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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8 17:53 (일)
중의학 교과서는 업데이트 중

중의학 교과서는 업데이트 중

  • 이현식 기자 hslee03@kma.org
  • 승인 2005.04.22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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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앞을 보는 중의학 뒤를 보는 한의학<3>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일주일 간 이미 의료일원화를 일궈낸 중국 의료제도를 살펴보기 위해 김재정 협회장을 단장으로 한 7명의 조사단을 베이징에 파견했다. 한의계를 출입하고 있는 기자도 일원으로 동행했다. 현지에서 위생부 중의약관리국(한국의 복지부 한방정책관실)을 비롯해 북경중의약대학 및 부속병원, 북경의대 중의약현대연구소, 중국약재집단공사 등 20여곳을 방문하면서 취재한 내용을 총 3회에 걸쳐 게재한다.

(1)미국의사시험 보는 중의사

(2)중의학 사전에 치료만 있을 뿐 보약은 없다

(3)중의학 교과서는 업데이트 중

 

중국 의사 수 남북한 군대보다 많아

 

우리나라 의사 수는 8만 명이 조금 넘는다. 그렇다면 중국 의사 수는 얼마나 될까? 중국 위생부 중의약관리국(한국의 복지부 한방정책관실에 해당) 관계자에 따르면 210만명에 달한다. 이 중 서의사가 183만명이고 중의사가 27만명 정도다. 이는 남북한 군인을 합친 것보다 많은 수치다.

중국 의료의 가장 큰 특징은 서의학과 중의학의 교류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점이다. 이를 중서의결합이라고 부르는데 엄밀히 말하면 침이나 중약만 사용하는 순수한 의미의 중의사는 현재 중국에 거의 없는 실정이다.

중국에서는 중의대 졸업 후 평생 서의사의 길을 걷는 경우도 많다.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50% 가량의 중의대 졸업생이 서의병원에서 수련을 받고 있다.

의료시장 개방에 대비하는 중국

북경중의약대학 관계자에 따르면 중의학 교재는 10년마다 지속적으로 개정된다. 중의학은 서양의학적 방법론을 많이 수용해 신약을 개발하는 등 학문의 발전속도가 빨라 이를 교과서에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내 한의학의 경우 교과서 개정은 본초학이나 침구학 등 일부에서 진행되는 정도다.

중국의 공식적인 의사 면허제도는 매우 근래에 생겨났다. 1998년 관련법을 제정해 이듬해 첫 면허시험이 시행됐다. 이전에는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인정하거나 도제식 교육을 통해 의사가 됐다. 중국이 의사 면허제도를 뒤늦게 정립한 것은 의료시장 개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중의학이 자연도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서양의학과의 접목을 장려하고 의사면허를 하나로 통합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의대와 북경중의대 인천에서 손 잡다?

 현재 의료 등 서비스시장 개방이 한창 논의 중이다. 서비스는 상품과 달리 국가가 쉽게 문을 열 수 없는 속성이 있지만 개방이라는 큰 흐름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현재 외국 의사의 진입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의사들도 1년간의 효력이 있는 행의면허를 취득해 중국에 합법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 사이에 의료시장이 개방되면 비교우위는 한국의 의사와 중국의 중의사에게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중의사는 '의사'라는 이름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앞서 설명했듯이 중의사는 자국 내에서 서의사와 똑같은 의사 면허를 받았기 때문이다.

의료시장 전면개방에 앞서 경제특구에 한국 의사와 중국 중의사가 협력할 경우 높은 경쟁력을 갖게 되리라는 분석도 유력하다. 이 때문에 인천에 서울대병원과 북경중의대 부속병원이 합작해 병원을 세우는 시나리오가 관계자들의 입에 줄곧 오르내리고 있다.

 복지부, 중의사 제소하자 대표에 몰래 편입 제의

지난 2001년 중국에서 중의대를 졸업한 한국인들이 국내 한의사 면허시험 응시자격을 달라고 복지부에 요청한 일이 있었다. 복지부는 이에 대해 "우리나라 복지부장관이 인정하는 외국 한의대를 졸업한 경우에만 국내 한의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으나 중국의 중의학대학은 국내 한의대와 동등한 수준으로 인정받지 못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한국인 중의사들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결국 패소했다.

그러나 당시 복지부는 국내 한의사 수의 증가를 막기 위해 불법적인 편법을 동원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의협 중국의료실태조사단은 지난 4월 10일 베이징에서 당시 소송대표를 맡았던 중의사를 만났다. 그는 "복지부 모과장이 사석에서 국내 한의대 편입학을 제안해 왔었다"며 "그러나 당시 재중 한국인유학생 대표였던 내가 그런 행동을 할 경우 주위 사람들의 얼굴을 볼 수 없어 거절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중국 중의대의 커리큘럼은 한 학기에 21주나 돼서 중의대 5년은 한의대 7년에 해당한다. 경희대와 원광대 한의대의 교과과정과 비교해도 우리가 9과목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어 "(한의사와의) 숫자 싸움에서 힘에 밀렸다고 생각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보완의학으로서의 한의학

정부는 최근 한의학을 육성하기 위해 대대적인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중의학과 비교했을 때 한의학의 국제경쟁력이 부족한 점을 고려해 정부가 유치산업 보호 차원에서 한시적으로 보호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정부가 진정 한의학을 밀어주기 위해서는 보다 본질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미국 등 의료선진국에서는 한의학을 보완대체의학으로서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계에서도 침을 포함해 일부 효능이 있는 한의학을 보완대체의학으로 수용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의료계와 국민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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