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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8 17:53 (일)
네덜란드 보험제도는 시장경쟁체제에 뿌리

네덜란드 보험제도는 시장경쟁체제에 뿌리

  • 이정환 기자 leejh91@kma.org
  • 승인 2006.05.23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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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보건의료개혁] 기획시리즈(3)

 


<글싣는 순서>

1. 유럽의 보험제도가 변하고 있다.
2. 영국은 왜 인두제를 폐지했나?
3. 네덜란드 보험제도는 시장경쟁체제에 뿌리
4. 프랑스 점진적 개혁 속 조심스런 공급자 통제 시도
5. 유럽의 보건의료개혁이 주는 교훈
 

 

네덜란드는 2006년 1월 1일자로 신건강보험법이 발효되면서 새로운 건강보험체제로 개편됐다.

새로운 건강보험체제는 국민에게는 공평한 재정부담을 원칙으로 하고 선택권을 보장했다. 또 정부는 보험운영에 관해서는 최소한의 규제만을 행하고, 실질적으로 건강보험체계의 운영을 책임지는 민간보험사들에게 적절한 위험분산을 해줌과 동시에 경쟁체제를 도입함으로써 가격인하와 의료의 질을 확보했다.

아울러 민간보험회사 입장에서는 관련 규제가 완화됐고 영리추구가 허용됨에 따라 활동영역이 증가하게 됐다.

즉 2006년 신건강보험체제에서는 기존의 질병금고가 민간의 질병금고(민간보험회사, Non-Profit Private Company)와 경쟁을 통해 합병되는 과정들을 거치며(질병금고라는 것이 없어짐), 새로운 건강보험체제에서 건강보험의 운영은 모두 민간보험회사가 담당하게 되는 완전 자유경쟁체제로 바뀌었다.

또 모든 네덜란드 국민은 의무적으로 민간보험회사를 통해 정부가 정하는 기본건강보험(standard package)에 가입해야 할 법적 의무를 갖게 됐다.

▲ 조사단은 AGIS를 방문해 신건강보험체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네덜란드 의료체계 개혁의 배경

네덜란드 보건의료 개혁의 방향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효율성 제고를 위한 시장경쟁원리의 도입'이라고 할 수 있다.

네덜란드에서 보험의 개념이 등장한 것은 1800년대로 이 때는 의사의 수가 적고 환자의 수가 증가해 의사와 개개인이 주체가 되는 조합이나 기금이 만들어졌다.

또 1900년대 초에는 사회보장법이 생기면서 정부가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기 시작했고,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는 정부가 보험제도와 보험의 가격정책 등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이후 의료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의료비가 비싸지기 시작했으며, 정부는 의료서비스의 공급을 줄이기 위한 간섭을 하기 시작했다.

베셀링(Michiel Wesseling) 네덜란드의사회 정책입안담당자는 "정부의 의사들에 대한 직접적인 간섭은 오히려 환자의 대기시간을 늘리고, 의료사고를 유발하는 등 사회적인 문제를 발생시켰으며 국민의 소득 수준을 뛰어넘는 의료비 지출의 증가는 국가의 재정을 압박하게 됐다"고 말했다.

따라서 네덜란드 정부는 시장경쟁체제를 활성화해 가격인하와 의료의 질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새로운 형태의 건강보험체제를 도입하게 됐다.

 

신건강보험체제 뿌리는 데커 개혁에서 비롯

2006년 신건강보험체제라는 새로운 개혁의 뿌리는 1986년부터 시작된 데커 개혁에서 비롯됐다.

당시 네덜란드 정부는 보건의료의 여러 문제점을 개혁하기 위해 1986년말 필립스(philips)회사의 회장을 역임한 데커 박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의료개혁위원회를 구성해 '관리된 경쟁이론'을 받아들여 의료개혁의 모형을 만들었다.

이를 네덜란드 의회가 받아들여 1989년부터 1992년까지 완전개혁을 도모하고자 했으나, 1989년 정권이 교체됨에 따라 개혁의 방향이 변하게 됐다.

그러나 이 개혁의 내용은 사회보험에서 규제된 경쟁모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고, 시간이 걸리기는 했으나 최근 네덜란드 개혁의 청사진 역할을 하게 됐다.

이 개혁의 세 가지 핵심사항은 첫째 재원조달을 단일화하고 전 국민에게 동일한 기본 보험급여를 도입해 형평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 의료소비자인 일반국민·의료공급자, 그리고 보험자인 질병금고에 대해 효율성을 제고시키기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의료체계를 관리하는 원칙을 과거의 정부 통제나 규제 중심의 방식에서 관리된 경쟁(Managed Competition)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 개혁전후 건강보험제도 비교

 경쟁원리 도입…보험료 높은 질병금고 퇴출

구체적으로 데커개혁은 효율성을 추구하는데, 이 모형은 먼저 수요자에게 질병금고를 선택하도록 허용해 보험료가 높은 질병금고는 퇴출토록 했다. 또 질병금고와 의료공급자간의 시장경쟁을 하도록 함으로써 진료비가 싸거나 아니면 의료의 질이 좋은 공급자가 시장에서 살아남게 했다.

특히 경쟁형 보험자체계가 갖는 취약점인 역선택(adverse selection)문제를 보완했는데, 중앙기금(Central Fund)에 기금을 만들고 위험균등화 정책을 통해 위험선택을 방지하고 위험분산을 해준 것이다. 이러한 주요내용들이 2006년 신건강보험체제 변화의 뿌리가 됐다.

 

위험균등화 정책과 중앙기금(Central Fund)

데커 개혁의 주요 내용에는 이미 위험보정정책과 중앙기금의 개념이 포함돼 있었다.

즉 소득이 있는 모든 개인에 대해 정률보험료를 정부가 징수해 이를 중앙기금으로 이전시켜 의료보장의 주재원으로 사용토록 했고, 모든 개인은 다수의 질병금고(우리나라의 공단과 같은 조직)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이 금고를 통해 의료서비스를 보장받았다.

질병금고의 수입은 가입자에게 부과한 정액보험료와 중앙기금이 등록 피보험자의 수에 따라 배분하는 예산으로 구성되며, 중앙기금은 질병금고가 가입자들을 받아들일 때 위험선택을 못하도록 모든 사람을 가입시키도록 한 대신 가입자들의 위험률을 고려해 예산을 배정토록 했다.

베셀링 네덜란드의사회 정책입안담당자는 "2006년 신건강보험체제에서의 '위험균등화'(risk equalisation) 정책은 이것을 통해 보험업자들이 위험도에 따라 가입자를 선별하는 것을 방지하며 동시에 보험업자가 불공평한 위험부담으로 재정적인 위험에 처하는 것을 방지하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 네덜란드의사회는 신체제 도입을 시장경쟁원리에 의한 것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신체제하에서의 건강보험 구조 및 급여내용 변화

2006년 이전의 구체제하에서는 소득에 근거해 공적보험(A)에 가입할 대상자와 민간보험(B)에 가입할 대상자가 분리됐다.(표1 참조)

공적보험은 다시 연간 소득 3만3000유로 미만의 소득자가 가입하는 사회건강보험(Ziekenfondsen)과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공무원(전체 인구의 약 8%)건강보험으로 나뉘어진다.

사회건강보험은 전 인구의 60% 이상을 차지했고, 실업 수당 등 각종 사회보장 수당을 받는 사람들도 여기에 포함됐다. 그리고 공적보험에서 보장되지 않는 영역은 개인의 선택에 따라 추가로(C)에 가입해 보장받을 수 있었다.

연간 소득 3만3000유로 이상의 국민은 민간보험(B)에 가입해 기본 질병에 대한 보장을 받을 수 있었으며, 전체 국민의 약 30%를 차지했다.

한편 공적보험 가입 대상 국민 중에서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국민은 다시 WTZ(표준형 건강보험) 제도에 의해 통제된 가격으로 기본민간보험(B)에 가입하도록 했다.

이외에도 개인에 따라서는 보험료를 더 내고 기본형에서 보장되지 않는 영역(D)을 통해 보장받을 수도 있으며, 같은 보험회사일 경우 (C)와 (D)는 대부분 하나의 상품을 제공하도록 했다.

뢰넨(Leo van Loenen) AGIS(비영리보험회사) 판매판촉부 전략연구가는 "구체제와 신체제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공적보험과 민간보험 중 기본보장형 부분(A+B)이 모두 기본형 민간보험(E)으로 흡수되고, 추가 가입부분(C+D) 역시 (F)로 통합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신체제하에서는 공적보험과 민간보험의 차이가 없어지고 민간보험중에서 기본형과 보충형으로 나눠지게 됐다.

네덜란드의 기본보험과 보충보험 형태의 건강보험체계는 현재 우리나라의 자동차보험체계(책임보험과 종합보험)와 유사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소득대비 부담금, 건강보험재원 절반 차지

건강보험체계의 재원은 보험료와 소득대비 부담금, 정부의 출연기금으로 구분된다.

먼저 보험료(Nominal premium)는 건강보험가입자들이 내는 보험료로, 보험회사별로 자유롭게 보험료를 산정할 수 있으며, 상품 종류에 따라 차등적으로 보험료를 부가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상품에 대해서는 보험가입자의 개인적 특성에 관계 없이 동일한 보험료를 부가해야 한다.

소득대비 부담금은 모든 보험가입의무자에 부가되는 금액으로, 전체 건강보험 재원의 절반을 차지한다. 소득대비 부담금 징수주체는 네덜란드 국세청(The Dutch Tax and Customs Administration)으로 고용주가 직원의 급여에서 세금의 형태로 소득대비 부담금 부분을 공제(봉급생활자의 경우 소득의 6.5%를 고용주가 내고, 자영업자나 연금소득자등은 소득의 4.4%를 본인이 냄)한다.

 

  시장 자율에 의한 보험사-공급자 계약

네덜란드의 민간보험회사와 병원은서로 계약을 하는데 있어서 민간보험회사가 병원을 선택할 수도 있고, 병원은 여러 회사와 계약을 할 수도 있다. 또 병원의 유명 서비스(특정 질환)만으로도 계약이 가능하다.

그러나 민간보험회사의 공정거래를 감시하는 기구(보건부, Counterfraud Agency, 보건의료부문 감독부, 중앙은행, 금융감독원, 사생활보호본부 등)가 많아 문제될 것이 없다.

보통 한 주치의가 여러 민간보험회사와 계약을 할 수 있다. 또 세부적인 계약의 내용은 개별 계약관계에서 결정한다.

민간보험회사의 가입자가 많을수록 병원과의 협상에서 가격을 낮출 수 있다. 특히 계약이 결렬됐을 때는 사법적 재판과정을 거친다.

한편 베셀링 네덜란드의사회 정책입안담당자는 "계약 과정에서 민간보험회사가 병원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병원은 파산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또 "의료계에 심한 경쟁 현상을 초래 할 수 있고,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의사들 의견이 분분하다"고 평가했다.

 

진료비 심사 통한 삭감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신체제하에서는 진료수가에 대한 범위는 계약을 통해 정할 수 있다. 특히 병원의 경우 앞으로 DRG 가격의 90%까지 민간보험회사와 병원이 자율계약으로 정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한편 신체제도입 이후 민간보험회사가 의료행위를 심사해서 그 결과에 따라 환급금액을 삭감하거나 계약시 불이익을 주는 등의 조치는 없고 진료비 심사를 위한 기준도 설정돼 있지 않다.

뢰넨 AGIS(비영리보험회사) 판매판촉부 전략연구가는 "GP들이 불필요하게 고가약을 처방하지 않고 제네릭약을 처방토록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제는 존재하며, 불필요하게 고가약을 처방한 경우 일부 불이익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장기적으로는 네덜란드의 심사평가원이라고 할 수 있는 'CAHPS'체계를 받아들여 진료행위의 투명성을 제고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신체제 시행 5개월…성과 지켜봐야

초기 네덜란드 데커개혁의 모형은 먼저 수요자에게 질병금고(신체제하에서는 없어짐)를 선택하도록 허용해 보험료가 높은 질병금고는 퇴출되도록 하는 바탕 위에서 질병금고와 의료공급자간 시장경쟁을 하도록 했다.

또 경쟁을 하게 함으로써 진료비 비용의 지출이 적거나 아니면 의료의 질이 좋은 공급자가 시장에서 살아남게 하는 방법을 꾀했다.

이러한 가운데 네덜란드는 신체제를 도입하면서 기본건강보험에 민간보험회사를 참여시켜 보험료나 상품 등을 경쟁시킬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정부가 중앙기금(건강보험기금)에 의해 모은 기금으로 민간보험회사가 상대적으로 위험한 가입자를 차별하지 못하도록 위험보정을 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네덜란드의 개혁은 시행된지 5개월도 채 되지 않았다. 또 보험회사와 공급자간 계약도 최근 이뤄졌으므로 이후 발생하는 상황에 대해 정확히 진단하기 힘들다. 이는 네덜란드 내에서조차 쉽게 예측할 수 없어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인터뷰]베셀링(Michiel Wesseling:네덜란드의사회 정책입안담당)

- 민간보험회사를 통해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민간보험회사 현황은?

조합형보험회사와 대기업형보험회사가 있다. 대기업형보험회사의 경우 정부규제가 커 현재 애로사항이 많다. 기존의 조합형보험회사는 대기업형보험회사에 비해 규모가 작아 합병이 많이 됐으며, 대기업형보험회사는 연금보험·건강보험·자동차보험·산재보험 등 다양한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 민간보험회사와 의료공급자간 계약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는 없는가?

민간보험회사가 병원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병원은 파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민간보험회사의 공정거래를 감시하는 기구가 많아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다.

 

- 새로운 제도에 대한 의사회의 입장은?

의사회는 찬성한다. 그 이유는 적자생존의 원칙 때문이다. 경쟁체제가 결과적으로는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뷰]뢰넨(Leo van Loenen:AGIS 판매판촉부 전략연구가)

- 민간보험회사의 역할 강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구체제하에서는 정부가 의료수가 등 핵심적인 사항을 정했기 때문에 민간보험회사는 의료공급자나 소비자와의 계약에서 수동적인 역할에만 머물렀다.

그러나 신체제 이후 의료수가 및 보험료, 처방 등을 모두 협상을 통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됨으로써 조정자로서의 역할이 강화됐다.

 

- 민간보험회사의 의료행위 심사 및 평가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달라.

현재까지는 민간보험회사가 의료행위를 심사해서 그 결과에 따라 환급금액을 삭감하거나 계약시 불이익을 주는 등의 조치는 없다. 또 진료비 심사를 위한 기준도 설정돼 있지 않다.

장기적으로는 네덜란드의 심사평가원이라고 할 수 있는 CAHPS 체계를 받아들여 진료행위의 투명성을 제고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 공적 성향의 민간보험 시장 전망은 어떠한가?

기본건강보험 운영이 모두 민간으로 넘어갔다고 해서 건강보험이 완전히 자본주의 시장경제 논리에 의해 지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네덜란드는 전통적으로 직종을 중심으로 한 비영리보험회사가 발달해 왔고 현재도 전체 건강보험 취급 회사의 2/3 에 해당하는 32개 회사가 비영리를 원칙으로 운영되고 있다.

구체제하에서 기본건강보험은 영리 추구가 금지돼 있었던 것에 비해 신체제 하에서는 영리 추구를 허용함으로써 민간보험회사의 활동영역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네덜란드에서는 의료가 비영리를 바탕으로 하는 사회보장이라는 인식이 강해 영리보험회사도 건강보험을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 영리보험회사가 건강보험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건강보험으로 구축한 소비자 정보를 보다 큰 이익을 낼 수 있는 자동차보험이나 생명보험에서 활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장기적으로 건강보험 영역은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보험회사 간 인수·합병이 진행돼 비영리보험회사만 생존하거나 영리보험회사 중 거대 자본을 등에 업고 있는 회사만이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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