어도 빛을 내지 못하는 등대는 되지 말아야죠.”
나는 인종, 종교, 국적, 정당정파, 또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게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 변 선생이 왜, 언제부터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을 위해 일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어쨌든 꽤 일찍부터 무의촌에서 일해야겠다고 생각했단다.
“레지던트 2년차 때 이곳 천안의료원으로 파견을 나온 적이 있어요. 3개월동안 의료급여 환자나 행려환자를 보면서 여기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원래는 무의촌에 가려고 했지만, 막상 적절한 장소가 없었고 또 이곳 기억이 참 좋았기도 했고요.”
아무런 연고가 없는 천안에 내려와 지방의료원 내과의사로 근무한지도 벌써 13년째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그는 이곳 천안에서 유관순 누나 다음으로 유명한 의사다.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독거노인, 무의탁 환자들을 위한 손과 귀가 됐기 때문이리라. 그동안 그가 충청남도 도지사 표창, 보건복지부 장관상, 행정자치부 표창, 나아가 본지의 '인술의 길 사랑의길'에 선정된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형편이 어려운 환자일수록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조금만 주위의 관심과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었더라면 질병이 악화되진 않았을 텐데’ 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환자들을 세심하게 보고, 조그만 것도 사소하게 넘기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제가 하는 것은 봉사가 아니에요. 단지 배우고 익힌 지식과 기술을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위해 쓰고자 하는 것이죠.”
취재후기-열의가 극도에 이르면 눈물이 난다. 그때의 눈물은 오묘하다 못해 보는이를 격양시키는 어떤 에너지를 내뿜는다. 돌이켜보면 변 선생이 인터뷰 도중 흘린 눈물과 떨리는 목소리는 스승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과 더불어, 특히 형편이 어려운 환자를 위한 의사가 되겠다는 철저한 다짐과 열의를 담고 있었던 것 같다. 그의 눈물은 어떠한 표창이나 봉사상도, 자주 읊조린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조차도 표현해주지 못하는 경건한 선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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