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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비툭스 천문학적 가격…'그림의 떡'

얼비툭스 천문학적 가격…'그림의 떡'

  • 신범수 기자 shinbs@kma.org
  • 승인 2006.05.0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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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비용 500만원 육박, 비급여로 전액 환자부담
여타 표적항암제보다 비싸, 회사측 "혁신적 신약 가치"

▲ 얼비툭스는 1바이알에 30만원이 넘는 고가약이지만 '생명연장'에 대한 효과는 아직 '연구중'이다.

대장암치료제로 최근 국내 발매된 얼비툭스의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 일반 환자들에겐 그림의 떡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신약의 가치'를 주장하는 반면 전문가들은 완치개념이 아닌 약에 대해 판매사가 지나친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비싼 약"

한국머크가 판매하는 얼비툭스는 1바이알에 30만원 수준으로 1주마다 4∼7바이알을 투여한다. 이렇게 6주를 치료하고 2주 쉰 뒤 종양축소 여부 등을 검사한다. 검사까지 8주 동안 드는 약값은 약 1000만원선. 한달에 500만원 수준의 고가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전액 환자부담이다.

대표적 고가항암제로 1개월에 360만원이 소요되는 아바스틴과 비교해도 40%나 비싸다. 역시 표적항암제인 이레사가 1개월에 200만원, 글리벡이 300만원(약값)임을 비교하면 역대 최고가다.

게다가 얼비툭스는 이리노테칸과 병용요법으로 허가를 받았으므로 추가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 약은 급여가 가능하지만 대부분 환자들이 이미 약을 쓴 상태여서 병용요법 시도시 급여가 추가로는 인정되지 않는다.

결국 1개월 150만원이 추가돼 얼비툭스+이리노테칸 요법만으로 지출되는 약값은 한달 650만원, 기본 8주에 1300만원선이 된다.

한국머크 관계자는 "개발비용이 엄청난 이런 항암제가 싼 가격에 공급될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며 "A7(선진7개국) 평균가를 기준으로 책정된 가격"이라고 말했다.

"좋은 줄 알지만 돈 때문에 포기"

하지만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얼비툭스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계속돼 왔다. 미 언론들은 '지금까지 출시된 약 중 가장 비싼' 얼비툭스도 진행된 결장암 환자에서 단지 10%의 종양을 축소시켰다는 점을 꼬집으며 "몇년씩 생명을 연장하는 것을 입증한 글리벡도 이보다 싸다"고 비난했다.

황대용 원자력의학원 진료지원부장(외과 4과장) 역시 "환자들에게 얼비툭스나 아바스틴 등 고가약을 권하면 대부분 환자들은 '완치가능' 여부를 묻고 시도를 포기한다"며 "극소수 부유층만이 작은 가능성을 보고 투약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효과에 대한 낮은 기대감이 천문학적 비용부담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의미다.

얼비툭스는 신속심사 대상으로 분류, 소규모 임상만을 통해 허가를 받은 약이다. 반응률 혹은 종양축소 효과만이 증명된 상태. 이것이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는가에 대한 답은 여전히 '연구중'이다.

환자들이 이런 '작은 가능성'에라도 목을 맬 수 밖에 없는 점을 이용, 제약사들이 천문학적 가격을 책정해도 별다른 방법이 없는 셈이다.

종양축소가 생명연장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가정하에 조건부 허가를 받았던 폐암치료제 이레사는 시판후 임상을 통해 이를 증명하지 못함에 따라 허가취소 위기까지 몰린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이레사의 가격이 변하지는 않았다.

결국 "누가 부담할 것인가?"의 문제

정부가 보험재정 부담을 이유로 고가약품을 급여로 인정해주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받고 있지만 '급여인정'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허대석 서울대교수(서울대병원)는 "완치가 전제되지 않은 이런 약에 대해 사회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에 대해선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치료제가 '필수품'이라기 보단 일종의 '옵션'에 해당하므로 시장논리에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황대용 부장도 "제약사들이 콧대를 세울만 하지만 무조건 밀어부치는 것은 곤란하다"며 "정부는 최소한 병용치료제라도 급여를 인정해주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동시에 제약사들이 가격을 내릴 수 있도록 압력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얼비툭스와 같은 약에 대해 사회적 이슈가 발생할 경우, 해당 제약사가 '판매중지'를 결정할 것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환자들은 정부와 제약사가 환자를 위한다는 개념을 가진다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신현민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장은 "제약사와 정부가 약가산정에 합의하지 못해 급여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심평원에서 급여불가판정을 받은 경우에도 급여를 인정받기 위한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 역시 제약사가 이익보단 환자를 먼저 생각하는 개념을 갖고 적극적으로 추진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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