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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간호사법은 필요없는 법

시론 간호사법은 필요없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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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5.09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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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희 한국간호조무사협회장

거의 모든 보건의료단체가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 1일 간호사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개최되었다. 이날 공청회에서 참석한 패널들은 직역간 업무영역을 놓고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다. 보건복지위원들은 간호사법 제정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데에 대체적으로 견해를 같이 하는 것으로 보였다.

간호조무사는 60년대 경제개발 5개년 추진사업으로 가족계획사업, 모자보건사업, 결핵퇴치사업 등 국가보건의료정책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전문 간호인력이다. 현재는 간호조무사 자격증이지만, 1973년까지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증을 받았다.

간호조무사에 관한 의료법령을 보면 의료법 제58조 제2항에 '간호조무사는 제25조 무면허 의료행위 금지에도 불구하고 간호업무의 보조에 종사할 수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고, 간호조무사 및 의료유사업자에 관한 규칙에 간호조무사의 업무한계로 간호업무의 보조와 진료보조의 업무를 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또 간호조무사 정원에 관한 규정을 보면 간호조무사는 입원환자 5인 이상을 수용하는 의원, 치과의원 및 한의원에 있어서는 100분의 50 이내, 입원환자 5인 미만 외래환자만을 진료하는 의원, 치과의원 및 한의원에 있어서는 간호사 정원의 100분의 100 이내로 근무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어 간호조무사가 간호사의 보조인력이 아닌 대체인력으로 명시되어 있다. 이에 현재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90% 이상 간호조무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선미 의원이 발의한 간호사법을 보면, 간호사에 관한 규정만 있을 뿐, 간호조무사에 관한 규정은 전혀 규정되어 있지 않다. 간호사법에는 '간호사가 아니면 누구든지 간호행위를 할 수 없다'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의료법에는 '무면허 의료행위 금지규정에도 불구하고 간호조무사는 간호보조업무에 종사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어 간호조무사를 무자격자로 전락시키고 있다.

또 간호사법안에는 '간호사 또는 전문간호사가 아닌 자는 간호사 또는 전문간호사의 명칭이나 이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지 못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이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존재하지 않는 법을 간호사법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 내놓은 것이다.

박찬숙 의원은 간호사법을 간호법으로 바꾸어 발의하였다. 간호법은 김선미 의원이 발의한 간호사법 내용과 대동소이하다. 간호조무사 관련조항을 포함시켰다고 하지만 전체 52개 법 조문에서 보칙에 단 1개 조항(간호조무사는 간호보조업무에 종사할 수 있다)만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대한간호협회에서 지난 2004년도에 법제처에 제출한 내용과 같이 간호조무사가 행하고 있는 진료보조업무를 의료기관에서 행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간호(사)법이 제정된다면 병의원급에는 간호사가 의무적으로 채용되어야 하며, 현재 의사의 지시하에 진료보조 업무를 하고 있는 간호조무사는 대다수가 의료기관에서 쫓겨나게 된다.

한국의 간호조무사 교육과정은 일본의 준간호사, 미국의 실무간호사(LPN)의 교육과정과 업무가 비슷하게 되어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모든 간호인력을 포함하여 정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발의된 간호사법안에서는 간호사 위주로 규정이 만들어지고, 간호조무사에 관련된 조항은 전혀 규정되어 있지 않다.

대한간호협회에서는 의료법에 간호조무사 조항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의료법에 간호조무사는 간호사의 규정에 준용하게 되어 있어 간호사법에 따를 수밖에 없다.

이는 외국의 사례와 비교해 보았을 때 매우 부당할 뿐만 아니라, 기존에 인정되어 온 간호조무사의 지위와 업무범위를 빼앗는 것으로서, 국가에서 진료보조를 할 수 있도록 자격증을 주고서는, 또다시 진료보조 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법을 제정하는 모순된 행위이다.

만약에 이번에 발의된 간호사법이 제정된다면 첫째, 의료법령에 명시되어 있던 진료보조 업무조항이 삭제됨으로 인해 의료현장에서 숙련된 업무능력을 가지고 근무하고 있는 대다수의 간호조무사는 의료기관에서 쫓겨나게 된다. 우리나라 전체 의원급에는 90% 이상 간호조무사들이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간호인력 수급차질로 인한 의료대란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최근 간호사는 수만명의 인력이 미국취업을 앞두고 있다. 그렇게 될 경우 간호인력의 수급차질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둘째, 간호수가 인상으로 국민의 의료비 상승과 함께 전국 60만 보건의료인과 직계가족을 포함한 240만명, 더 나아가 모든 국민들은 경제적 부담으로 일대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셋째, 의료현장에서 내몰린 34만명의 간호조무사들이 실업자로 전락하여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시키고, 의료기관에서는 높은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경영악화가 초래되어 무자격자가 더욱 양산될 것이다.

이미 간호사법 제정 반대를 위해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전국중소병원협의회와 8개 단체로 구성된 전국의료기사단체총연합회가 공동으로 반대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간호조무사 직종은 국가가 필요로 하여 만든 전문간호인력이다. 국가공인자격증을 소지한 간호조무사는 국가의 보건의료계의 발전과 향상을 위해 기여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기여하고 싶다.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반쪽짜리' 간호사법안은 34만 간호조무사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법안이기 때문에 마땅히 철회되어야 한다.

간호란 학문에 앞서 희생과 숭고한 정신이 담긴 따뜻한 가슴으로 하는 것이 진정한 간호이다. 학력의 차이가 능력의 차이는 결코 될 수 없다. 이 나라를 짊어지고 나갈 아이들의 엄마로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이 땅의 수많은 부모의 딸들인 간호조무사가 전문직업인으로서 긍지를 가지고 이 사회의 일원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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