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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종구방역과장

인터뷰-이종구방역과장

  • 장준화 기자 chang500@kma.org
  • 승인 200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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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입장에서 한번쯤 생각해 봤더라면…”

국립보건원 이종구(45) 방역과장은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의약분업으로 인해 국민이 겪어야 했던 고통을 가장 가슴아파 했다. 의사로서, 공무원으로서 국민에게 어떤 욕을 먹어도 인내할 수 밖에 없지 않겠냐는 이 과장은 제도시행에 있어 국민이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과장은 의약분업을 계기로 의사사회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해야되는지 알게되는 시점으로 의료계를 한단계 끌어 올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됐으면 한다는 바램과 함께 의사공무원으로서 복지국가 실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과장이 공무원으로 출발한 것은 82년 서울의대 졸업후 7년이 지난 89년. 그 이전까지는 서울대학병원에서 가정의학과 전문의 과정을 마치고 전임의로 환자들을 진료했다.

“82년부터 전문의 과정을 밟으면서 동시에 서울대보건대학원 관리학에 적을 두고 있었습니다. 이때 WHO와의 국가보건의료체계 시범사업에 관여했고, 이것이 인연이 되어 그 후 서울대와 WHO간의 `primary health care based on district health system' 공동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이 공직생활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당시 보건복지부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이동모씨의 권유도 한 몫했던 것 같다고 이 과장은 덧붙였다.

그러나 이 과장이 임상의사를 마다하고 공직을 택하기까지 마음 고생을 겪어야 했다. 주위에서는 경제적인 안정을 보장받을 수 있는 임상의사를 팽개치고 굳이 보수가 낮은 공무원을 선택한 것에 대해 별로 탐탁치 않아 했다. 집안에서도 공무원 생활을 하기에는 성격이 맞지 않는다며 꺼려했다.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가 될 것인가, 행정을 하는 의사가 될 것인가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나름대로 생각했습니다. 내가 상대하는 사람이 개인이냐, 집단이냐 그 차이 뿐이지 기본 마인드는 같다고 봅니다.”



심한 마음의 고생끝에 주위의 기대를 저버리고(?) 공무원을 택한 것에 대해 후회해 본적이 없다는 이 과장은 오히려 임상경험이 보건행정을 수행해 나가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89년 4월 경기도 연천군 보건의료원에서의 첫 공무원 근무를 시작으로 94년 국립보건원 보건행정학 담당관, 95년 보건복지부 방역과장, 97년 지역의료과장 및 지역보건과장, 99년 방역과장, 그리고 99년 5월에 정부조직개편에 따라 현재 국립보건원 방역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10년 남짓 공무원 생활에 있어 밑바닥부터 시작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왔기 때문에 의료기관들과의 협조관계에서 도움을 주고 받고하는데 별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무원 생활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고 술회한 이 과장은 방역과장 시절인 95년에 콜레라가 발생하여 이에 대처하느라 밤낮으로 뛰어다닌 그 때가 짧은 10년기간 중에 가장 잊지 못할 일로 떠 오른단다. 그 덕택에 정부로 부터 홍조근조훈장이라는 부산물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후생성에 많은 의사들이 근무하면서 국민건강 증진에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도 많은 의사들이 공직사회에 진출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 과장은 의사가 진료능력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사회 여러분야에 진출, 그 동안 배운 지식을 폭넓게 활용하는 것도 복지국가 실현에 이바지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현재로서는 낮은 보수문제가 공직사회 진출의 걸림돌이 되고 있지만 많은 의사들이 사회 여러 분야에 진출해 활동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물론 공직사회에서 의사들이 적응해 나가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슬기롭게 대응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한 이 과장은 이를 위해 의료분야의 폭넓은 지식은 물론 경제학, 법학 등 타 분야의 연마에 게을리해서는 안된다고 주문했다.

이와함께 의과대학에서의 다양한 사회 진출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의료계는 지난 1년간 의약분업을 둘러싸고 많은 진통을 겪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얻은 것도 있지만 잃은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의사사회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해야되는지 인식한 계기가 됐다고 평가한 이 과장은 의료계가 의약분업을 계기로 한단계 성숙한 모습으로 거듭나기를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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