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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웃에게 진료비 좀 깎아 준 것이 무슨죄인가요?

가난한 이웃에게 진료비 좀 깎아 준 것이 무슨죄인가요?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5.11.23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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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원장은 지방의 가난한 노인들이 밀집하여 주거하는 동네에 의원을 개설하였다. 어려서부터 가난하게 자라온 A원장은 노인들을 보면 친 부모처럼 극진히 대해 주었는데, 지역이 워낙 가난한 지라 돈이 없이 오는 환자들도 꽤있었다. 사과 몇 알을 가지고 와서 진료비라고 내놓는 할머니도 계시고, 막무가내로 2000원만 내고 가시는 할아버지도 있었다. 미안하다면서 내일 가져다 주겠다고 하며 외상을 해달라고 하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A원장은 허허 웃으면서 그렇게 하시라고 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A원장은 이러한 이유로 인기가 좋았고 따라서 환자들도 많이 찾아오고는 해서 그 지역 주치의가 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A원장에게 공단 직원이 다녀간 다음부터이다. 공단직원은 몇 개월간의 수납대장을 보여달라고 하면서, 환자본인부담금이 없거나, 깎아준 경우거나, 외상으로 해둔 경우 모두 본인부담금감면 행위이므로 의료법 제25조 제3항의 환자유인에 해당한다면서, 몇 개월간의 본인부담금 감면 금액을 부당청구라고 하면서 환수조치하겠다고 했다. 어떨 결에 자인서를 쓴 A원장에게 또 다른 위기가 왔다. 공단에서 보건소에 그 사실을 알리고 보건소는 보건복지부에 의사면허정지 신청을 하고 관할 경찰서에 형사고발을 해버린 것이다. A원장은 어떻게 해야 하나.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을 보면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일률적으로 할인 면제해주는 행위는 환자유인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 있다. 예전에 사회복지법인 개설 의원에서 광고로 무료 진료라고 하면서 환자에게는 돈을 받지 않고 그 대신 공단에 보험금 청구를 마구 하던 시절에 이러한 유권해석이 생겼고 2002년경에는 의료법에 규정이 들어서게 되었다.

 모든 것이 그렇듯 법은 생겨난 이유와는 달리 해석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규정 때문에 현재 소수의 선행을 하는 빈민촌 의사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어려운 환자들에게 "이러시면 제가 환자유인에 해당하여 처벌 받습니다"라고 하면서 극구 돈을 받아 내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의원에 외상장부를 비치해 놓고 부실채권을 기록하는 일이 의원 정서상 맞지도 않을 것인데 공단이나 복지부에서 이러한 관행을 엄격한 법적 잣대에 올려놓고 심판하는 것은 법을 떠나 정서법에도 맞지 않는다. 물론 대 놓고 현수막에 무료나 할인 행사를 하겠다는 의원을 용서하자는 것은 아니다. 지역사회에서 지역 주치의로 어느 정도 형편을 봐주어 가면서 의사생활을 할 자유가 우리나라의 정서상 분명히 용서받아야 할 행위가 아닌 칭찬받아야 할 행위이기 때문이다.

 의협은 정식으로 이러한 문제점의 발단이 된 공단의 실사(?)에 대하여 항의를 해야 한다. 환자유인을 처벌하는 법리는 대법원에서도 확인된 바와 같이 지역 의료기관간의 경쟁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정도의 의료기관의 상도의를 훼손하는 환자유인에 대하여만 신중히 적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A원장의 행위가 인근 의료기관간의 경쟁을 근본적으로 흔든 행위로 평가할 수 있을까? 어찌되었든 주위의 무관심속에 A원장은 현재 경찰에서 힘겨운 법리논쟁을 벌이고 있다. 경찰도 보건소에서 고발한 것이니 어찌할 수 없다고 한다. 참 안타까운 노릇이다(02-3477-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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