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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창간]참여정부 보건의료과제/의료시장 개방

[2003창간]참여정부 보건의료과제/의료시장 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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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3.2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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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택(경희대 교수 의료경영학)

노무현 정부의 보건의료 과제

의료시장 개방

 


우리나라에서 의료시장개방이 처음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1995년부터 외자도입법 및 외국인 투자인가지침에 의료산업이 투자제한업종으로 규정되어 있던 조항이 폐지되면서부터이다. 1995년 당시 우리 병원계에서는 의료시장개방으로 인해 외국 병원들의 국내 시장 진출이 급격하게 진행될 것으로 우려했으나, 필자가 참여했던 의료시장개방 대응방안 개발연구의 결과에서 예측했던 대로 의료시장개방 이후 2000년에 이르기 까지 외국의료기관의 진출은 전무했다.

95년 UR협상과는 달리 WTO DDA 협상은 우리 의료시장에 많은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협상일정에 따라 중국, 폴란드, 호주가 우리 의료시장개방을 요구해 왔고 2006년부터는 시장개방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지금까지 어떻게 준비해 왔고 문제점은 무엇인가? 보건복지부에서는 WTO DDA 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의료계 의견을 수렴하고자 하였으며, 의료계에서도 6개 단체 공동대책위윈회를 출범시켜 참여해 왔다.

그러나 대책본부를 맡고 있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는 각 단체에서 작성한 의료시장개방과 관련된 연구를 종합하였을 뿐 구체적인 대응방안이나 준비과정에 대한 조감도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의료단체의 이익대변이 아니라 산업발전의 관점에서 의료시장개방에 따른 의료산업의 변화를 전망하고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정부차원에서 마련하는 것은 매우 시급한 현안으로 생각된다.

■ 의료계 경쟁양상의 변화
의료시장개방에 따라 다양한 외국 의료기관들이 진입하고 선택의 범위가 넓어진다는 점에서 소비자에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점은 상식적이다. 그러나 고급 서비스, 의사입장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에 대한 선택의 범위가 넓어지는 것이지 평균적인 대한민국 국민이 필요로 하는 모든 서비스에 대한 선택 폭이 확대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자선 병원하려고 외국에 진출하는 병원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에 개원한 성형외과의 경우 국내 병원에 비해 고가의 패키지 상품으로 첫선을 보였지만 매진사례를 보이고 있고 작년에 모 보험사에서 출시한 보험상품에서 제공하고 있는 미국 최고 병원에서 원격진단을 통해서 2차 소견을 제공하는 것 등은 모두 부유층을 주요 고객으로 설정하고 있다.

고급화 경향은 국내 병원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주어서 의약분업 이후에 시작되고 있는 ‘의료군비경쟁’(medical arms racing)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대형 병원들은 90년대 초반까지 30 여년간 이같이 의료시설이나 장비에 대한 투자를 통해 경쟁해 왔기 때문에 우리에 비해 상당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이러한 소모적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정부는 경쟁이 소모적인 의료시설과 장비 확장이 아닌 진정으로 소비자들에게 만족과 양질의 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게임의 룰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의료서비스의 질에 대한 평가와 공개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심사평가원 및 각종 병원서비스 평가 주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즉 소비자가 아주 손쉽게 각 의료기관의 의료서비스 수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하면 소모적인 경쟁을 방지하면서 소비자편익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 공공의료기관의 기능강화
의료시장개방에 대한 준비기간 동안에 해야 할 일이 단순한 경쟁력 강화보다는 병원산업의 전반적 진단과 함께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종합적 산업발전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 첫 번째 과제가 공공병원의 비중 확대이다. 시장개방 이후에 외국의료기관들의 입김이 강해지고 나면 정부가 병원지원이나 공공병원 확충과 같은 정책을 추진하기가 현재보다 훨씬 어려워 질 것으로 생각된다. 노무현 정부의 대선공약에도 공공의료의 확대가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관건은 지속적으로 유지가능한 재원조달방안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 영리의료법인의 단계적 도입
이와 함께 민간병원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규제방향도 조속히 결정되어야 할 문제이다. 이를 위해서는 영리법인의 도입범위와 단계에 대한 정부의 입장정리가 필요하다. 민간병원은 설립목적과 경영전략에 따라 비영리 법인이나 영리 법인을 선택할 수 있게 하고, 비영리 중소병원들은 지역사회와 밀착하여 상당한 공익기능을 수행토록 하는 대신에 미국, 일본 등에서 행하고 있는 비영리법인에 대한 정부의 각종 재정지원 및 면세·감세, 건강보험진료비의 면세 등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영리법인 병원은 경쟁력 강화의 주축으로 활약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규제를 하는 대신 주주 및 투자자들의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영리법인도입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점진적으로 확대하되 외국 자본이 진입하게 될 2006년 이전에 국내 자본이 충분히 영리의료법인에 진출하여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민간의료보험과 병원의 연계
최근 확산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변화로 민간의료보험과 의료기관의 연계 추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장개방이 된 후 몇 년이 지난 후에 외국의 대형병원들이 우리 시장에 진입하려고 할 때 건강보험제도의 개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이미 한국 시장에서 성공적인 자국 또는 다국적 보험사를 파트너로 해서 국내 시장을 공략할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병원과 민간의료보험간의 연계 사례를 조사하고 한국 의료체계내에 외국병원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의료체계 창출에 대응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할 것이다.

종합적으로 보면 의료시장개방도 우리 병원산업이 직면한 큰 환경변화로 기존의 변화와 다른 점은 우리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단절적인 변화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남은 3년간 산·관·학이 협동하여 적극적으로 준비한다면 의료산업의 발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새 정부는 의료산업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마련하고 이에 기초하여 복잡하게 얽혀있는 다양한 규제와 제도를 개선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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