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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창간]참여정부 보건의료과제/적정 인력 수급

[2003창간]참여정부 보건의료과제/적정 인력 수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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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3.21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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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철(의협 학술이사 울산대학교병원장)

노무현 정부의 보건의료 과제

적정 인력 수급

 


복지 국가에서 국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임무가 국민들을 질병의 고통으로부터 구하고 건강을 증진하는 일이라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또한 질병 퇴치와 건강 증진이 그냥 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마다 차이가 있으나 선진국의 경우 GNP의 10%내외에 해당되는 막대한 비용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제한된 자원으로 효율적으로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위하여 각 나라는 의료 인력의 교육과 수급, 의료 서비스의 분배 시스템 등의 개선을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질의 의료 인력 양성은 막대한 비용이 들고,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도 않는다. 또 부족하다고 외국에서 긴급 수입할 수도 없고, 남는다고 수출을 하거나 전업을 시키기도 쉽지 않다. 포괄적이고 과학적인 연구를 통하여 실현 가능한 최선의 의료 인력수급 정책을 수립하여 5년 후, 10년, 20년 후를 대비하지 않는다면, 그때 가서는 의료의 특성상 의료 인력의 과부족의 폐해를 결코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떤가? 의료 인력의 수급 문제는 제한된 자원으로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하는 과제의 가장 핵심적인 사항임에도, 정부나 의료계가 그 문제를 어떻게 연구할지조차도 착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는 의료 인력의 정의, 업무의 내용, 자격 인정, `적정'의 기준 등 인력 수급을 논의할 때 전제 되어야 할 사항들이 모호하고 합의되지 않은 상태이고, `수급'에 관한 과학적 연구는 전무한 실정이다. 국민 건강을 좌우하고 국가 경제에 엄청난 부담을 주는 의료 인력 수급에 관하여는 정책도 없고, 대책도 없고, 하루하루 흘러 보내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정부가 과연 이러고 있어도 되는 것인가?

1) 의료 인력을 법에 정한 의사·한의사·치과의사·간호사·조산원만을 포함할 것인지, 위법이건 아니건 돈을 받고 직업적으로 치료 행위를 하는 사람들도 포함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또 다른 예를 든다면 우리나라가 전문의는 과다하고 일차 진료의가 부족하다하는데, 일차 진료의를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의료계 내에서도 아직 합의되지 않고 있다. 또 전문 간호사, 물리 치료사 등의 진료 지원 인력의 업무 한계와 교육, 자격 인정 등 정리되어야 할 사항이 한둘이 아니다.

2) 적정 의료 인력 수급에서 과연 `적정'의 기준을 질적인 면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양적인 면을 중시할 것인지에 따라서 적정 의료 인력의 직종별 수자와 업무 범위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3) 세계적으로 의료가 서양의학과 한의학으로 이원화된 나라는 없다. 교과 과정이 80%가 일치한다면, 장기적으로 일원화하는 것이 국민 건강을 위해서나 자원의 효율성의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의료 인력 수급 문제를 다룰 때 이 점 역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4) 저수가·저급여 체제의 현행 건강 보험의 체제를 유지하느냐, 적정 수가·적정 급여로 가느냐, 또 포괄 수가냐, 아니면 재료비와 의사의 수기료를 분리하느냐 하는 것도 인력 수급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미리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5) WTO DDA 협정에 따른 의료 서비스 시장의 개방에 따른 국내외 의료 인력의 교류.

6) 남북통일 시 의료 수요에 대한 대비.
개혁을 앞세워 국가의 틀을 바르게 잡고, 국민이 골고루 잘사는 국가를 만들고자 하는 이번 노무현 정부가 적정 의료 인력 수급과 관련하여 당장 해야 할 일은 이 과제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은 물론, 국가의 경제에도 엄청난 부담을 주는 `국가적 과제'로 인식하고, 현재의 무정책, 무대책을 반성하고 하루 빨리 정책을 수립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관한 한, 위에서 예를 든 몇 가지 문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결코 쉽지도 않고 몇 달 만에 대책을 내놓을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전임 대통령들처럼 임기 중에 무엇을 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해결이 쉽지 않은 과제를 성급하게, 무리하게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어려운 과제는 어려운 대로 충분한 연구와 논의를 거치고, 치밀한 계획을 세워서 장기간에 걸쳐 차근차근 실행하겠다는 성실한 자세가 필수적이다. 의료 보험의 확대나 의약분업 도입 등 지금까지의 보건 의료 정책들이 성급하고, 졸속이라는 점에서 삼풍백화점 사고나 대구 지하철 참사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적정 의료 인력 수급의 문제는 긴박한 문제임에는 틀림없으나, 시작이 잘 못 되었을 때 그 결과로 나타나는 폐해의 수습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에서는 적정 의료 인력 수급 정책만이라도 올바르게 수립해주기 바란다.

첫째, 국민 건강을 위하여 양질의 의료를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이 우선되어야 하겠다. 싼 전동차, 싼 공사비, 싼 보험 수가가 어떤 참사를 초래하고,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둘째, 양질의 의료를 가장 효율적으로 제공한다는 원칙이다. 의료 제공의 중심은 의사들이다. 의사들이 양질의 의료를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관련 직종의 업무 내용과 인력 수급이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적정 의료 인력 수급 정책은 관련된 여러 문제들을 다각적으로 충분히 검토한 후, 통합적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넷째, 정책은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구가 위에 제시한 원칙에 따라서 수립하되, 이해 집단의 압력이나 부처 이기주의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 기구로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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