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8 17:21 (일)
[2003창간]참여정부 보건의료과제/경제적 측면

[2003창간]참여정부 보건의료과제/경제적 측면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3.03.21 13:56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우진(연세대 보건대학원)

김대중 정부의 개혁과제 평가-경제적 측면



대중 정부는 의약분업, 보험약가 실거래가 상환제도 및 건강보험통합 등 일련의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과학적 합리적 근거없이 보건의료부문의 환경적 제약과 변화예측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투명한 논의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대다수의 정책이 보건의료부문이 직면한 정책문제를 정확히 식별하지 못한 채 폐쇄된 `그들만의 잔치'에서 정책대안을 탐색 예측하고 최종안을 선정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결국 그토록 주장하던 성과는 실현되지 않았고 국민의 경제적 부담과 제약시장의 대외의존도를 크게 심화시켰다.

먼저 1999년 11월 15일과 2000년 7월 1일에 각각 실시된 실거래가 상환제도와 의약분업은 보험약품비를 크게 증가시켰다.

우선 외래부문은 1990년 상반기 2,500억원에서 1997년 상반기 9,206억원, 2000년 1조 582억원, 2001년 1조 4,983억원으로 증가하였다. 1990년에서 1997년까지는 보험 청구건당 약품비의 연평균 증가율은 15.0%에서 8.3%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후 의약분업이 도입되면서 고가약 사용량이 늘어나고 실거래가제도가 정착하며 약가가 감소되지 않고 상한가로 계속 유지되면서 건당 약품비 증가율은 31.5%로 급격히 상승하였다.

한편 입원약품비는 1990년, 1992년, 1997년, 2000년, 2001년 상반기에 각각 1,458억원, 2,029억원, 5,262억원, 9,206억원, 1조 582억원, 1조 4,983억원으로 증가하였다. 입원부문의 청구건당 약품비는 1990∼1997년까지는 연평균 10∼12%로 증가하다가 실거래가 제도 직후에는 6.1% 감소하였다. 그러나 이후 청구건당 약품비 증가율은 예년 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17.9%로 증가하였다.

둘째, 보험약가정책과 의약분업은 다국적 제약회사의 국내제약시장 점유율을 크게 증가시켜 대외의존도를 심화시켰다.

개별적 실거래가 상환제도는 약에 대한 저가구매동기를 약화시켜 약값이 상한가로 지불되도록 하였고 혁신적 신약에 대한 A-7 가격결정방법은 국내 보험약가가 우리나라보다 몇 배나 1인당 국민소득수준이 높은 국가의 약가보다 더 높아질 수 있는 구조적 문제를 가지게 되었다. 또한 의약분업으로 의료기관은 다국적 제약회사의 고품질 고가약을 처방하고 환자는 처방전을 상호 비교하며 3차 병원에서 사용하는 고가약 처방을 의사에게 요구하는 경향이 상승작용을 일으켰다. 2001년 말 기준으로 우리 나라에서 보험 청구액이 가장 많은 약 10개 품목이 모두 다국적 제약회사가 생산하는 품목인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다국적 제약회사의 매출과 경영수지를 급격히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국내 진출한 외자기업의 시장점유율은 1999년 9.6%에서 2000년 22.7%로 증가하였고 의약품의 수입액이 수출액에 비해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1999년의 경우 수입액은 9억 8,210억 달러였으나 정책변화 효과가 충분히 반영된 2000년에는 15억 5,435억 달러에 이르러 전년 대비 58.3%라는 급증세를 기록하고 있다.

셋째, 국민과 의료계의 동의없이 실거래가 상환제도와 의약분업을 무리하게 시행하면서 김대중 정부와 집권당은 반대와 갈등으로 인한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정책시행 전후로 건강보험수가를 5차례나 인상하였다.

이는 의료계와 국민을 설득하면서 점진적인 정책변화를 도모하였다면 상당부분 절약하거나 인상을 연기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또한 건강보험 지불보상체계 개선, 의료의 질 평가체계 구축, 보조의료인력의 양성 등 현안을 함께 논의하며 수가인상률과 연동하여 의료기관의 참여를 설득 유도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급진적이고 독단적인 정책시행은 의료기관 파업과 의료제공의 불연속이라는 유례없는 사회혼란을 초래하였으며, 국민과 의료계의 반발로 진퇴양난에 빠진 정부와 집권당은 적정 인상폭에 대한 합리적 논의과정을 거치지 않고서 의료수가를 인상하는 우를 범하였다.

결과적으로 김대중 정부에서의 보건의료정책은 건강보험 총지출을 크게 증가시켰으며 이는 곧 전대미문의 건강보험재정파탄을 초래하였다. 건강보험재정은 1997년부터 당기재정수지에 적자발생하였으나 건강보험통합, 실거래가 상환제도 및 의약분업을 거치면서 재정수지가 크게 악화되어 2001년에는 당기수지적자가 무려 2조 3천억원을 넘어섰다. 그 동안의 적립금을 모두 소진하고 2002년말에는 차입금이 2조 6,138억원이 이르러 우리나라 건강보험 역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별표〉.

김대중 정부의 보건의료부문 정책실패에서 도출할 수 있는 정책적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의료정책에 있어서 더 이상 폐쇄적인 정책결정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재정 파탄, 의약분업 등에서 볼 수 있듯이 향후 어느 부문보다도 의료정책의 중요성은 더욱 증대될 전망이다. 인구 고령화, 국민소득 증가, 소비자 주권의식 확대, 삶의 질 향상 욕구 증대, 세계화에 따른 의료시장 개방 등으로 우리 나라는 의료영역이 보다 확장될 것이고, 의료부문은 그만큼 정치, 경제, 사회적인 파급효과가 커질 것이다. 따라서, 단기적, 즉흥적, 비합리적 정책결정은 국내·외적으로 커다란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둘째, 의료정책은 정치, 경제, 외교, 행정이 서로 역동적으로 상호 작용하는 영역으로 다양한 전문 정책연구자가 참여하여 분석 발전시켜야 한다. 의료정책에 있어서 더 이상 가부장적 정책집행도 피해야 하겠지만 일부 사소한 문제와 일방향성 이념에 집착한 구호적 선동적 정책결정도 피하여야 한다. 정책문제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고려할 때 행정관료 및 비전문 시민단체의 능력과 판단에는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로써 행정관료, 정치가, 관련 학자의 부담도 완화되고 진정하게 국민을 위한 정책을 시행할 수 있다.

끝으로 의료정책을 재분배정책 또는 사회적 규제정책으로 분류한 채 의료서비스의 공급만을 지향하는 시각을 속히 개선해야 한다. 이러한 시각은 정부부문 내부의 정부규제영역 확대논리로 치장되어 정책효과를 과대화하고 정책비용을 과소화하는 잘못을 초래하게 한다. 정부부문이 직면할 수밖에 없는 공적 자원 동원 및 행정능력의 한계성을 인식하여 효율성의 추구로 시각을 전환하고 민간영역의 활용을 적극 모색하여야 한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