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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빼고 '도토리 키재기'

핵심은 빼고 '도토리 키재기'

  • 신범수 기자 shinbs@kma.org
  • 승인 2005.09.30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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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아스트라, 정신분열증약 비교임상 신경전
'모든 약 중단율 대단히 높다' 실제 이슈 언급 회피

외국유명저널에 게재된 정신분열증치료제 비교임상 결과를 두고, 비교약물 판매사인 릴리와 아스트라제네카측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두 회사가 실제 이슈화되고 있는 내용이 아닌, 연구본질과는 동떨어진 곳에 논의의 초점을 맞추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은 22일 4개의 비정형정신분열증 치료제(자이프렉사,쎄로켈,리스페달,젤독스)와 1개의 구세대 약물 퍼페나진(성분명)의 효능을 비교한 임상(CATIE)결과를 게재했다.

자이프렉사를 판매하는 한국릴리측은 즉각 보도자료를 발송 "자이프렉사의 약물복용 지속기간이 평균 9.2개월로, 쎄로켈 4.6개월·리스페달 4.8개월에 비해 약 2배 길었다"고 강조했다.또한 복용중단율도 64%에 불과 타 약물의 74∼82%에 비해 우수했다며 "자이프렉사 효능의 우수성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쎄로켈을 판매하는 한국아스트라제네카측은 "이번 연구에서 자이프렉사 투여량은 FDA승인용량(20mg)의 150%에 달하는 30mg이어서 문제"라고 반박했다.

한국릴리측은 재반박을 통해 "자이프렉사의 평균 사용 용량은 20.1mg에 불과(7.5∼30mg 자유롭게 사용), 실제로는 0.5% 초과했을 뿐"이라고 답했다.또한 "타 약물들이 저용량이었던 것은 증량으로 인한 이상반응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며 "자사에 불리한 결과도 수용하라"고 공격했다.

핵심 1 "투약중단율 74%는 충격적 수치"

연구자들과 외신들은 이번 연구를 통해 정신분열증 환자의 대다수(74%)가 처방받은 치료제 복용을 중단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하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사설을 통해 "이 충격적인 수치는 더 좋은 약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64∼80%에 이르는 투약중단율은 어느 것 할 것 없이 공히 '높은' 수준이라는 뜻.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에 게재된 연구결론에도 "어떤 이유에서든 투약을 중지한 환자가 대다수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제품 판매사는 전반적인 투약중단율의 수치가 높았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채 자사 제품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점만을 강조하고 있다.

핵심 2 "구세대와 신세대약 효능차이 없다...지금까지 돈낭비였나?"

또하나의 이슈는 구세대 약물이 값비싼 신세대에 비해 효능면에서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저널에 게재된 결론 역시 "퍼페나진의 효능이 신세대 약물들과 비슷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두고 "제약사들의 마케팅에 의해 정부의 돈이 낭비돼 왔다"는 비난이 제기됐다.

많은 외신들은 "오래된 약이 비싼약보다 나쁘지 않다"는 식의 제목으로 기사를 전송했다.

뉴욕타임즈도 사설에서 "지금까지 이런 약들이 '위약'과의 대비를 통한 효과입증으로 허가를 받아왔다"며 "자신들의 약이 대체하려고 하는 구세대 약들과의 비교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로 인해 의사나 정부가 구세대로의 회귀를 고려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아브라모윅 박사는 "새로운 약물을 사용하는 것은 운동장애라는 부작용 때문으로 퍼페나진군에서 자이프렉사군보다 4배 가량 높게 나왔다"며 신세대 약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보이드라는 의사도 "이번 연구가 의사들의 처방패턴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며 "대부분의 젊은 의사들은 구세대약물에 대해 잘 알고 있지 못한데, 이는 의사를 교육하는 많은 교수들이 신세대약 판매사로부터 돈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김창윤 교수 역시 "신세대 약물이 부작용 측면에서 획기적인 개선을 보인 것은 어느 치료제를 막론하고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이런 연구결과로 정부가 값비싼 신세대약물을 쓸 필요가 없다고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신세대 약물들이 출시된 후 병동의 환자 걸음걸이가 달라졌다"며 "이 약물들은 공히 환자의 운동장애 등 부작용을 크게 완화시켰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는 약"이라고 말했다.

자이프렉사가 우수한가...쎄로켈이 열등하지 않은가?

김 교수는 "투약중단율이 효능을 대변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74%란 평균 투약중단율은 생각보다 높은 수치이며 어느 정신과 의사도 신세대 약물에 대해 만족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또한 "효능을 보기 위해 중요한 부작용이나 재발율 및 증상완화 효과 등 전반적인 고려를 통해 약물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이번 연구가 4개의 신세대 약물을 직접 비교했다는 점에서 의미있으나, 어느 약이 어떤 약보다 획기적으로 우수했다는 결과는 도출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연구를 주도한 제프리 리버만 박사 역시 이 연구에서 '명확한 승자'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회사는 이런 핵심 논란에 대한 논평은 완전히 생략하고 자신이 '승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릴리측은 자이프렉사의 체중증가로 인한 투약중단율이 두드러졌다는 것과 혈당치가 타 제품에 비해 2배 가량 높았다는 점 역시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아스트라제네카도 "쎄로켈이 입증된 효능과 내약성으로 정신분열증 치료제에 이상적이라는 점을 시사한다"는 애매한 표현으로 마치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이러한 사실이 입증된 것처럼 입장을 발표했다.

한편 신세대 약물과 구세대약물을 비교한 임상은 그간 몇차례 있어왔는데 2003년 11월 Journal of AMA는 자이프렉사와 할로페리돌+벤조트로핀을 비교한 임상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이 연구에서도 구세대 약물의 효능이 자이프렉사에 뒤지지 않아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 임상은 일라이릴리가 지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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