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7 13:15 (토)
[2004신년]미래 대비하자/영국의료의 현실과 교훈

[2004신년]미래 대비하자/영국의료의 현실과 교훈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4.02.02 14:1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동운(한양대 보건의료연구소장)

영국의료의 현실과 교훈

정부통제 강화로 시장경제 악화 초래 

 


지난 11월 한 일간지에서는 '英병원은 사람잡는 곳'이라는 제목으로 영국의 응급의료체계와 의료서비스공급 측면에서 본  영국의료제도의 문제점을 이광요 전 싱가폴 수상과 그의 부인의 경험을 통해 지적했다. 그 내용은 지난 10월 26일 이 전 수상의 부인이 영국방문 중 뇌졸중으로 쓰러졌고, 인근에 CT scan을 가진 민간병원이 없어 한 NHS병원의 응급실에 도착했으나 앞서 온 응급환자 3명으로 인해 CT촬영은 다음날 아침 8시경에 가능한 상태였다.

이에 이 전 수상은 이같은 상황을 영국 총리관저에 연락하여, 예정시간 보다 5시간 먼저 CT촬영을 받았다는 것이다. 한편, 영국 주요 신문의 하나인 '가디언'지에서 '싱가포르 정치인의 아내를 돕기 위하여 영국수상측이 NHS병원에 간섭하다'라는 제하에 환자측의 치료에 대한 자세한 언급 보다는 예정시간보다 일찍 검진을 받게 된 경위를 따져 물었고 영국수상측은 개입사실을 부인하고 "그렇게 한다는 것은 전적으로 부적절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이 한 사실에 대한 언론사간의 보도 내용의 차이를 통하여, 이를 보는 양국의 시각 차이를 볼 수 있다. 왜 이러한 차이가 일어나는 것일까? 이는 선진국 뿐 만 아니라 개도국들에서 직면하고 있는 중요한 의료계의 현안인 '어떻게 보건의료제도를 좀더 적절하고, 효율적이며 형평성 있게 만들 것이냐? ' 즉 의료제도의 형평성과 효율성 중 무엇을 중시하는가 때문이다. 본고는 이를 중심으로 영국제도의 현실과 그 교훈을 살펴보기로 한다.

영국의 보건의료제도는 1948년에 국가보건의료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 NHS) 제도를 처음 도입하였고, 이를 위하여 보건의료공급기관을 대부분 국영화하고, 이에 대한 재원을 세금으로 충당하였다. 지금은 그 관리운영체계가 변하였지만, 대체적으로 NHS제도 내에서는 지역보건 당국이 중앙정부에서 할당된 보건의료 예산으로 해당 지역의 보건의료기관(병원, 지역보건의료서비스 제공 기관 등)의 운영을 직간접적으로 관장하며, 주민에 대한 보건의료서비스 제공 대한 책무를 지고 있다.

NHS에 의해서 제공되어지는 서비스에 있어서는 기본적으로 병원, 지역보건의료서비스 및 가정의 서비스(일반의·치과의·약사 및 안경사)를 포함한다. NHS제도 운영의 기본 원칙은 포괄적인 의료서비스의 제공, 영국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은 이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그 제공에 있어 지불 능력에 의하지 않고 필요에 따른 제공이 그것이다.

이 제도가 지니고 있는 현제까지의 몇몇 문제점은 우선, 제도의 비효율성이다. 영국NHS제도가 도입된 1948년 이후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왔던 고질적인 문제로는 NHS 조직의 관리 운영의 비효율성이다. NHS 도입시기부터 의료서비스 공급 측면의 비효율성은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오고 있다.

이로 인하여 정부예산의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NHS 산하의 병원에서 외래환자의 대기시간과 수술 대기자 수의 증가가 가중되고 있고, 이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100만명이 넘는 수술 환자 대기자 명단(waiting list)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는 국가보건의료비의 지속적인 증가이다. 재원에 있어 주로 국민세금에 의존하고 있으나, 의료수요의 증가 등으로 인하여 이에 대한 부족은 계속 지적되고 있다.

1980년대 들면서 NHS재원의 부족으로 관련 기관의 운영자금조달상의 위기가 여러 차례 수반되었고, 결국 1987년 후반기에는 전국적으로 4,000병상이 폐쇄되었고, 이에 대한 정부의 긴급한 대책마련이 요구되기도 하였다. 이로 인하여 많은 환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고, 지역적으로 재원의 부족으로 특정 질환(암, 불임 등)을 가진 환자들에 대한 치료가 지연되는 등 국민들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으며, 병원의 경우도 의사, 간호사 등의 인력부족으로 환자를 제때 치료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제도적인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형평성'이 그 제도 평가의 지표로 사용되고 있어 오늘까지도 이러한 잣대로 NHS제도를 평가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영국의 의료 정책에 있어서 개개인의 지불 능력에 보다는 개인의 의료 수요에 따른 의료서비스의 분배라는 이용에 대한 사회계층간의 형평성 추구가 주요한 핵심으로 추구되어 왔다.

이러한 정책 기조하에 영국에서는 지금도 사회계층간의 건강수준의 차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영국정부는 보건의료부분에 높은 통제력을 유지하였고, 영국의 의료제도는 타 선진국의 의료제도에 비하여 의료비의 급격한 증가 없이 모든 국민에게 필요에 따른 포괄적인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보장되어 왔다고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앞서 소개한 영국언론의 반응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형평성 측면에서 보면 응급실에서의 의료서비스제공의 순서에 있어 사회적인 저명도가 먼저 치료하는 기준이 되지 않지 않겠는가? 그러나, 효율성 측면에서 보면, 환자들의 대기 시간과 대기자 수의 증가와 같이 그 효율성이 저조하며, 이의 개선을 위하여 1980도 후반 NHS의 관리조직의 개혁이나 내부시장과 같은 시장메카니즘 접목을 통한 효율성 증대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노력은 아직은 효과가 미미하다.

영국에서 이러한 문제의 해결방안은 없을까? 실질적인 해결방안은 영국의 민간부문을 살펴보면 오히려 그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즉 민간부문은 NHS 관리운영의 비효율성으로 인한 긴 대기시간과 대기명단을 피하기 위하여 민간보험 가입률이 증가되었고, 민간병원의 경우 NHS 전문의사들에서 부가적인 수입재원를 제공하고, 우리나라와 같은 행위당 수가제를 통한 이들에 대한 지불보상을 하여, 공공부문보다 민간부문에서 의료서비스제공을 더 많이 제공하게하고 있다. 이는 영국의료부문에도 공급자에 대한 인센티브제도가 의료공급에 있어 일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지만 효율성 증대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영국은 그동안 수차례의 의료개혁으로 통하여 NHS제도의 효율성, 형평성, 선택 및 반응성 측면에서의 개선을 추구해 오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효율성 측면과 선택 및 반응성 측면에서 일부 긍정적인 평가가 있으나,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

이는 1990년 초부터 효율성 증대를 위하여 지난 약 10여년 동안 영국정부에 의하여 주도된 NHS내부관리 운영에 있어, 민간 부문의 관리체계에서 강조되고 있는 '가치'를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메카니즘의 접목은 시장구조 개편의 측면과 그 기능 측면에서 성공하지 못하 듯하다. 이는 최근의 의료개혁을 통한 영국 NHS 내에서의 '시장경쟁'과 '정부통제'사이의 여러 해간의 투쟁에서 '정부의 통제'가 승리를 거두었고, 이는 향후에도 영국 중앙정부의 보건의료부문에서의 정부 통제력의 보유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WTO하의 시장개방의 여파로 보건의료부문에 당면과제인 의료시장개방, 의료경쟁력강화, 의료시장 활성화, 영리의료기관제도 도입, 민간의료보험제도 도입과 같은 우리나라 의료시장에의 변화가 요구되어 지고 있고, 또한 보건의료부문에서의 형평성 및 공공보건의료 강화와 같은 일련의 정부정책의 흐름은 의료시장에서의 민간과 공공부문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 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앞서 살펴 본 영국 NHS의 경험은 영국의 의료시장에서의 변화와 그 경험이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국가의료제도의 효율성 측면에서 과연 국가개입의 정도가 어떠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를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어 시의 적절하다고 하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제도에 향후 무엇을 추구해야 할 것인가? '시장경쟁'을 통한 효율성의 증대인가? '정부통제'의 강화를 통한 형평성의 추구인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