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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청, 애보트 손들어 주나

식약청, 애보트 손들어 주나

  • 신범수 기자 shinbs@kma.org
  • 승인 2005.03.19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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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애보트 양측의견 발표 자리에서 밝혀
한미측 크게 반발, 최종 결론은 내달중 날 듯

'통상압력설'을 제기하며 비만치료제 리덕틸 개량신약의 제조허가를 강력 요청하고 있는 한미약품에 빨간 불이 켜졌다.

식약청은 16일 오후 4시  '재심사기간 중 염이 다른 의약품 허가관리 방안 간담회'를 비공개로 개최, 리덕틸 문제에 관한 이해 당사자들의 입장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양측의 의견을 접한 식약청 측은 "가장 합리적인 법 적용 판단을 하는 것이 식약청의 의무"임을 강조했지만 전반전으로 리덕틸의 재심사기간 보호쪽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 측은 "이미 모든 결론을 지어놓고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이 아니냐"며 강력 항의했다.

긴장속 간담회, 사운 걸고 토론
이날 간담회는 매우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때때로 고성이 오가는 토론이 벌어졌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한국애보트 측은 "WTO 지적재산권협정(TRIPS)의 취지는 재심사기간 동안 원 제조사의 자료가 공개되는 것을 보호해주는 것"이라며 "간소화된 자료만을 제출한 다른 약을 허가하려면 원 제조사의 자료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바, 위 협정의 정신을 훼손하게 되는 것"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 측은 "염이 다른 제품의 허가 자료 제출 범위가 법으로 정해져 있는 만큼 그에 따랐을 뿐이다"라며 "한국 회사가 한국법에 따라 허가를 신청할 때  WTO나 TRIPs등을 고려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식약청, "상충하는 조항, 둘다 만족시켜라"
두 회사의 주장은 각기 다른 조항에 기반을 두고 제기되고 있다.

한국애보트 측의 '재심사기간 중 자료공개 보호'는 '의약품의 안전성, 유효성 심사의 규정' 5조 10항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 규정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재심사대상으로 지정된 의약품과 동일한 품목을 허가신청하고자 할 경우에는 최초 허가시 제출된 자료가 아닌 것으로서 이와 동등범위 이상의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오리지널 약이 제출한 자료 이상의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실제로 이 기간동안 경쟁사의 진입을 막아주는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며 ,  한국애보트와 식약청은 이 조항에 TRIPs의 정신이 반영돼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반면 한미약품이 주장하는 '염이 다른 의약품의 자료제출 범위'를 규정하는 조항도 엄연히 존재한다. 이는 같은 규정 7조6항으로,

..허가된 의약품과 화학적 기본 골격이 동일(예: 이성체 및 염류)하고, 효능효과....약리작용 등이 허가된 의약품과 거의 동등하다고 추정되며.....임상시험성적에 관한 자료로 독성, 약리, 임상자료를 갈음할 수 있다.

이 조항은 식약청이 국내 개량신약 개발을 육성하고자 개정한 것으로 지난해 '암로디핀 베실레이트'와 염이 다른 '암로디핀 캠실레이트/말레이트' 제제를 허가해주며 오리지널 약과 다른 품목으로 파악한 경우가 해당된다.

하지만 이번 리덕틸 문제는 이 두 조항이 서로 충돌하는 지점에 존재한다.

한미약품의 슬리머캅셀은 리덕틸과 염이 달라 7조6항에 적용될 것으로 보이지만, 동시에 리덕틸의 재심사기간이 2007년 7월까지로 2년이 넘게 남아있어, 역시 5조10항에 적용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재심사기간 중 염이 다른 의약품을 신청해올 때 심사 제출 자료의 범위를 어디로 정할 것인가'란 새로운 판단이 요구된 것이다.

동일한 품목인가, 통상압력인가는 본질에서 벗어나
이에 대해 식약청은 '두 조항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확고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식약청 측은 '암로디핀 베실레이트'를 예로 들며 "당시엔 이런 논란이 일지 않았다. 왜냐하면 오리지널인 노바스크의 재심사기간이 끝났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재심사기간이므로 5조 10항 역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문제의 핵심은 동일한 품목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규정을 어떻게 적용하는가이다"라며 "안전성 유효성 관련 규정은 사회적, 과학적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규정에 이미 국제적 룰이 반영돼 있는 만큼 , 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논리도 펼쳤다.

식약청은 '통상압력'이란 측면이 강조되고 있음을 경계, 이 또한 같은 논리선상에서 '본질에서 벗어난 것'임을 강조했으며, 이에 대해선 참석자들이 전반적으로 수긍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해졌다.

실제로 간담회에는 외교통상부 관계자가 참석했지만, 별다른 질문도 발언도 하지 않았다.

한미의 헛수고, 누구의 잘못인가?
한미약품은 슬리머캅셀의 개발을 위해 20여억원을 이미 투자한 상태다. 간담회 후 정지석 한미약품 부회장은 식약청에 대한 섭섭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만일 사실상 허가를 거부하는 상황으로 마무리되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냐는 질문에 정 부회장은 "할 수 있을 만큼 해볼 것"이라고 말해 법정 다툼까지도 불사할 것임을 암시했다.

반면 미샤엘 리히터 다국적의약산업협회장은 "식약청이 두 조항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결정을 내리기 전에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며 "한국도 국제적인 기준을 따라 가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양측의 엇갈린 반응에도 불구하고 식약청이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기까진 또다른 변수들이 존재한다.

우선, 식약청이 이런 분쟁요소를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음에도 불구,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사전에 조정하지 못한 점이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식약청은 임상시험 승인과 품목허가는 별도라는 주장을 펴고 있고, 간담회에 참석한 애보트쪽 토론자도 "FDA 역시 모든 것을 세팅하고 규제행정을 펼치는 것이 아닌 만큼 식약청의 잘못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미약품이 이 부분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다면 '국내사 죽이기, 식약청 믿고 일할 수 없다'는 식의 여론 몰이로 식약청에 부담감을 안겨줄 수 있다.

또한 16일 안명옥 의원이 발표한 내용과 같이, 이 문제를 통상압력의 차원으로 몰고 가서 국민 감정을 자극한다면 역시 또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식약청이 내리게 될 결론은 향후 제약업계의 R&D방향 설정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개량신약 개발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는 많은 국내 제약사들이 슬리머캅셀 허가가 거부된다면, 향후 전략을 크게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국내 주요 제약사 직원 30여명이 몰려들어 토론을 끝까지 경청, 업계의 관심을 방증했다.

식약청의 결론은 허가 신청 서류가 접수된 4개월 이내, 즉 다음날 내로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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