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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엄마, 책 권하는 의사

책 읽어주는 엄마, 책 권하는 의사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6.08.07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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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애 회원(청주 이은애소아과의원장)

<이은애 회원>

이름

이은애(52)

소속

청주 이은애소아과의원

경력

1979

이화의대 졸업

 

1983~

이은애소아과 개원

 

1992~1997

청주MBC 여성시대 '이 한권의 책' 출연

 

 

<여성신문><주간신문><책과 인생>에 연재

 

1995

제9회 책의 날 기념 제2회 독서진흥상 개인부문 수상

 

1996

문체부 주최 도서문화상 개인부문 수상

 

2005

국제모유수유전문가(IBCLC) 과정 수료

 

"정신과 의사가 인정한 훌륭한 자녀양육 상담가"
우행원 회원(서울 동대문 우행원신경정신과의원장)
10여년 전쯤이었던가요? 이은애 선생이 제게 본인이 쓴 책을 한 권 선물했죠. 솔직히 학생과 교수 사이로서 얼굴은 알고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제게 선물을 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무엇보다 특별히 제가 이 선생에게 잘해준 것이 없는데, 저를 잊지 않고 선물을 줘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그 때는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열심히 읽지 못했는데, 최근에 다시금 책을 정독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선생의 독서폭과 지식의 깊이에 놀랐지 뭡니까.
소개할 책들을 꼼꼼히 읽지 않고는 도저히 써낼 수 없는 90여편의 서평은 다 큰 아이를 둔 부모로서도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더군요. 부모-자녀의 관계와 양육에 대해서 정신과 의사조차 잘 모르는 부분을 속시원히 짚어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시대의 부모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할까요?
게다가 이 선생은 자신의 앎을 늘리는데 그치지 않고, 진료실을 찾는 부모와 아이들에게 직접 책을 권하고 나눠주기도 한답니다. 책에 대한 폭넓은 식견으로 방송에 출연하거나 잡지에 칼럼을 쓰기도 하고요. 이 선생이야말로 요즘 시대에 맞는 소아과 의사의 역할을 하고 있는게 아닐까요? 진료실을 찾아오는 부모들이 이 선생을 참 좋아할 것 같아요. 저도 벌써 팬이 됐는걸요? 하하.

어떤이가 당대 훌륭한 재상이었던 황희 정승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훌륭한 재상이 될 수 있었습니까?"

그러자 황희 정승은 이렇게 대답했다.

"훌륭한 재상이 되는 방법은 <논어>에 모두 나와 있다네."

아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한 엄마가 진료실 문을 두드리며 의사에게 물었다.

"우리 애들이 어찌나 서로 싸움을 하는지 속상해 죽겠어요. 그럴 땐 부모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러자 소아과 의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세요."

그리고 그 소아과 의사는 책을 꺼내 엄마에게 주었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소아과 의사가 바로 이은애 원장(청주 이은애소아과의원)이다. 그는 1992년부터 1997년까지 5년여동안 매주 청주MBC 여성시대 프로그램의  '이 한권의 책' 코너에 출연했는가 하면, <여성신문><주간신문><책과인생> 등에 책소개글을 연재하기도 한 '책 전문가'다. 덕분에 제9회 책의 날 기념식에서 독서진흥상 개인부문을 수상하기도 했고, 교육부(당시 문화체육부) 주최 도서문화상에서도 수상의 영예를 얻었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무엇인가?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진리를 찾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이 원장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모든 인간관계의 씨앗이 성장과정에서의 부모-자녀와의 관계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부모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막상 제 아이를 낳고 부모 노릇을 하려다보니 오죽 답답하지 않겠습니까.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할지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그 답을 책에서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 원장이 '다독'이 결코 자랑이 아니라며 한사코 자신의 독서량을 밝히지 않긴 했지만, 모른긴 몰라도 그의 몸과 마음을 살찌운 책의 양이 꽤 될 것이다.

하지만 제아무리 독서광이라도 '책읽기'와 '책권하기'는 차원이 좀 다르다. 기자도 지금까지 몇차례 서평을 써본 적이 있지마는, 책권하기는 책읽기, 비교분석, 조리있게 설명하기 등을 요하는 많은 공을 들여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기 때문이다.

"진료를 하면서 보면 가끔 아이에게 '얘는 말 안 들으니까 주사 한 방 더 놔주세요' 내지는 '너 자꾸 울면 아빠한테 이른다' 라면서 꾸짖는 엄마들이 있어요. 아이한테 저렇게 말하지 않고 건강한 사랑을 줄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을 하니, 조심스럽게 엄마들에게 부모를 위한 책을 권하게 됐습니다."

아이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 부모에게 책을 권하고 직접 구입해서 나눠주기까지 하던 이 원장은 급기야는 시중에 나온 부모와 자녀, 양육법에 대한 모든 책들을 섭렵할 정도가 됐다. 그러다보니 그가 '책전문가'란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됐고, 각종 언론매체에서 꾸준히 책소개를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부모가 읽어야할 책, 자녀가 읽어야할 책>이란 책을 펴냈던 것이다-물론 이 책도 필요로하는 부모에게 무료로 배포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책전도'  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 책 저 책 열심히 구해서 읽다보니 어느새 집에 책을 놓을 공간이 부족해지더군요. 또 집안 깊숙히 책들을 쌓아만 놓을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좋은 내용들을 함께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청주도서관·충북대 생활과학대 등 지역 도서관과 학교에 책을 기증하기 시작했어요. 기증한 책만 5000여권쯤 될 것 같은데요."

청주도서관 부모자녀열람실에 그의 이름을 딴 서가가 있을 정도니, 이 원장이 진료실에서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활동에도 얼마나 열심이었는지 어림짐작이 간다. 아울러 최근에는 지난해 딴 '국제모유수유전문가' 자격을 바탕으로 산후조리원과 보건소 등에 모유수유와 자녀양육에 대한 강의를 나간다.

하지만 열혈 책 전도사인 그가 요즘 책 권하기를 망설이게 됐단다. 황희와 자신의 차이점에 대한 깨달음이 그 까닭이다.

"나이를 들면 들수록 배움이나 앎보다 중요한 것이 실천과 행동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아무리 좋은 책을 많이 읽어도 아는 것을 실천하지 않으면 결국 아무런 소용이 없죠. 내가 아무리 좋은 책을 권하고 나눠주어도 부모가 읽지 않거나 읽고 행동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듯이요. 이제 저부터 책 읽기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기는 삶을 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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