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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신년]미래 대비하자/싱가포르 의료시스템

[2004신년]미래 대비하자/싱가포르 의료시스템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4.02.02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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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택(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의료경영학과 주임교수/의료산업연구원 원장)

싱가포르 의료시스템 다시보기

사회 인프라·국민 의식 '바른제도' 합작

 

 

최근 우리나라에는 싱가포르 의료열풍이 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싱가포르의 의료허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싱가포르 외과전문병원 래플즈그룹(Raffles Medical Group)에서 샴쌍둥이 수술에 성공하면서부터 언론의 집중취재가 시작되었고, 지난 10월 말에는 래플즈병원의 류춘용원장이 한국을 방문하여 국내 주요 병원장과 대담한 자료 또한 대서특필되었다.

한편, 우리나라에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싱가포르의 의료저축계정이 적합하다는 한국개발연구원의 제안도 열풍을 더욱 뜨겁게 하는데 한몫하였다.

여기서 우리는 싱가포르 의료열풍이 우리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는가를 한 번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우수한 사례를 통해 우리를 개선한다는 소위 벤치마킹이라는 것이 싱가포르를 대상으로 가능할 것인가? 벤치마킹을 통해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과 따라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

싱가포르의 인구는 410만 명으로 우리의 10분의 1이 못되고, 국토 면적도 우리의 100분의 1 미만인 도시 국가로 인구밀도는 1 평방 km 당 6,055명으로 우리의 13배나 된다. 그러나 1인당 GDP는 US $ 21,000로 당당한 선진국의 위상을 가지고 있다.

의사 1인당 인구수는 700명으로 우리나라(649명)와 유사하지만 GDP 대비 의료지출이 3.2%로 우리나라의 1/2 수준이고 평균재원일수가 4.5일로 우리나라에 비해서 상당히 효율적인 의료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독립이후 80년대 초반까지 싱가포르의 의료서비스는 일반조세를 통한 공적의료기관에 의하여 제공되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었다.

즉, 의료서비스는 무료로 제공되거나 최소한의 부담만을 이용자가 부담하는 체계였으나, 70년대 급격한 의료비 지출증가를 경험하면서 재정적인 면 뿐만이 아니라 기존의 국영병원 시스템 하에서 의료공급이 가져올 수밖에 없는 비효율성, 방만한 경영에 따른 저생산성과 과도한 의사위주 의료환경, 그리고 이에 따른 관료주의 등의 문제들을 해결할 필요가 있었다.

결국, 싱가포르 정부는 1984년 보건의료에 대한 1차적 책임은 환자본인과 가족에게 있고, 정부는 보충적인 의미의 의료보장에 국한되어야 하며, 과도한 의료사용을 억제하기 위하여 본인부담제를 강화한다는 기본 목표 하에 의료저축계정을 출범시키게 된 것이다.

싱가포르의 의료서비스 공급은 외래는 20% 만이 공공기관에서 제공되고 있으며 입원은 80%가 공공병원에 의존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국정운영 시스템의 대표적인 목표 중의 하나가 '無보조금'으로 국민 개개인은 각자가 쓰는 비용을 스스로 부담해야 함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바로 이 원칙과 높은 공공병원의 비중이 우리나라 의료체계와 가장 큰 차이점 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싱가포르에서 공공의료와 고가 민간의료가 공존할 수 있는 이유는 가장 기본적인 입원서비스(C 등급)는 국가에서 보장하되 그 이상의 편리한 입원서비스를 받으려면 본인이 그 비용을 부담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문화라고 볼 수 있다. C급 병실은 35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도 에어컨이 없고 병실 당 10여명의 환자가 수용된 열악한 환경이다.

철저한 자기 부담 원칙에 입각해서 특급 병원의 1인실을 이용하려면 정부가 부담하는 상한액 이상의 수천불을 환자 자신이 의료저축계정이나 여타 민간의료보험을 이용해서 자신이 부담해야 한다.

이러한 원칙은 고급 의료서비스에 대한 혁신과 샴 쌍둥이 분리수술과 같은 의료기술의 혁신에 대한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의료혁신의 바탕에는 튼튼한 공공의료와 의료저축계정이라는 제도개선이 있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싱가포르 의료저축제도의 가장 큰 정책목표는 노령화에 대비하기 위해 기존 부과방식의 공적 의료보험을 적립방식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가입은 의무적이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적용했다.

1984년에 처음 시행된 싱가포르의 의료저축제도는 기존의 횡단면 비용분산에 시점 간 비용분산이라는 개념을 추가한 새로운 형태의 의료보험제도로 국민 개개인이 연간소득의 일정률을 의료저축계좌에 적립하고 이렇게 적립된 의료저축계좌에는 세금이 붙지 않으며 오직 의료서비스를 받을 때에 한해서 쓰이고 있다.

또한 1990년 거액의 의료비가 필요한 재앙급의 질병치료를 위한 재보험 방식의 사회보험계좌도 도입하여 의료저축계정을 보완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의료저축제도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성공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2002년까지 싱가포르의 의료저축계좌에 적립된 금액은 약 US $ 5억5,000만에 달했는데 이는 총 병원입원환자를 위한 치료비의 약 10배 이상이며, 국민 총 의료지출의 약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의료저축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된 데는 중앙공제기금(CPF ; Central Provident Fund), 재보험 등 싱가포르의 선진금융시스템이 있었다.

아무리 좋은 의료제도라도 사회의 인프라와 기본적인 문화 및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성숙되어야 만 성공할 수 있다는 교훈을 싱가포르 의료체계의 성공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싱가포르 의료허브에 대한 계획은 우리나라 의료특구 준비과정에 비해 체계적인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의료허브는 부처간에 공동 위원회가 공식적으로 조직되어서 추진되고 있으며 외국인 환자를 현재 15만 명에서 2012년까지 100만 명으로 증가시킨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갖고 있다.

의료허브는 단순히 외화획득에 대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중국경제의 부상 속에 선진경제 경험을 가진 싱가포르를 서비스 경제로 전환시킨다는 큰 틀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 공직자가 구호성으로 던 진 아시아 최고 병원 또는 의료특구라는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매우 체계적인 준비와 함께 정부 부처간의 공조가 필요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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