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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창간]참여정부 보건의료과제/의료일원화

[2003창간]참여정부 보건의료과제/의료일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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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3.21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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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흠(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원장)

노무현 정부의 보건의료 과제

의료일원화

 

인류 역사에서 제사와 정치가 분리되면서부터 의료는 제사를 담당하는 종교인의 몫이었다. 이는 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같다. 병에 걸리는 것은 귀신이 몸 속에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였기에 종교인이 이를 쫓아낸 것이다.

그 후 의료는 부족 중에서 경험이 많고 후덕한 사람이 주로 역할을 맡았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누적된 경험을 가르치게 되어 중세기부터는 의사가 전문직으로 되었다.
19세기 중엽까지 동·서양 각국은 전통의학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1876년에 로버트 코호가 세균을 분리배양하면서 서양의학은 발전하기 시작하였고, 1895년에 뢴트겐이 엑스선을 발견하면서 서양의학의 발달은 가속화하였다. 대조적으로 동양의학에는 큰 진전이 없었다.

일본에는 명치유신 때 서양의학(네델란드의학)이 처음 들어왔다. 그 때 일본은 현명하게 대처하여, 전통의학과 서양의학을 하나로 묶어 발전시켜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중국에서는 한의학과 의학을 접목하여 중서결합의사를 배출하고 있다. 각급 병원에는 중의학(한의학)과가 설치되어 있는 것이 보편적이다.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서양의학은 발전의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하였고, 의학의 중심은 유럽에서 미국으로 옮겨졌다. 일차 및 이차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의학은 급속하게 발전하였으며, 한국전과 월남전은 그 속도를 한층 더 하였다. 영국에서 1973년에 CT가 개발된 이후 현대의학이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으며, 이후 MRI를 위시한 각종 장비들이 개발, 이용되었다. 1990년대에 들어서는 PACS가 도입, 설치되기 시작하였고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원격수술이 2001년에 현실화하였다.

한편 1960년대 중반에 한의학자(고려의학자)인 북한의 김봉한이 경락설을 제시하여 세계의 이목을 끌었으나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하지 못하여 유야무야 되었다. 지난 이삼십년 동안 독일에서는 인삼에 대한 연구를 열심히 하였다. 미국에서는 닉슨이 중국과의 교류 이후 한의학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대체의학과 한의학 특히 침술에 관심을 기울였다.

한국은 19세기 말에 의료선교사 알렌에 의하여 서양의학이 소개된 이래 미국의학과 독일의학이 도입되었으며, 지금까지 전통의학인 한의학이 병존하고 있다. 1960년대 초에 하나 뿐이었던 한의과대학이 오늘 날에는 11개 학교로 늘어났으며, 한의예과도 있어 의학교육제도와 다를 바 없다. 지난 삼사십년동안 의학과 한의학은 지속적으로 갈등을 겪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 국민은 아플 때 진료받는 것이 의학과 한의학으로 양분되어 있어서 중복진료로 인한 의료비 부담, 그리고 진료시기를 놓치는 데 따른 부작용과 합병증 등이 크게 문제시 된다.

한국은 1990년대 중반에 OECD에 가입하였다. 이에 따라서 각종 보고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보고서를 작성하려면 진단명을 포함한 각종 의료용어가 국제 관례에 맞아야 하는데, 아직 한의학은 진단명, 약제명 등이 현대의학과는 거리가 멀다.

한의학이 발전하고 의학과 협조하기 위하여 전제되어야 할 것이 한의학의 과학화와 규격화이다. 한의학에서는 비방이라 하여 처방을 공개하지 않는 수가 적지 않은데, 진료에 관한 각종 자료와 정보가 귀납법적으로 정리되어 학술적으로 인정받는 과정과 절차가 필요하다.

그 다음으로는 의학과 한의학의 경계가 현실적으로 모호한 점이다. 한의과대학 1, 2학년에서 배우는 과목 중 80% 이상이 의과대학과 같다. 그러므로 의과대학 3, 4학년에서의 교과과정을 조정하거나 교육기간을 다소 연장하면 의학과 한의학을 동시에 마쳐서 동시에 2가지 면허를 가질 수 있다. 현행 의료법에는 2가지 면허를 가진다 하더라고 그 중 하나만 허용하게 되어있으나, 이는 해당 조항을 개정하면 될 것이다.

한의사들이 최신에 개발된 각종 현대의학의 기자재 및 의료기기들을 사용하여 지속적으로 마찰이 생기고 있다. 단속으로 해결될 수가 없다. 한의사들이 현대의료기구를 써서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항변하기도 하는데 그 근거는 의사들도 의학이 발전함에 따라 새로운 기기와 장비를 쓰게 되니, 한의사들이 최신 의학장비를 써서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 왜 나쁘냐고 반격한다.

문제는 환자가 의학과 한의학을 오가며 중복진료를 받아 의료비가 증가되고, 오가는 사이에 진료시기를 놓쳐서 좋지 않은 진료 결과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의학과 한의학의 일원화에 대한 필요성은 불을 보는 것 같다. 문제는 방법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1970년대 초에는 한의학계에서 일원화를 반대하지 않았으나 의학계에서 반대하였고, 1980년대에 들어 의학 쪽에서 일원화를 거론하자 한의학 쪽에서 반대하였다.

1990년대에 들어서 국립의료원에 한방진료부가 개설(1991년 5월 30일)되어 이른 바 양-한방 협진을 시작하였으며, 의과대학교수와 한의학 쪽과 의학-한의학 협진에 대한 연구를 한 바도 있다. 대체의학의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번 정부 인수위원회에서도 한의학의 발전을 천명하였다.

이제는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국제화 시대를 맞아 한의학 또는 전통의학을 외국에 알릴 필요가 있으며, OECD에 가입하였으므로 불가피하게 한의학의 현대화, 국제화, 한약제의 규격화 등이 현안으로 부상되었다. 한의사가 1만 4천명을 넘어섰으며, 중국에서 한의학을 공부한 사람이 줄잡아 5천명이 넘는다는 비공식 통계는 새로운 과제를 안겨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WTO 협상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여러 가지 문제가 파생될 가능성도 예상할 수 있다.
 
남북통일도 의료일원화와 더불어 주요 과제가 된다. 북한에는 여러 등급의 의사가 있으므로, 통일이 되면 남북한 의사의 관리체계가 정리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사전에 한의학과의 과제를 푸는 것이 현명하리라.

따라서 의료계에서 능동적인 자세로,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한의학을 끌어안는 도량이 요망된다. 구체적인 방안은 이미 의사협회에서 관련 교수들에게 연구하도록 하여 대안을 정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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