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환자 차트 열람 70직종…정보 열람 제한 필요"
정부 "사생활 침해 않는 선에서 진료서비스 높이는데 사용"
주치의 이외의 제3자가 환자의 진료정보를 열람하는 경우 일부 정보를 삭제해 환자의 사생활을 보호하자는 대책에 대해 정부 및 유관기관은 안이한 태도로 일관했다.
24일 대한의사협회 주최로 열린 '진료정보 및 개인 사생활 보호대책 심포지엄'에서 진행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의료계에서 제안하는 사생활 보호대책은 장기적으로 법률에 반영하겠다"면서도 "모든 정보는 당연히 개인의 권익을 위해 보호돼야 하지만,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는 진료 서비스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사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진 과장은 이어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보건의료 정보 표준화 사업을 세세히 소개하는 데서 논의를 그쳤다.
정부의 보건의료 정보 표준화 사업은 ▲의약계 용어 및 전송기준을 표준화하는 보건의료 정보의 표준화 사업 ▲ 전자건강기록 연구개발 사업 ▲보건의료 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보호하기 위한 보건의료 정보 관련 법률안 체계화 노력 세 가지로, 환자 진료 정보의 무자비한 유출을 방지해 사생활을 보호하는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
환자의 진료정보를 보유, 진료비를 청구하고 지불하는 데 사용하고 있는 공단이나 심평원의 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직원이 가입자 개인정보 4천여건을 업무목적 외로 열람, 그 중 일부를 보험사에 유출해 논란을 일으켰던 공단측은 "진료 목적 외에 개인 정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너무 이기적이다"라고 일축했다.
이평수 공단 가입자지원 상임이사는 "현재의 불안정한 진료비 지불제도 하에서는 제도 전반을 아우르는 균형 있는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유천 심평원 정보통신실장은 "심평원의 정보수집은 청구를 위해서는 필수며,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법률적 제재를 충실히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정부·공단·심평원의 안이한 대응에 대해 김주한 의협 정보통신이사는 "진료 목적을 넘어서서 정보를 사용할 때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 이사는 "정보화가 진행될수록 사생활이 하나의 경쟁력인 만큼 개인 정보의 일부가 노출되면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만큼 심각하다"며 "의료정보를 상업적인 목적으로 이용할 위험성이 큰 만큼 정보 열람에 대해 제한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또 "진료 정보가 과거에는 환자와 의사 양자간의 관계에만 머물렀지만 현대 사회에는 환자의 차트를 보는 직종만 해도 70여종이 넘을 만큼 정보의 노출 위험이 심각하다"고 강조하고 "사생활 보호에 관해 정보공학적으로 접근, 환자·의사·간호사·보험 청구자 등이 열람할 때 각각 어떤 문서만 열람해야 하는가에 대한 입체적인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박윤형 한국의료법학회 부회장은 '한국의 진료정보 및 개인 사생활보호정책의 현황과 전망'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진료정보기록방식을 '기본'파일과 '유통'파일로 분류, 유통파일은 일부 신원 추적이 가능한 정보를 삭제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가칭 '환자진료정보 보호에 관한 법'을 제정할 것을 건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