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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교육을 위해서라면 흰 가운도 아깝지 않다

의학교육을 위해서라면 흰 가운도 아깝지 않다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6.05.2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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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현 회원(가톨릭의대 의학교육학과 조교수)

<박주현 회원>

이름

박주현(42)

소속

가톨릭의대 의학교육학과 조교수

경력

1989

가톨릭의대 졸업

 

1993

가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 내과 전공의 수료

 

1997~2000

가톨릭의대 신장내과 전임강사, 조교수

 

2001~2003

가톨릭의대 의학교육학과 조교수

 

 

한국의학교육학회 정보부 차장, 간행위원

 

2004~

미국 USC 대학 의학교육석사과정 이수 중

 

"의학교육을 위해 오랫동안 헌신해 온 의사"
문정림 회원(가톨릭의대 재활의학과 교수)
누군가를 칭찬릴레이 다음 주자로 추천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머릿 속에 불현듯 떠오른 사람이 바로 박주현 선생님입니다.
박주현 선생님은 가톨릭의대에 의학교육학과가 개설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셨고, 그 이후에도 꾸준히 학과를 위해 헌신해 오셨습니다. 놀라운 점은 원래는 내과를 전공하셨는데, 뜻하신 바가 있어 전과를 하셨다는 거에요. 알고보니 워낙 교육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대단하시더라고요. 더욱이 몇 년전에는 교육학에 대해 더 공부해야겠다시면서 미국으로 유학까지 가셨어요.
사실 제가 의학교육학 교수를 겸직하게 돼 의학교육의 새로운 변화를 알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도 박주현 선생님 덕분이라고 할 수 있죠.
개인적인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가면서까지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학생들을 위해 매진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학생들의 국가고시 준비를 돕기 위해 밤늦게 남아 보충교육을 하시던 모습도 기억에 남습니다.
박주현 선생님이 언제쯤 돌아오시나 기다리던 사이에 벌써 긴 시간이 훌쩍 지나갔네요. 의학교육학 교수들은 물론, 학생들도 모두들 선생님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답니다. 박 선생님, 그곳에서 마무리 잘 하시고 건강하게 서울에서 볼 날을 기대하겠습니다.
대학 캠퍼스에서 공부하고 있는 모습

 사실 기자는 '의학교육학'에 대해 단단히 오해를 하고 있었다. 그것이 그저 '교육학'의 일종일 것이고, '의학'이라는 학문에서 오는 몇 가지 특성이 덧붙여져 있을 것이며, 그래서 학생들에게 '의학이란 무엇인가' 내지는 '의학교육 이론 중에는 이러이러한 것들이 있다'는 다소 지루한 강의를 하게 될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그런데 박주현 선생에게 들어본 '의학교육학'은 조금 달랐다.

"의학교육학은 의과대학의 교육을 보다 전문화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입니다. 의학은 학문적인 측면이 강한 '과학'과 예술적인 측면이 강한 '의술'을 동시에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이 과정을 따로 탐구하고 연구해서 학교와 다른 교수님들에게 도움을 드리고자 하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한 분야다. 1990년대 이후 몇몇 대학을 중심으로 학과가 하나둘씩 생겨나긴 했지만, 전체 대학의 현황을 보면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다. 일찌기 의학교육학과를 개설한 선구적인 의대 중 한 곳에서 그는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군대를 막 다녀와서 임상강사 자격으로 병원생활을 막 시작할 무렵, 학장님께서 의학교육을 담당할 젊은 내과 교수를 찾으셨습니다. 엉뚱하게도 제가 지목됐죠. 그로부터 몇 년 후에 의학교육학과가 생겼습니다."

끝도 없이 밀려드는 일과 환자들 사이에서 한창 힘겨웠을 전공의 시절, 그에게 유일한 즐거움을 안겨줬던 건 컨퍼런스 시간이었단다. 설명하고 가르치고 하는 게 좋아서란다.

"다행히도 제가 적임자인 것 같습니다. 제가 여기 대학에 남아 있는 건 바로 교육 때문이니까요.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가운이라도 벗겠습니다. 하지만 바쁜 병원 생활을 마치고 난 한밤 중에 교육을 위해 추가로 희생과 봉사를 하라고 하진 마십시오."

젊디 젊은 그가 당시 가톨릭의대 학장 앞에서 이런 당돌한(?) 멘트를 날릴 수 있었던 건 교육에 대한 열의와 자신감 때문이었으리라.

"남들처럼 진로를 고민해야 했을 때 무엇이 내가 가장 짜릿한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하는가 생각했어요. 답은 보나마나 당연히 교육이었죠. 하여간 세치 혀를 가지고 사람을 움직이는 데는 재주가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그건 건방진 생각이었습니다."

교수들이 진료와 연구에 대해선 전문가임이 틀림없지만, 선생으로서의 자질이나 재능에 대해선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저나마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이뤄지는 가르침이 학생들이 교수에게 실망하는 주요 원인이라는 생각에서다. 그가 더욱 교육에 몰입하게 되고, 급기야는 임상을 포기하고 교육학으로 턴하게 된 것도 그때문이다.

열정과 자신감이 늘 행복과 기쁨만을 주지는 않듯이, 물론 어렵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그에게는 '천재소년 두기'란 별명을 지어주며 열렬한 사랑을 보내주는 학생들과 야심한 밤에 상담료 대신 학생들이 뽑아주는 커피 한잔이 그 무엇보다 값진 '보상'이자 피로를 덜어주는 '자양강장제'였다.

의과대학 졸업생들과 함께한 박주현 교수

"학생들이 거리낌없이 형이나 오빠처럼 대할 수 있게 해주려고 애씁니다. 학생과 가까워지고 돈독한 관계를 갖기 위해선 진심으로 학생들을 위하는 마음과 행동을 보여야해요. 학생들이 시험에서 낙제점수를 주지 않는 교수를 선호할 수는 있지만, 존경하지는 않거든요."

교육은 가르침보다는 배움에 초점을 둔다는 것이 교육의 기본 중에 기본이란다. 얼핏보면 '교수법'이 교수들을 위한 것 같지만, 실은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는 점과도 일맥상통한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가 학생들로부터 인기가 많은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사실 저도 처음엔 교수의 한 사람으로서 이 사실이 무척 슬프더군요. 하지만 이 메세지를 제대로 받아들인 사람에게는 존경과 사랑이 보상으로 주어집니다. 선생님들이 교육을 통해 기쁨과 보람을 얻을 수 있도록, 궁극적으로는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 사명이자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의사라면 누구나 하얀 가운을 입고 환자들을 돌보는 임상의사로서의 모습을 꿈꾼다. 그도 물론 그랬겠지만, 매년 여름방학 동안 학생들과 함께하는 해외의료봉사 활동에 만족해야 한다.

임상에서의 경험이 있었기에 교육에 대한 기회가 주어졌고, 임상 경험을 지금 위치에서도 십분 발휘할 수 있다고 믿기에 임상에 대한 미련은 없다는 박주현 선생. 하지만 문득 청진기를 바라볼 때나 알싸한 알코올 냄새를 맡을 때마다 새댁이 친정을 생각하듯 아련한 그리움이 찾아든다고 털어놓는 걸 보면 그도 '천상 어쩔 수 없는 의사'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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