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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함은 사랑으로 두려움은 노력으로

부족함은 사랑으로 두려움은 노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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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7.1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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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혁 회원(건국의대 소화기내과 교수)

<최원혁 회원>

이름

최원혁(38)

소속

건국의대 소화기내과 교수

경력

1994

서울의대 졸업

 

2002

삼성서울병원 내과 전공의 수료

 

2002~2003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전임의

 

2003~

건국의대 소화기내과 교수

 

“환자에게 친절하고 헌신적인 젊은 의사”
함형석 회원(경기 용인 서울삼성내과의원장)
최원혁 선생님은 삼성서울병원 내과 전공의 시절 동기입니다. 군복무를 마치고 전공의 과정을 밟는 바람에 다른 동기생보다 나이가 많은 편이었지만, 환자 진료에 대한 열정은 남달랐습니다. 나이가 좀 많으니까 열심히 진료해야 다른 젊은 친구들을 따라간다고 말이죠.
그래서인지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으면 어떻게 해서든 곁에서 지켜보며 마음과 정성을 다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당직실 자리가 없으면 신문지를 덮고서라도 선잠을 자며 환자를 볼 정도였으니까요. 한마디로 ‘성실맨’ 그 자체죠.
무엇보다 항상 자신을 낮추고 선후배나 동료들과 원활한 인간관계를 맺은 덕분에 주위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았습니다. 그러고보니 못 본지 꽤 시간이 지난 듯 합니다. 이번 기회에 얼굴 한 번 봅시다.

 

<최원혁 회원을 만났습니다>

공한 사람에는 세 종류가 있다. 첫째는 타고난 능력이 있는 사람, 둘째는 부단히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 셋째는 그 둘을 모두 갖춘 사람, 즉 능력도 있고 노력도 하는 사람이다.

세 번째 사람이 가장 이상적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런 부류의 인간은 대한민국 1%라 할만큼 극히 드물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첫 번째나 두 번째에 해당할 것이다. 그런데 둘 중 누가 더 낫냐고 한다면 첫 번째 보다는 두 번째 사람이지 않을까? 학창시절 내내 노력하는 사람을 당할 재간이 없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었다. 원숭이는 줄곧 나무에서 떨어진다지만, 스스로 돕는 자는 하늘마저 돕는다고 하지 않나. 최원혁 교수는 굳이 분류하자면 두 번째 사람과 닮았다.

수룩해 보이는 외모와 말투 때문에 처음 마주하고 앉았는데도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기나 한 듯이 왠지 정감이 간다. 헌데 왜 이렇게 겸손한거야? 사실 기자는 이 인터뷰를 시작한 뒤부터 ‘겸손이 미덕’이란 말을 싫어한다. 명색이 인터뷰 주제가 ‘칭찬’인데, 인터뷰이가 지나치게 겸손해 버리면 인터뷰 하느라 여간 진을 빼는 게 아니다. 때로는 적절히 자신의 업적이나 장점을 척척 알려주면 참 좋으련만. 그런데 최 교수는 질문을 던질 때마다 쑥쓰러운 듯 자꾸만 목소리가 기어 들어갔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환자 상태가 좋지 않을 때면 늘 그런식으로 밤을 새시는 편인가요?” “병원 밖으로 잘 안 나간 것 뿐이에요. 특별히 유별나게 환자를 열심히 본 것도 아닌데…….”

러니까 왜 병원 밖으로 나가지 않았는가 말이다. 요렇게 저렇게 질문을 바꿔가며 철옹성을 공략한 지 10여분 만에 드디어 최 교수가 입을 연다.

“솔직히 말하면 제가 정말 능력이 출중한 의사는 아닙니다. 오히려 좀 아둔한 편이죠. 그런데 능력이 뛰어난 의사가 환자의 병을 잘 치료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치료란 게 심리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 없거든요. 의사가 환자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환자와 보호자가 안정을 찾을 수 있습니다.”

히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강심장’이라고 부른다. 종합병원이나 ER 같은 드라마를 보면 수술실에 가서 토하는 의사나 중환자를 맡아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전전긍하는 의사가 꼭 나온다. 그런 상황에 닥칠 경우 누구에게나 예상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의사는 생명을 다루는 만큼 용기와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최 교수는 겁이 많다. 어쩌면 그가 환자 곁을 좀체 떠나려 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일지 모른다. 행여 자신이 없는 사이에 환자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서다. 레지던트 1년차 시절, 검사상 특별한 소견이 없었지만 왠지 예감이 좋지 않았던 환자가 밤 사이에 숨을 거뒀다. 이 환자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래서 더더욱 환자 곁을 못 떠난다. 게다가 날이 갈수록, 경험이 많아질수록, 결정권이 늘어날수록 긴장감이 더 커진다. 큰일이다.

우잠, 선잠, 칼잠, 풋잠 등 일주일에 반은 내시경실이나 당직실에서 비정상적인 잠을 자기 일쑤였지만, 의사가 되길 잘 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역시 환자 때문이다. 의사에게 주어지는 가장 값진 보상은 돈도 아니요, 명예도 아니고, 환자의 건강상태가 나아졌을 때 느끼는 보람이다. 게다가 신생병원에서 젊은 교수로 자리 잡아가면서 연구 활동을 하는 것도 제법 재미가 쏠쏠하다.

“판검사가 진짜 열심히 일했다고 칩시다. 도둑놈의 형이 늘든 줄든 양쪽 경우 모두 감사 인사를 받을 성질은 못돼죠. 하지만 의사는 아니잖아요. 환자가 좋아지면 고맙다는 인사를 받기도 하고, 진심어린 존경을 받기도 하고요. 이 일이 힘들지만 매력적인 이유입니다.”

똑한 의사와 환자에게 잘 하는 의사의 차이를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똑똑한 의사는 본인이 편하다. 하지만 환자에게 100% 좋은 것만은 아니다. 반면 환자에게 잘 하는 의사는 본인이 매우 피곤하다. 똑똑한 사람 쫓아가려면 공부도 더 열심히 해야 하고 일도 더 오래 해야 한다. 하지만 환자는 더 좋아할 수 있다. 둘 중 누가 낫냐고? 그런 거 없다. 물론, 똑똑하고 환자에게 잘 하는 의사가 제일 낫다.

“제가 굳이 칭찬을 받아야 한다면 머리를 잘 써서가 아니라, 환자를 한 번 볼 것을 두 번 보고, 한 시간 공부할 것을 두 시간 공부하고, 그래도 모르는 건 과감히 다른 사람에게 자문을 구한다는 겁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나? 엄청 똑똑한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한번 열심히 일해보자. 부족함을 애정으로, 두려움을 노력으로 극복해 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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