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정 회원(이화의대 감염내과 조교수)
<최희정 회원>
이름 |
최희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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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 |
이대목동병원 감염내과 조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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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
1991 |
이화의대 졸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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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 |
이화여대 부속병원 내과 전공의 수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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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 |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전임의 수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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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
미국 USC, 콜로라도 의대 리서치 펠로우 수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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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7~ |
이대목동병원 감염내과 조교수 |
"아픈 환자 여럿 살린 해결사" 김동완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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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위기상황에 닥치면 어떻게 하나?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119다. 아파도 119, 불나도 119, 심지어는 동네에 위험한 동물이 나타나도 119를 찾는다. 119는 5분이면 달려와서 우리를 위기에서 구해주는 '해결사' 같은 존재다.
그렇다면 병원에서 수시로 열이 나는 환자가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삐~! 감염내과 의사에게 컨설트를 낸다!"
정답이다.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은 감염내과 의사인 최희정 교수다. 모르긴 몰라도 그는 분명히 지난번 주인공인 김동완 교수에게 크게 잘 보인 게 확실하다. 벌써 수 년전에 같이 일한 뒤로는 2년전 내과학회에서 잠깐 서로 목례를 나눈 게 전부라고 하니 말이다. 도대체 뭘 어떻게 얼마나 잘 했길래 최 교수가 칭찬을 받게 된걸까?
"아마 전임의 시절이었죠? 김동완 선생님을 만난 게 말이에요. 아휴~, 그런데 그 때 정말 고생 많았죠."
얼마나 고생을 했길래 그럴까 했더니,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서울대병원에서 보냈던 전임의 시절은 그에게 "마치 전공의 1년차로 되돌아간 듯한" 매우 힘든 시기였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감염내과 전임의 1년차는 병원 환경이 낯설기만 한 최 교수 한 사람 뿐이었고, 병원 정책에 따라 '병원에서 열 나는 환자는 무조건' 최 교수가 1차적으로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리라.
"그야말로 저는 만능 해결사가 됐어야 했어요. 모든 병동을 돌아다니면서 협의 진료 환자는 물론, 문제를 안고 있는 모든 환자를 살펴봐야 했거든요. 보통 병동마다 전공의 1~2년차 주치의가 있는데, 제가 가면 기다렸다는 듯이 이것저것 질문을 퍼붓는 통에 한마디로 정신차릴 새가 없었죠."
병원에는 열 나는 환자들이 참 많다. 왜 그렇게 열들이 나는지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이유가 모두 다르니, 접근법도 치료법도 다 다르다. 게다가 그 '열'이란 녀석은 '감염'의 대표적인 신호이기 때문에 초장부터 확실하게 잡아야 뒷탈이 없다. 수많은 암환자와 중환자들이 열 때문에 병세가 악화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니 담당 환자가 열이 났다 하면 주치의는 초긴장 상태일 수 밖에 없다. 그럴 때 S.O.S를 치는 대상이 위에 나온 모범답안과 같이 감염내과 의사다.
"열이 나는 원인은 너무나 다양해서 저도 잘 모를 때가 많아요. 게다가 저는 그 환자들을 처음부터 주욱 봐왔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환자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않죠. 그래도 어떡합니까? 해결을 하긴 해야겠으니, 주치의들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머리 맞대며 고민합니다. 그래도 안 되는 건 밤 12시고 1시고 책을 뒤적거리며 씨름을 해야죠."
이것이 그가 여타 의사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일 것이다. 한 번 자신에게 주어진 일은 책임지고 해결하려는 자세랄까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태도랄까, 환자를 성실하게 잘 본다는 건 바로 이런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싶다.
"한번은 토요일 밤에 지금의 남편과 데이트를 하러 갔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병원에서 콜이 오더군요. 병원으로 들어갈 상황은 아니었지만, 어떻게 해서든 나한테 주어진 문제는 해결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자 데이트고 뭐고 전화부터 했지요. 공중전화를 붙들고 한 20분쯤 담당 주치의와 한참 토론을 했나봐요. 그 뒤로 어떻게 됐냐구요? 남편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뭐. 하하."
타고난 성실함과 강한 책임의식이 바탕이 됐겠지만, 물론 이런 성실함에도 계기는 있었다.
"언젠가 혈액종양내과 환자를 보게 됐는데, 열이 나서 컨설팅을 봤죠. 당시엔 열이 좀 나는 것 외에 특별한 이상소견이 없었는데 그만 4시간이 채 되지 않아 사망했어요. 나중에 알고보니 혈액검사상 비정상적인 부분이 있었긴 하지만, 환자가 그렇게 빨리 죽을 수도 있구나 깨닫게 됐죠. 그 때부턴 내 몸이 좀 고될지언정 얼마간이라도 빨리 환자를 도와주려고 노력해요."
밤낮 없고 휴일 없던 전임의 시절, 힘들었지만 나름 의미있는 시간이었다는 최 교수는 이제 모교로 돌아와 어엿한 교수로 일하고 있다. 전임의 때보다는 비교적 시간 여유가 생긴 데다가 다른 과보다 상대적으로 소속 환자들이 적다보니, 이것저것 환자에게 물어보고 답해준 덕분에 인기가 높아졌단다. 3분진료를 할 수 밖에 없는 현 의료계 상황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래도 최 교수 같은 사람이 있어 환자-의사와의 관계가 돈독해지는 게 아닌가 싶어 다행스러운 생각이 든다. 더구나 최 교수는 왠지 어디선가 누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든 달려와 줄 것만 같다. 괜시리 환자도 아닌데 벌써부터 마음이 든든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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