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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초읽기' 들어간 외국병원 상륙!

[집중취재]'초읽기' 들어간 외국병원 상륙!

  • 김혜은 기자 khe@kma.org
  • 승인 2006.05.03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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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시장 빗장 풀릴까?

  
  
의료시장 개방과 국내 의료기관(상)
   -외국병원 상륙 초읽기

  의료시장 개방과 국내 의료기관(하)
   -외국병원 물결 속에서 살아남기
 


인천과 제주도에서부터 국내 의료시장의 빗장이 풀릴 것인가.

인천 송도 경제자유특구와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외국인의 영리법인 병원 설립이 허용되면서 두 지역에서 '전향적인' 의료시스템이 도입된다.이 지역에서 외국인은 영리법인 병원을 설립할 수 있고, 건강보험의 틀에서 벗어나 자율수가를 적용할 수 있다.각종 규제도 받지 않고 비교적 자유로운 환경에서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의료계의 지각변동이 올 것이라며 우려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외국병원이 설립되면 국내 의료계도 동반상승할 수 있는 '호기'로 작용할 것으로 낙관론도 대두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두 지역이 영리병원·민간의료보험 등 전향적인 의료제도를 '실험'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시험무대가 될 것이란 점이다.두 지역에서의 운영 결과에 따라 영리병원이나 민간의료보험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도 있고 더 많은 외국병원이 국내에 진입할 수도 있다. 어쨌든 국내 의료기관은 좋든 싫든 앞으로 두 지역에서 벌어지는 '정책적 실험'의 영향권 안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본지는 현재 인천과 제주도에서 추진되고 있는 외국병원의 도입 경과와 영리병원에 대한 찬반 의견을 살펴봄으로써 의료계가 나아갈 방향을 알아본다.아울러 영리병원 설립이 국내 의료기관에 미칠 영향을 파악, 의료시장 개방의 물결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두 차례에 걸쳐 모색해 본다.
 


영리병원 개념 혼동, 의료계와 시민단체가 뒤바뀌었다?

시민단체는 일찌감치 영리병원 설립 자체를 반대해왔다.20여개의 시민 노동단체의 연합체인 의료연대회의는 '영리법인 등 의료산업화 반대'를 줄곧 주장해오다 급기야 올해의 중요 사업계획의 하나로 선포했다.보건의료노조 역시 올해의 산별교섭 요구안에 영리법인 등 의료시장 개방에 반대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이들 단체가 영리병원을 반대하는 이유는 '의료의 공공성 악화'와 '의료이용의 양극화'로 요약된다. 공공성을 중시해야 할 병원이 영리를 추구함으로써 무한경쟁체제로 돌입해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외국병원을 필두로 한 최첨단 병원은 상류층만 이용할 수 있게 돼 의료혜택이 불공평하게 분배된다는 것이다.

이진석 충북의대 교수(의료관리학과)는 "정부가 추진중인 외국병원 설립은 현실성도 결여돼 있고 실익 측면에서도 기대할 것이 없는 정책"이라며 "오히려 외국병원 및 이들과 합작관계를 맺을 일부 병원에 차별적인 특혜를 부여함으로써 의료기관의 계층화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민노동단체에서 우려하는 '영리'는 '영리법인'과 다른 개념으로, 의료의 공공성과 공평한 의료자원 분배를 주장하는 이들의 '운동' 차원의 성격이 짙은 주장이라는 지적이 높다.

영리법인은 상법상의 개념이다.'영리'란 영업이익을 개인에게 귀속시킬 수 있는 개념으로, 이미 국내 종합병원의 16.3%와 병원의 56.9%, 또 일반 개인의원 모두가 실질적으로는 영리병원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두고 정형선 연세대 교수(보건행정학과)는 "영리병원 논쟁은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주장이 뒤바뀐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영리법인이 병원을 설립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의료인의 병원 독점에 구멍이 나고 새로운 경쟁상대가 생기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를 의료인들이 환영하는 것은 의료인들이 갑갑하게 느끼는 공보험제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의 발로"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또 "의료인들이 총력을 다해 의료인의 권익 옹호를 주장해야 할 판에 그것을 시민단체가 대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영리병원 논쟁의 올바른 주소찾기가 제대로 안 된 역설적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윤형 경기도립의료원장이 지난 해 대한의사협회에서 개최한 제9기 의료정책고위과정에서 강의한 영리법인에 대한 찬반 양론 분석에는 이러한 역설적인 상황이 잘 드러나 있다.

"영리법인을 찬성하는 측은 의료사회주의를 타파하는 거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념형, 어차피 국가의 노예가 되느니 자본의 노예가 되는 편이 낫다는 자포자기형, 국면전환을 할 수 있는 방안으로 생각하는 막연한 기대형이 있다.반대하는 측은 공공의료의 확충이 선행돼야 한다는 복지부와 시민단체 등의 공공위주 정책파, 의료가 영리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명분파 등이 있다."

의료계와 시민단체로 양분된 찬반 어느 쪽도 영리법인 병원이 가져올 여파를 정확히 간파하고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국내 의료기관에서 우려하는 것들

국내 의료계는 영리법인 형태의 외국병원이 들어서면 '역차별'로 인해 국내 의료계가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외국 영리병원과 달리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 발묶여 있는 국내 의료기관으로서는 상대적인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경우 인천 송도 경제특구와 달리 일정 구역만 외국병원 설립이 허용되는 게 아니라 도내 전체에서 외국병원 설립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팽배해 있다.

제주도의사회 한 관계자는 "현재 제주도내 병원장들은 인구 50만 지역을 시험대로 삼아 영리병원 도입을 전국으로 확대 적용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홍만기 전 제주도의사회장은 "외국병원이 들어오면 도내 의원이 타격을 입을 것은 불 보듯 뻔하므로, 도내 병·의원 중 원하는 기관은 영리법인화해주고 세금감면·부대사업 허용 등 외국병원이 받는 혜택을 도내 의료기관에도 부여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원협회는 "영리법인 병원 도입의 전제조건으로 이익금의 일정 비율(20%까지)을 반드시 사회에 환원토록 할 것을 단서조항으로 명문화해야 한다"며 영리법인 병원의 공공성을 촉구하는 한편 "외국병원으로의 환자이탈 및 자국의 본원이송 등 부작용이 우려되므로, 내국법인에 한해 영리법인병원 개설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 경제특구에 대해선 "경제특구내 환자 이외의 타지역 또는 외국인 환자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수가에 차액 본인부담금을 더한 수가를 적용하거나 일반수가를 적용해 기존의 국내 병원들에게 돌어갈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경제자유특구나 제주특별자치도는 의료산업 발전을 위한 '특수한 지역'으로 선정해 외국병원을 유치하는 것으로, 외국 투자가를 유치해 국내 의료산업의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며 "특히 국내 의료기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이해 경제특구에는 1~2개 외국병원만 설립을 허용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 송도·제주도 그곳에선 무슨 일이? 

 


인천과 제주도에 외국병원이 들어설 수 있는 법적 토대는 갖춰졌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진 바는 없다.

인천 송도 경제자유특구에는 오는 2008년 600병상 규모의 외국 영리법인 병원이 세워진다.외국인의 내국인 진료가 가능하고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않는다.

재경부는 지난 해 11월 외국병원 우선협상대상자로 미 NYP병원을 선정했다. NYP병원과 함께 이 지역에 진출할 파트너 병원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으로 정해졌으며 현재 구체적인 업무협약에 대해 논의중이다.

국내 의료계가 관심을 갖는 것은 송도에 들어설 병원에 국내 의료진의 참여규모 및 공개채용 여부 등인데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NYP병원과 세브란스병원 간의 업무협약 결과를 봐야 알 수 있다.NYP이전에 이 지역 진출을 준비하던 PIM측은 "인턴 및 레지던트를 뽑을 것이며 이들을 파트너병원, 경제특구내 외국병원, 미국 현지 병원을 순환하는 방식으로 수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NYP측은 아직까지 이에 관한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다.

제주도는 더하다.외국 영리법인 병원 설립을 허용하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오는 7월부터 출범할 계획이지만 아직까지는 외국병원의 진출이 감지된 바 없다.이 지역에서도 송도와 마찬가지로 외국인의 내국인 진료 가능·자율수가 적용 등의 법안만 갖춰졌을 뿐이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않아도 제주도내 의료기관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고, 외국인 환자에 한해 소개·알선 행위가 가능하며, 의사간 원격진료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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