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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창간]참여정부 보건의료과제/보건학적 측면

[2003창간]참여정부 보건의료과제/보건학적 측면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3.03.21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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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중(연세의대 예방의학)

김대중 정부의 개혁과제 평가-보건학적 측면


보건학은 조직화된 지역사회의 노력으로 질병을 예방하고 수명을 연장하고 건강과 삶의 효율을 증진하는 학문으로 정의되기도 하고 국민들이 건강할 수 있는 조건을 보장하기 위하여 지역, 국가 또는 국제적 자원을 동원하는 과정이라고 정의되기도 한다. 다시 말하면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사회적 행동을 통해 국민건강을 증진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보건사업의 범위로는 질병예방과 건강증진, 의료서비스 개선, 건강친화적 행동변화 유도, 환경관리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김대중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은 높이 평가할 긍정적 측면도 있다.
첫째, 사회안전망 확충과정에서 보건복지 예산이 대폭 증가하였다. 97∼2003년간 보건복지부 소관 일반회계 예산이 정부 일반회계 예산증가율의 2배 수준인 연평균 20.5%씩 증가했다. 그 결과 권위주의적 정부에서 계속 축소해 왔던 의료보호(급여) 대상자가 확대되었고 의료급여의 수준을 늘렸고 모든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여 저소득층의 의료의 접근성을 증가시켰다.

둘째, 2001년 `건강증진사업 발전 기획단'을 구성하고 2002년 4월에는 `국민건강증진 종합계획'을 수립하여 국민건강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만성질환관리, 건강생활실천 지원, 보건서비스 제공의 3개 영역별 50개 실천과제를 선정하고 2010년까지 총 1조 2,500억 원의 재정투자 계획도 수립하였다.

셋째, 국민건강의 주요 문제가 되고 있는 암,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에 대하여 질환별 예방·관리 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였고 이와 관련된 연구사업도 활성화하는 등 선진 보건체계의 틀을 정착시켰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 정책들은 소위 의료개혁과제라고 불리는 의료보험 통합과 의약분업 강행의 소용돌이 속에서 모두 묻혀 버렸다. 두 개혁 과제 모두 국민건강 향상에 직접적으로 관련되기보다는 의료서비스 체계중 재원조달 부문과 의료이용 부문의 시스템 개혁이었다.

물론 이런 시스템 개혁도 간접적으로는 국민건강과 연결될 수 있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개혁의 목표와 추진방법을 보면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국민건강향상이라는 목표를 추구하기보다는 사회연대 강화를 통한 평등사회 실현과 의료 부조리 척결을 통한 정의 실현이라는 가치 지향적 목표를 위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였다.

우선 의사파업이라는 홍역을 치르면서 온 나라를 혼란의 소용돌이로 빠뜨렸던 의약분업정책은 그 동안 다른 어떤 보건의료 정책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영향을 국민들에게 끼쳤다.
그 동안 많이 논의되어 온 국민불편이나 건강보험 재정 파탄문제는 차치하고 과연 의약분업 정책이 국민건강 향상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검토해 보자.

한쪽에서는 의약분업 이후 처방의약품 수와 항생제, 주사제의 처방이 감소했다고 하나 감소 폭도 크지 않고 감소 원인이 의약분업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리기도 어렵다. 또한 의약품 오남용 감소를 통해 장기적으로 국민건강수준이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도 검증하기 어렵다. 임의분업을 채택하여 현재 분업율이 48% 정도에 불과한 일본이 평균수명을 비롯한 건강지표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위와 같은 기대를 가져올 수 있는 가정 자체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다음 건강보험 통합과 관련된 국민건강 향상 측면을 살펴보자.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주 논쟁이 되고 있는 조직과 재정 통합 논란은 논외로 하고 의료보험을 건강보험으로 바꾸어서 건강보험법에 예방·재활·건강증진 등 포괄적 급여를 명문화하여 질병치료 중심에서 탈피하여 적극적인 건강보장체계로 전환했다는 점을 관련자들은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도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아 실제적인 급여 개선보다는 이상을 앞세운 선언적 의미로만 끝나버렸다.

따라서 김대중 정부의 의료개혁 과제가 되었던 의약분업과 건강보험 통합은 보건학적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될 부분을 찾기가 힘들다. 시스템 개혁을 통해 사회연대 강화와 정의 구현을 시도했지만 국민건강 향상이라는 긍정적 결과와 연결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학적 지식을 소홀히 한 채 사회 행동에만 집착한 결과가 아닐까? 또한 다양한 보건학적 접근보다 건강향상 효과가 제한적인 의료서비스체계 개혁에 너무 집중한 것은 아닐까? 앞서 기술한 보건복지 예산 증액, 건강관리체계 구축과 같은 합리적 정책들이 의료개혁이란 요란한 구호 속에 그냥 묻혀 버리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물론 건강보험 통합과 의약분업은 나름대로의 당위성이 있었던 정책과제들이다. 만일 보험조합간 재정격차 문제도 기본을 흔드는 통합을 통해서가 아니라 조합간 재정공동사업과 지역보험간 국고차등보조 등의 재정이전 장치를 강화해서 해결했다면, 의약분업도 약의 종류에 따라 단계별로 추진하거나 선택분업으로 했다면 서서히 시스템 효율을 증가시키면서도 앞서 지적한 긍정적 정책들에 보다 집중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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