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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8 13:45 (일)
유럽의 보험제도가 변하고 있다

유럽의 보험제도가 변하고 있다

  • 이정환 기자 leejh91@kma.org
  • 승인 2006.05.1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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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보건의료개혁] 기획시리즈(1)

국무총리실 및 재정경제부는 올해 중점추진과제 중의 하나로 의료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지정하고, 민간보험의 도입을 강력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대통령 산하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는 민간보험문제를 아젠다로 선정하고, 금감원은 민영의료보험 활성화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민간보험사는 조만간 개인실손형보험상품을 판매할 예정이며, 병협 등 의료계 일부에서는 민간의료보험협의체(KPPO) 추진 등 민간보험 활성화에 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의사협회는 유럽 주요국의 공보험 및 민간보험 최신정보를 조사해 국내 의료체계 개선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3월 19일~29일까지 영국·네덜란드·프랑스 각 의사회는 물론 민간보험회사·심사평가기구·개원의 등을 직접 만나 보건의료개혁 현황을 조사했다.

각국의 보건의료개혁 내용을 조사한 결과 영국은 인두제를 포기하고 있었고, 네덜란드는 국가가 직접 건강보험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보험회사간 경쟁을 통해 운영하는 것을 확인했다.

또 프랑스는 공보험의 수입원이 줄고 진료비가 급증하는 것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제도를 시행하고 있었다.

유럽의 보건의료개혁의 주요 내용을 5회에 걸쳐 소개함으로써 한국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고, 개혁해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글싣는 순서>
1. 유럽의 보험제도가 변하고 있다.
2. 영국은 왜 인두제를 폐지했나?
3. 시장경쟁체제에 뿌리 둔 네델란드 보험제도
4. 점진적 개혁 속에 공급자통제 시도하는 프랑스
5. 유럽의 보건의료개혁이 주는 교훈

 

최근 영국·네덜란드·프랑스는 기존의 보험관련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보건의료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영국은 인두제(등록 환자수 당 진료비 지급)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일반개원의(GP)에게 인센티브제를 주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인두제 골격은 유지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만성질환자 등에 대한 진료를 유도할 수 없어 의사들에게 인센티브를 줘서 문제점을 개선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건강보험 운영은 모두 민간보험회사가 담당하며, 보험회사도 완전한 '시장경쟁체제'를 적용시켜 가격인하와 의료의 질 확보라는 목적을 달성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즉 정부는 국민의 건겅과 관련 기본적인 역할만 수행하고, 모든 역할을 민간보험회사에 맡김으로써 자연스럽게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프랑스는 공보험의 수입원은 줄고 진료비는 올라감에 따라 이를 통제하기 위한 개혁을 점진적으로 추진한 결과 건강평가기구, 전자의무기록, 본인부담제도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밖에도 민간보험 유형을 보면 영국은 Duplicate(중복형:중첩보험), 네덜란드는 2006년 1월 1일 이후부터 Supplementary(부가급여보충형:보완보험), 프랑스는 Complementary(본인부담보충형:보충보험)를 도입했다 .

 

영국

인두제를 폐지한 이유


영국은 1948년 전국민을 대상으로 질병의 예방·진단·치료를 보장하는 포괄적 의료보험제도인 국민보건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s: NHS)를 시작했다.

그러나 국영화로 인해 대기자 명단 문제, 지역간 의료인력 격차, 다양화 되어가는 국민들의 의료서비스 요구에 미치지 못하는 환자 선택권, NHS 소속 의료시설의 노후화 등으로 NHS  제도의 구조적인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따라 1980년대에 대처 정부는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NHS 병원 트러스트 제도의 도입 ▲기금보유 일반의(GP fund holder)제도 도입 ▲민간의료보험 제도에 대한 소득공제 도입 등 시장주의적 요소를 도입했다.

1997년 블레어가 이끄는 노동당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강도의 차이는 있으나 NHS 체제에 '경쟁 도입'이라는 기조는 대체로 유지됐다.

지난 10년동안 노동당 정부는 '신 NHS 계획;현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NHS(The New NHS;Modern & Dependable)' 하에 NHS 운영체제를 효율적으로 개편해 대기자 명단 문제를 해결하고 환자의 선택권을 보장해 줌과 동시에 다양한 인센티브제를 통해 의료의 질을 확보하고자 했다.

NHS 개혁을 실행하기 위해 영국 정부는 ▲일반개원의(General Practitioner:GP)를 비롯한 의료 인력에 대한 지불 방식을 개혁하고 ▲민간 영역 등에 NHS의 업무를 위탁, NHS 운영 기금의 일부를 떼어줌으로써 환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즉 신 NHS 개혁의 핵심은 '질높은 의료제공에 대한 인센티브제(Quality and Outcomes Framework:QOF)'의 시행인데, 이는 등록된 환자당 진료비를 정액으로 지급하는 지불제도인 인두제를 포기하고 추가적인 의료서비스를 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말한다.

QOF(GP 인센티브제도) 도입 목적


QOF는 쉽게 말해 'GP 인센티브제도'를 말한다.

영국이 QOF(Quatity and outcomes framework)를 도입한 가장 큰 목적은 GP들에게 질 높은 의료행위에 대한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만성질환을 치료할 동기를 부여하고, 좀 더 지역적으로 특화된 의료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추가적인 의료서비스 제공을 진료소별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시간외 진료 등에 있어서도 일정 부분 선택권을 줌으로써 각 진료소가 형편에 맞춰 의료서비스 제공 범위를 조절할 수 있는 유연성을 지니도록 했다.

또 기존에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질 높은 의료나 조직운영상의 개선 노력들을 평가해 인센티브로 연결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춤으로써 효율을 꾀하고 환자에게는 만족을 주도록 한 것이다.

즉 QOF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면 환자 입장에서는 더 안정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고, NHS로서는 만성질환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를 통해 병원 이용률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네덜란드

철저하게 시장경쟁체제 적용


네덜란드의 의료보험체계 개혁의 주요 내용은 '시장경쟁체제'의 도입이다.

네덜란드는 2006년 1월 1일자로 신건강보험규칙이 효력을 갖게 되면서 건강보험체계가 이전 다분화된 구조에서 단일법령체제에 의한 의무제도로 변경됐다.

네덜란드의 기본적인 건강보험 운영은 모두 민간보험회사가 담당하는 시스템이며, 신건강보험규칙에 따라 모든 국민은 의무적으로 민간보험회사를 통해 정부가 정하는 기본건강보험에 가입할 법적 의무를 지게 되며, 보험자를 선택하고 보험계약을 맺어야 한다.

네덜란드 정부는 공정한 경쟁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만 행하고 보험운영에 관해서는 민간보험사들 사이에 경쟁을 활성화함으로써 가격인하와 의료의 질 확보라는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신건강보험규칙이 적용되기 이전에는 정부가 의료수가 등 핵심적인 사항을 정했기 때문에 보험사는 의료공급자나 소비자와의 계약에서 수동적인 역할에 머물고 단순한 pay-office(지불기구)로서의 기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신건강보험법 출범 이후 의료수가 및 보험료·처방 등을 모두 협상으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됨으로써 민간보험회사가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신건강보험제도 시행단계…평가는 아직 미정


새로운 건강보험체계에서 건강보험의 운영은 모두 민간보험회사가 담당하게 되며, 국민들은 여러 민간보험회사 중 원하는 곳과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시행되고 있는 제도는 시행 초기단계라서 결과를 알 수 없고, 평가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한 가지 주목할만한 점은 민간보험회사간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보험회사는(영리보험회사, 비영리보험회사) 없어지거나 합병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면서 영리보험사협회와 비영리보험사협회간 경쟁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서로가 더 유리한 조건에 있다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네덜란드 보험회사들(영리 또는 비영리보험회사)은 기본형보험과 관련해 보통 2~5개의 상품을 갖추고 있으며, 보충형보험과 관련해서는 최대 15개까지 다양한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

개혁이 요구된 이유

프랑스는 대표적인 NHI(전국민건강보험) 유형의 국가로 건강보험제도는 기본적이면서 의무적인 '공적질병보험'과 민간보험자와 공제조합에 의해 제공되는 '보충보험'이 있다.

이러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프랑스도 공보험의 수입원이 줄고, 진료비가 올라감에 따라 점진적인 개혁을 단행했다.

2004년 개혁을 통해 정부가 공보험의 재정과 정책결정 과정을 통제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일환으로 건강보험과 관련된 정부의 조직을 개편하고 있으며, 의료의 평가를 위한 별도의 조직을 설립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프랑스 보건의료개혁의 주요 내용은 ▲HAS(건강평가기구) ▲gate keeper ▲전자의무기록 ▲본인부담제도의 변화(방문당 1유로 지불) 등이다.

점진적 개혁 속 조심스럽게 통제 시작


프랑스의 보건의료개혁을 살펴보면 우선, 2007년 시행 예정인 전자의무기록카드. 개인의 사진이나 전자지문 등이 포함돼 카드를 남에게 빌려주는 등의 부정행위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다. 향후 환자의 모든 진료정보를 포함시킬 예정이다.

평가정책을 보면 평가를 위한 조직은 있으나 '권고'할 뿐이지 강제하거나, 의사에게 패널티를 주는 것은 아니다.

평가정책에 대해 아직 시험적인 운영을 하고 있고, 의사들도 그 효율성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번째로 수가의 경우 계약에 의해 결정된 수가는 '권장가'일 뿐이고, 특히 전문의의 경우 자의적으로 환자들에게 진료비를 더 받을 수 있다.

실제로 공공병원에 근무하는 의사의 경우 일주일에 두 번 임의로 환자를 받을 수 있는데 이 때의 진료비는 모두 의사의 몫으로 공공병원의 의사도 영리추구를 할 수 있다.

또한 수가협상에 있어서는 보험자와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에 임하며, 협상된 수가에 대해 정부는 의사회의 최종 자문을 얻어야 한다.

특이할 만한 점은 프랑스는 병원에 예전에는 총액계약제를 적용했으나, 회계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DRG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밖에도 프랑스는 공급자들의 주머니를 털어 전자의무기록카드 등 국가주요정책의 시범사업 등에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공급자인 의사들은 이러한 비용이 자신들의 주머니에서 빠져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어 향후 논란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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