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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미 의사면허 상호인정 요구가 갖는 의미

시론 한-미 의사면허 상호인정 요구가 갖는 의미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6.08.11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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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호 의협 정책이사

한·미 FTA협상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양측의 첨예한 이해득실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그 중 우리에게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분야는 의료서비스개방에 관한 문제이다.

정부는 의료의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시장개방을 통한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 및 의료산업육성을 통한 경제성장 동력으로 활용할 생각인 것으로 판단되고 시민단체는 의료비 상승과 의료의 양극화를 이유로 시장개방에 반대하고 있다.

의협 'MRA 채택' 정부요청

미국의 구체적인 개방 수위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FTA 1차 협상 종료시 "현재 비영리체계로 되어있는 의료서비스 부분에 대한 개방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표명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에서는 협상의제가 구체화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측에게 보건의료분야 협상 의제로 의료인력의 면허상호인정(MRA:Mutual Recognition Agreement)을 채택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지난 8월 1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소회의실에서 열린 한·미FTA 열린우리당 특위 간담회에서도 강한 논조로 미국과의 의료인력 면허상호인정의 당위성을 개진한 바 있다.

그동안 경제특구에서 미국에 대한 우리의 의료시장 개방이 꾸준히 진행돼 왔기 때문에 굳이 한국과의 통상마찰을 빗으면서 의료시장 개방을 적극적으로 요구하지 않았으리라 사료된다.

우리 빗장은 이미 다 열려

2002년 12월 30일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는 '외국의 의사가 외국인 전용의료기관에 종사할 수 있다'라고 명시되었는데, 재경부에 의해 2005년 1월 27일, 23조 제6항에 기재된 '외국인 전용 의료기관'이 '의료기관'으로 바뀌면서 자국인뿐만 아니라 내국인에 대한 진료도 가능하게 길을 터주었다.

또 2006년 7월 6일 보건복지부가 의료법시행규칙 개정안을 통해 '외국의 의료인 면허를 소지한 자가 대한민국 의사면허를 취득하지도 않고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는 자국민과 내국인에 대한 진료를 허용한다'는 내용을 입법예고했다. 따라서 우리의 빗장문은 이미 다 열려져 있기 때문에 굳이 미국이 한국 의료시장 진입을 위해 애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 우울한 현실이다.

의료시장의 개방은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부분이다. 의약품시장 개방은 약품에 국한되지만 의료시장 개방은 약품·의료기기·의료기술 등을 총망라한 시장 개방이므로 협상에 임하는 자세부터 달라야 할 것이다.

양허에 관한 보편 타당성

의료의 특성상 환자는 의사가 처방하는 의약품을 선호하게 되며 의사는 본인이 익숙한 의료장비를 구입할 것이며, 의료행위 또한 검사 및 처치에 대한 환자들의 의사 신뢰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 점이 바로 의료시장개방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개방은 WTO DDA 및 GATS(General Agreement Trade of Service, 서비스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에 의거해 상호평등주의 및 양허에 관한 보편타당성을 내세워야 한다. 이미 우리의 의료시장은 첫 단추를 끼워주었는데도 불구하고 미국에 대한 우리의 요구사항이 전혀 없다면 대한민국 의료인 전체를 무시하는 처사이며 나아가서는 굴욕적인 협상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의사면허관리를 연방정부가 아닌 주 단위별로 따로 하고 있고 주정부에서도 민간단체인 미국의사협회(AMA)에 면허관리를 이양하고 있다고 변명하지만 너무 궁색하다.

모든 협상과 국가의 중대사는 그 나라의 통치권자 및 의회에서 정책조절이 가능하다. 애써 우리가 외면해서 그렇지 한·미 FTA 협상의 공격적 국면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미국측과 MRA를 추진하는 것은 충분히 값어치 있는 협상으로 보이며, 백번 양보해 면허관리가 주정부관할이라고 하면 유학생 및 교포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한 몇 개 주에서라도 제한적인 상호교류의 물꼬를 틀 필요가 있다.

한발 더 나아가 '한미의사 상호개업 및 진료에 관한 협정'을 체결해 단기간 내로는 미국내 의료기관에 전속돼 자국민(교포 및 유학생)을 진료할 수 있게 하며 장기적으로는 서로 다른 의사면허와 개업에 관한 제도개선을 통해 완벽한 MRA를 정착시켜 보자는 것이다.

영리·비영리 경계 명확히

다음은 영리법인 허용문제이다. 우리는 전통적인 유교사회 및 '체면' 문화권에서 살다보니 영리하면 돈을 밝히는 쪽이고 비영리하면 순수한 것으로 선을 긋는데, 현재 대한민국의료체계를 살펴보면 외부적으론 비영리체제지만 내부적으론 영리추구를 하는 기형적인 시스템이다. 공공의료 확충부족을 그동안 민간의료가 충당해 왔던 것이다.

영리병원은 개원자금 조달방법을 다양화함으로써 돈이 없어 개원을 못하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진입의 효율성을 기할 수 있다.

또 비영리법인은 퇴출시에 합법적으로  정리할 방안이 없어 불법으로 병원을 정리해야 하는데, 영리법인을 허용하면 이같은 불합리를 극복할 수 있어 퇴출의 정상화를 유도할 수 있다.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되는 중요한 점은 영리법인을 허용한다고 해서 모두가 돈을 번다고 착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영리와 비영리의 경계를 명확하게 해 공급자에게 선택권을 주자는 것이다.

외국의 선진국들에서도 영리병원을 추구하는 곳이 10%를 상회한다. 특히 싱가포르  같은 곳은 의료산업 및 의료허브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발전하고 있지만 공공의료 확보율이 80% 정도이다.

영리법인 허용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비영리병원이 비영리성을 구현할 수 있는 공적지원 및 제도보완을 이루고 난 뒤에 검토돼야 할 것이며 사전에 의료수가의 현실화와 의료규제철폐가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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