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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창간]의료계 정치세력화/좌담회

[2004창간]의료계 정치세력화/좌담회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4.03.21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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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결속 통해 정치적 지향점 공론화 바람직

좌담회-'의료계의 정치세력화'

 

특별회비를 모금하고 있는데 그러나 총선 이후 관심이 희미해지면 용두사미 격이 될 우려가 있다. 회원들은 정치세력화 하라고 회비도 냈는데 뭘 했냐고 반발할 수도 있다. 우리의 태도, 방법, 선택하는 방법, 유대를 유지하느냐가 문제다.


변영우:지금까지 의정회를 통한 의협의 정치력 발휘는 의정회 회장의 개인적인 정치적 수완과 능력에 따라 좌우됐다. 현재 의협에는 정치력을 발휘하는 대외사업추진본부 밑에 2개의 특별위원회가 있다. 어떻게 보면 의정회와 사업목적이나 기능이 비슷하다.

효율적으로 하려면 어떤 식으로든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정치자금법, 선거법 다 바뀌어서 조직이나 돈을 갖고 선거하는 것은 어렵게 되어 있다. 의정회는 필요하지만 이것에 의존해서는 한계가 있다. 어떤 식으로든 합쳐서 정치세력화에 적합하도록 조직을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

이정희:일본의사회는 잘 조직된 지방조직을 활용해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하원 선거를 2년마다 하는 미국은 정치자금이 일상화 되어 있으며, 공개적인 로비활동이나 선거캠페인이 가능하다. 미국의학협회는 선호하는 후보에게 정치헌금을 집중 공여하는 작전을 쓰고 있다. 우리도 장기적으로는 정치자금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선거자금도 자신 있게 공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박윤형:의료계의 정치세력화에 대해 국민이 의아하게 생각하고, 반발심을 가질 수 있다. 의사가 돈과 명예와 권력까지 다 가지려고 한다는 불만이 있을 것이다. 이같은 불만을 해소할 방안이 있다면?

이정희:정치에 대한 개념도 바뀌고 있다. 과거엔 정권을 잡는 것에서 지금은 집단이면 집단, 개인이면 개인의 영향력을 극대화시켜 나가는 것이 정치라고 할 수 있다. 시민들이 의사단체가 정치세력화한다고 할 때 정권을 쟁취한다는 인식을 불식시키고, 의료정책을 모든 사람이 함께 누리고 의사의 신분을 확고히 하기 위한 활동으로서의 정치세력화를 널리 홍보해야 한다. 의사단체는 유리한 여건이 있다고 본다. 다른 단체와 상대적으로 비교해 보면 인적, 물적 자원에다가 플러스해서 다른 전문가집단과는 차별화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의료정책의 평가 또한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의사단체와 관련된 수도 없이 많은 의료정책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하고, 우선순위에 대해서 현재 정책과 각 정당의 의료정책은 어떠한가를 평가·분석하고 거기에 대한 의협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 안건을 다루고 있는 상임위에 소속된 국회의원에게 설문을 통해 묻는 과정을 계속해 나간다면 복지부나 국회에서도 결국 의료정책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의사협회의 전문적인 지식과 분석을 참조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인식을 하게 될 것이다. 결국 이런 활동이 의사단체가 원하는 바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고, 공개적이고 제도화된 로비활동을 펼쳐나간다면 다른 전문가집단도 뒤따를 것이다.

미국의학협회도 자체적인 연구소를 갖고 있지만 줄곧 워튼스쿨 등에 용역을 주고 있다. 워튼스쿨과 같은 권위 있는 연구소에 용역을 줘서 의료문제나 의료보험문제에 대한 자료를 생성하도록 함으로써 의회나 행정부에 대해 훨씬 설득력을 발휘하고 있다.

변영우:환자들은 진료를 해 주는 의사 개개인에 대해서는 존경하고 있지만, 의협에 대해서는 집단이기주의 단체라고 생각한다. 의사단체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인들도 의사 개인을 전문가로는 인정해 주지만 의사단체는 표와는 관계없는 집단이라고 보고 있다. 의사단체의 주변단체들도 이제는 자기입장에서 생각한다. 병협도 딴 길에 서는 것이 현실이다. 국민은 물론 정치권에도 신뢰를 줘야 하고, 의사도 표가 된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정치세력화를 추진하면서도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다.

박희백:회원들에게 정치세력화에 대한 정의와 확고한 이념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대외적인 인식도 개선해 나가야 한다. 우리는 국민을 빼놓고는 살 수가 없다. 국민을 위해 봉사를 해야 한다. 조류독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의사들이 닭먹기 운동을 했는데 호응이 컸다. 정치세력화를 하면 더 달라질 것이다. 정치세력화를 하겠다는 확고한 신념, 끝까지 밀거나 물고 말겠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 그러면 최소한 낙선은 시킬 수 있다.

이정희:사회가 발전되면서 어떤 단체나 나타나는 현상이 분화이다. 의사단체도 병협과 의협의 이해가 다를 수 있고, 큰 병원에 속한 의사와 개인병원 의사들 간에도 이해를 달리할 수 있으며, 진료과목 간에도 달라질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노동자단체나 시민단체에서도 나타난다.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분화현상이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적절히 대처하면 된다.

국민의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의사의 행동이 의사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것이라는 인식이 들 때까지 홍보를 해야 한다.

◇박윤형:임광규 변호사께서는 사회주의 의료는 반드시 망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교육과 의료문제는 연대성 강화라는 미명 아래 사회화 되고 있다. 잘못된 정책과 제도를 바꾸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지?

임광규:변호사나 의사는 자기 생명의 일부를 서비스하고 돈을 받는다. 민노총의 조합비나 전교조의 조합비보다 의협회비가 훨씬 값지다. 의사가 돈을 벌면 제로섬 게임이라며 국민이 돈을 더 낸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것을 깨야 한다. 보험료를 거둬서 중앙집권하는 공단이나 익명의 간호사들이 의사들의 처방을 검토하고 감시하는 것이 과연 의료소비자에게 좋은 일인지를 알려야 한다.

의사를 중국 모택동 시대의 '맨발의 의사'로 몰고 가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을 설득해야 한다. 국민의 건강을 스스로 지키도록 해야지 국가가 시키는 대로 해서야 되겠나. 소비자가 선택해서 의사에게 약을 받는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료보험료에서 7천억원에 가까운 돈을 사회보험 노조에 쓸어 박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을 소비자와 의료공급자가 협력해서 알려야 한다. 사회주의를 하면 현대판 양반이 생긴다. 소련에서도 뒷돈을 주면 좋은 의사를 만날 수 있다. 게임의 룰이 없다. 좋은 의사가 더 열심히 노력하는 것을 막은 것은 사회주의다.

의사라면 당당한 논리를 전개하는 자유의 가치, 경쟁의 가치에 대해 설득하는데 돈을 써야 한다. 자유와 창의의 가치가 사회주의 보다 더 높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강의하고, 글 쓰는 사람들에게 쏟아야 한다.

이정희:단체가 지속성을 가지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정치세력화를 하려면 지향점이 뚜렷해야 한다. 이상적인 의미에서의 자유와 경쟁이라는 임광규 변호사의 말씀은 충분한 토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지향점을 뚜렷하게 가져야 영속성을 갖고 추진력을 가질 수 있다.

◇박윤형:의협은 정치적인 지향점에서 보수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정당에 대한 좌표를 설정하기 힘든 면이 있다. 어떤 지향점과 좌표를 둬야 하나?

이정희:보수와 진보의 좌표는 여러가지 다양성과 이데올로기적인 스펙트럼상 정하기가 어렵다. 결국은 보건의료정책평가단의 평가자료를 바탕으로 평등을 지향하는 정책과 자유와 경쟁을 지향하는 정책을 살펴서 지향점을 정해야 하는데 어느 한 정당을 정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변영우:김대중 정부를 이어받은 노무현 참여정부의 정책이 사회주의 의료로 가면서 의사들의 진료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박탈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1인 2표제이기 때문에 각 정당의 의료정책을 평가해서 어느 정당을 지지할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삼을 것이다.

임광규:인구 200만의 코스타리카 같은 나라를 제외하고는 중앙집권적인 공단이나 심평원의 형태가 없다. 의사와 환자는 어떤 치료를 해야 효과가 좋고, 어떤 약을 써야 하는지를 가장 잘 아는 위치에 있다. 그런데 가장 좋은 약과 적절한 치료를 금지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의보통합을 유보하려고 애쓴 정당이 있는지, 단일 독점을 어느 당이 막으려고 했는지, 앞으로 어느 당이 이것을 고칠 가능성이 제일 많은지, 자유의 가치를 알고 의사의 자유와 창의를 살려서 죽을 사람을 살리고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가 당을 선택하는 기준이 돼야한다.

◇박윤형:마무리 조언 한 말씀.
박희백:의사들이 정치에 움직인다는 것을 인식시키는데 목적이 있다. 의료계는 올해를 갑신의료정변의 해로 규정하고 있다. 의사 사회가 결속하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임광규:의사 자격을 가진 분이 국회에 진출하는 것 보다 의료공급자와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는 의료정책의 전문가를 내세우는 방안도 모색해 주길 바란다.

변영우:보건의료단체 중에서 선두주자인 의협이 정치세력화를 계속해 나가려면 먼 길을 보고 정도로 나가는 것이 결국은 이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사를 파렴치범으로 만든 법을 제안하거나 의료를 황폐화 시킨 후보자를 낙선시키자는 것이 이번 총선의 전술 중 하나다.

이정희:정체세력화라는 것은 주변의 상황과 연계돼 있다. 의협의 위상과 정치경제적 환경, 국민적 인식 등을 명확히 파악할 때, 거기에 부응하는 전략이 나온다. 심도 있는 토론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민주사회에서 이익단체의 정치세력화는 필연적인 방향이라는 것이다. 의협이 정치세력화를 통해 유권자들의 생각을 유도할 수 있는 단체로 태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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