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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신년]미래 대비하자/국민과 함께 하는 의사상

[2004신년]미래 대비하자/국민과 함께 하는 의사상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4.02.0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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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규(고려대 안암병원장·신장내과)

'국민과 함께 하는 의사상' 정립을 위한 의사의 역할

따뜻하고 넓은 가슴으로 "나 부터…"

 

내가 재직하고 있는 고려대학교에는 '인간과 의학'이라는 교양과목이 있다. 일반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과목으로 고려대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라면 누구든지 들을 수 있는 자유교양과목이다. 한 학기 수강생 600여명 중에 의대생은 한 10명 남짓하고 대부분은 법대, 경영대, 문과대, 공대 등 비 의대생들이다. 학기말이 되면 학생들에게 강의평가를 받는데 강의 평가 끝에 써 있는 강의 소감이 흥미롭다.


의사, 의대교수는 차갑고 딱딱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동안 학생들이 만나본 어느 분야의 교수들보다 인간미 넘치고 유머러스하며 자신들의 선입관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다. 뜻밖의 멘트인 셈이다. 이 강좌는 임상의 여러과 교수들이 같이 강의하므로 학생들이 임상각과의 특징을 알게 된다.

의사 또는 의과대학생들은 돈을 쉽게 벌기 위하여 그 길을 택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였는데 강의를 들은 후 생각이 바뀌었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의사들이 환자의 생명을 위하여 헌신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역시 의사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존경심까지 생기게 된다고 하였다.

현재 의료보험의 재정이 나쁘고 의료제도 역시 불합리하여 내로라하는 대학병원조차도 진료수입만으로는 병원 경영이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개원가 또한 병원 유지가 어렵다보니 보험 안되는 분야에 눈을 돌리게 되고 환자들은 환자들대로 간단한 검사조차도 '혹시 이 병원이 돈 벌려고 쓸데없는 검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하고 있다.

그러면 이러한 변화가 모두 잘못된 의료보험제도와 조제위임파동(의약분업) 때문만에 생긴 것일까. WHO에서는 의사의 역할에 대해 환자의 질병치료에서 질병의 예방, 건강증진, 건강에 관한 상담, 지역사회 의료의 오피니언리더로 정의하고 있다. 즉 현대 사회에서 의사는 더 이상 질병치료자로서의 역할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뜻이다.

우리사회의 변화와 국민의식의 변화 그리고 의사에 대한 역할의 변화요구가 이 시대 의사의 화두인 셈이다. 위와 같은 인식에 바탕을 두고 나는 국민과 함께 의사가 되기 위하여 다음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질병예방을 위한 노력을 환자와 같이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당뇨가 있거나 고혈압이 있는 사람에게서 생길 수 있는 위험인자를 미리 발견하고 이를 환자에게 설명하여 병의 진행이나 합병증 발생을 최소화시켜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주로 오는 환자의 질병에 관한 안내서를 만들어서 환자의 생활수칙, 운동이나 식사시 주의점, 병의 진행에 따른 증상, 검사치의 변화, 검사결과가 뜻하는 의미 등을 환자가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 보기를 권한다. 여기에 환자의 현재 상태를 기입하여 자신이 현재 어느 정도에 와 있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면 환자가 질병의 예방을 위하여 의사가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건강에 관한 지역의 상담가가 되어야한다. 환자가 아파서 병원에 가기 전에 갖는 중요한 궁금증 중의 하나가 내가 가진 병이 또는 이런 상태가 과연 병원에 갈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또 간다면 어떤 병원을 가는 것이 좋을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보건소나 지역의 자치단체와 협조하여 그 지역의 의사들과 함께 무료상담실을 운영해 볼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현재 대부분의 구청에는 그 지역의 변호사들이 번갈아가며 법률상담을 해주는 무료법률상담소가 있으며 지역주민자치센터(동회)에는 무료행정상담을 해주는 곳이 많다. 따라서 지역구의사회 또는 반모임에서 이와 비슷한 제도를 지방자치단체(구청)나 주민자치센터(동회)와 함께 시행한다면 지역주민들이 의사를 좀더 가깝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지역사회주민건강을 위하여 의견을 끊임없이 제시하여야 한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장과 구의회(군의회) 의장은 선출직이며 이 중 구의회(군의회)는 지역주민과 밀접한 각종 제도에 대한 의견을 내거나 심의할 수 있는 기관이다. 의사가 국회의원이나 장관이 되는 것도 좋겠지만 그 보다는 자신이 속한 지역의 구의원(군의원)이 되는 것을 적극 권장하고 싶다.

시장(도지사)이나 구청장(군수) 출마는 각 정당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구의원(군의원)은 정당의 그리 큰 지원이 없어도 출마가 가능하다. 일단 구의원이 되고 나면 지역 행정에 관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고 더군다나 보건의료분야의 최고전문가인 의사의 조언이나 정책건의는 지역구의 주민건강을 위하여 귀중한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주민건강과 관련이 있는 지역의 현안은 구청(군청)이나 시청(도청)을 통한 협조보다 구의회나 시의회를 통한 협조가 훨씬 효과적일 수가 있으며 이 방법은 행정관청과 마찰을 피하면서 의사가 주민과 가까워질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그렇게 되면 의사는 질병에 관한 의견뿐만이 아니라 환경, 자원보호, 위생 등 주민건강과 관련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므로 지역건강의 제대로 된 오피니언리더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건강정보의 제공자가 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주민들을 위한 문화교실이나 건강교실을 운영하고 있으나 마땅한 강사를 구하기 어려워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이다.

지역구의사회나 반모임에서 건강교실의 강좌 중 일부를 맡아서 운영한다면 지방자치단체인 구청(군청)도 좋아할 것이며 의사는 이를 통하여 올바른 의료 및 건강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매달 동네마다 열리는 반상회에 의무적으로 참가하여 그곳에 참여한 주민들에게 건강상담을 해준다면 부가적으로 다양한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참여는 물론 지역구의사회의 치밀한 준비와 우리 스스로의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국민과 함께하는 의사'는 멀리서 찾을 것이 아니라 나부터 실천해야 하는 일이며 의협의 지시를 기다리기보다는 지역구의사회(반모임)가 중심이 되어 그 지역특성에 맞는 사업을 하나씩이라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과 함께하는 의사'는 몇 번의 일간지 광고와 대규모 집회, 법적 소송으로 얻어지기보다는 지역주민과 같이 호흡하고 밀착되어 행동하고 지역자치단체에 적극적인 참여가 있을 때에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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